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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즈포스는 어떻게 전세계 CRM을 석권했나

고객 만족도를 끌어올리고 매출을 확대해주는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응용 프로그램으로 잘 알려진 세일즈포스(Salesforce)는 전 세계를 석권할 기세로 매출을 늘리고 있다. 세일즈포스의 가치는 120억 달러로 알려져 있으며 CRM 시장 중 20%를 점유하고 있다. 수백만 명에 달하는 개발자는 세일즈포스 플랫폼용 앱을 구축한다. 왜 이렇게 세일즈포스가 CRM 세계에서 압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을까.

세일즈포스가 인기를 끄는 이유를 이해하려면 먼저 CRM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 고객과 매출 관리는 완전히 수동으로 이뤄졌었고 명함은 롤로덱스(Rolodex)라는 물리적 홀더에 인덱스로 저장해왔다. 기업 직원은 롤로덱스에 저장한 명함을 바탕으로 직접 이메일을 보내거나 텔레마케팅을 한 건 물론.

1980년대 들어 개인용 컴퓨터가 출현하면서 연락처 관리 서비스가 늘어나기 시작했고 롤로덱스가 디지털화되면서 데이터베이스 마케팅이 주목받는다. 고객을 디지털로 관리할 수 있게 해 기업은 타깃이나 잠재고객 등 고객으로 나눠 맞춤형 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 됐다.

1990년대 들어 연락처 관리 태스크 추적 보고서 작성 등 판매 프로세스를 자동화하는 기능과 함께 모든 고객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온다. 이 때 영업 자동화 SFA나 고객 상호 작용 소프트웨어 CIS, 엔터프라이즈 콘텐츠 관리 ECM 등 다양한 관리 소프트웨어가 태어나 결국 CRM이라는 명칭으로 정착하게 된다.

그렇다면 CRM이 왜 필요할까. 판매 고객을 관리하는 건 비즈니스의 기본이다. 기업에 소속된 연락처, 잠재 고객 연락처, 회사명, 계약 등 자세한 정보를 얻으려면 잠재 고객이 제품이 관심을 갖고 있을 때 어떤 대응을 해야 하냐는 맥락 하에서 얘기를 할 수 있다. 물론 고객이 적을 때에는 스프레드시트로도 충분하지만 고객이 늘수록 다양한 검증과 중복 제거 로직과 라인 작성이 필요하다. 스프레드시트로 부족해지면서 등장한 게 CRM이다.

CRM은 스프레드시트와 달리 데이터 입력을 자동화하고 오류를 최소화하도록 설계했다. CRM은 리코딩 작업 관리 방법으로 어떤 의미에선 자동 이메일이나 통화 기록이 입력된 단순한 CRUD 애플리케이션이라고 할 수 있다.

세일즈포스가 단순한 CRUD로 끝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유연성에 있다. 학술 분야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면 기록 내용은 학부와 대학으로 나뉜다. 따라서 CRM이 비즈니스 고객에 따라 사용자가 필요하지만 상당수 SaaS(Software as a Service)는 UI를 사용자 정의할 수 없이 보기에 이 버튼을 추가하는 게 편리하다고 생각해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CRM 중에는 모든 기업에 같은 설정을 강요하는 곳도 있지만 세일즈포스는 유연하고 비즈니스 형태에 맞는 사용자 정의를 할 수 있다. CRM 세계에서 세일즈포스가 인기를 끄는 가장 큰 이유는 여기에 있다.

세일즈포스는 데이터 유형과 제약을 바탕으로 데이터베이스와 테이블을 만들 수 있다. 학계에서 영업을 할 수 있다면 대학 등 개체를 만들고 서로 연결해 각각 리드 오브젝트에 붙일 수 있다. 이런 작업을 코드 작성 없이 끝낼 수 있는 것도 세일즈포스의 포인트 중 하나다.

세일즈포스는 또 프런트엔드 프레임워크처럼 사용자 정의 레이아웃과 UI로 새로운 뷰를 만들 수도 있다. 잠재 고객 인증 과정에서 인증되지 않은 잠재 고객만 표시하고 이들을 인정 혹은 기각하는데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지도 보여줄 수 있다. 이 역시 코드 하나 작성하지 않고 할 수 있다.

데이터 모델과 UI를 사용자 정의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세일즈포스는 비즈니스 요구를 충족하기에 충분한 설정을 할 수 있다. 또 기능 강화 도구인 앱익스체인지(AppExchange)를 이용하면 고급 사용자 지정도 할 수 있다.

왜 세일즈포스 같은 SaaS가 만들어졌는지를 따지자면 199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일즈포스 CEO인 마크 베니오프(Marc Benioff)는 오라클을 퇴사한 뒤 아마존 등에서 볼 수 있는 소비자 소프트웨어의 단순함과 편리한 사용에 심취했다. 당시 소프트웨어는 복잡하고 비싼 게 많았던 탓에 이와 반대 개념으로 세일즈포스를 차별화하겠다고 생각한 것. 베니오프는 소프트웨어를 전기나 수도처럼 자리매김하고 싶었고 세일즈포스를 사용에 따라 가격을 매기는 형태로 설정한다.

보통 부정적 슬로건을 내건 광고는 잘 되지 않지만 세일즈포스는 감히 ‘NO-SOFTWARE’라는 광고를 내놓는다. 사내에선 많은 직원이 반대한 광고였지만 소프트웨어를 끝내고 싶다고 생각한 기업의 이미지를 알리는 데 성공한다. 6년 뒤 애플보다 먼저 세일즈포스는 소프트웨어 배포 방법으로 앱스토어를 출시했다.

2005년 모두 세일즈포스 응용 프로그램을 만들어 배포할 수 있는 앱익스체인지라는 온라인 마켓 플레이스가 탄생했다. 현재 매년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돈이 이곳 응용 프로그램에 쓰인다. 또 이 온라인 마켓 플레이스는 원래 앱스토어라는 이름으로 계획했지만 시장 조사 결과 익스체인지라는 말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앱익스체인지로 결정했다고 한다. 이 때 취득한 앱스토어(App Store)라는 상표와 앱스토어닷컴 도메인은 iOS 앱스토어를 시작할 때 베니오프가 잡스에게 선물했다고 한다.

 

앱익스체인지 등장 이후 몇 년간 세일즈포스는 소프트웨어 없이라는 목표에 충실한 제품을 내놨다. 일단 소프트웨어를 버린다는 새로운 방향성을 내세운 세일즈포스는 기업이 소프트웨어를 구입, 구축하는 자체 구조를 바꾸면서 성공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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