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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창업 직원은 적절한 보상을 얻을까

스타트업 직원은 적절한 보상을 얻을 수 있을까. 실리콘밸리 기업가인 스티브 블랭크(Steve Blank)는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스타트업에 일하는 직원이 적절한 수익을 얻을 수 없게 되어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동안 미국 기술 기업은 설립에 기여한 직원에게 보상으로 스톡옵션을 부여했다. 스톡옵션은 앞으로 회사가 상장할 때 주식을 미리 정해진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회사가 성장하고 미리 정한 가격보다 주가가 높아지면 큰 이익이 되기 때문에 직원에게 높은 급여를 지불할 수 없는 스타트업이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방법으로 활용해왔다.

창업자나 경영진도 비율에 따라 직원과 마찬가지로 스톡옵션을 월급 대신 받기도 했다. 따라서 경영자와 직원은 때론 함께 회사를 키우고 첫 제품을 들고 전시회를 돌아다니거나 동거동락하면서 하나가 되어 회사 성장을 목표로 뛰었다. 세계 첫 반도체 집적회로를 상업 생산하고 나중에 인텔 같은 세계적인 반도체 제조사를 만든 실리콘밸리의 선구자라 할 페어차일드반도체 역시 이렇게 성장한 기업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관계는 변하기 시작한다. 가장 큰 요인은 스타트업이 주식 공개를 할 때까지의 기간이 길어진 것이다. 이전에는 신흥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은 시드 자본과 벤처캐피털 등이었다. 이에 따라 신흥 기업이 주식 공개까지 가려면 길면 몇 년 정도였다. 예를 들어 아마존은 설립 3년 만에 상장됐다.

하지만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시드 캐피털과 벤처캐피털에 이어 그로스 캐피털이라는 3번째 단계를 거치게 되면서 상장까지의 기간은 더 멀어졌다. 기업 주식이 비공개인 기간이 길어질수록 기업 가치가 높아진다는 건 IPO까지 기간이 오래 걸렸을 때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기간이 길면 그만큼 직원이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게 될 때까지의 기간도 길어진다. 설립에서 상장까지 10년 넘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되면 경영 정상 궤도에 오를 때까지 임시변통 보상이던 스톡옵션의 취지가 손상되어 버린다.

또 기업에 새로운 자본이 대량 유입되면 그만큼 앞으로 발행할 주식 수도 증가하기 때문에 직원이 스톡옵션을 행사할 때 받을 주식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낮아진다. 이는 스톡옵션 가치가 상대적으로 희석되어 버리는 사태를 불어온다.

경영자와 직원 사이의 관계도 변하고 있다. 지난 50년간 CEO가 받는 보수는 평균 직원 월급보다 20배에서 300배로 부풀어 올랐다. 또 경영자 보상을 스톡옵션이 아니라 제한부 주식(Restricted Stock)에서 받도록 했다. 제한부 주식은 매매에 일정 제한이 있는 주식 수, 근속연수 등 일정한 제한이 있지만 스톡옵션과 달리 현물 주식으로 교부하는 것으로 배당 등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경영자의 시선은 직원 시선에서 자본가 시선으로 옮겨가게 된다. 한때 같은 배를 타고 있던 경영자와 직원의 관계는 바뀌어 버렸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스타트업, 그 중에서도 기술 스타트업이 처한 환경 변화가 한 몫 한다. 20세기 스타트업은 기술 하나로 장기적 성장을 전망한 반면 21세기에 들어서면서 기술 진보가 가속화되면서 단기간에 혁신을 반복할 필요가 나왔다. 이로 인해 기업은 경직성을 피하기 위해 단기간에 경영진을 바꿀 필요를 느끼고 자연스럽게 기업이 경영자에게 주는 보상은 증가하면서 단기적 성격이 되어버렸다. 이런 환경 변화에 따라 경영자와 투자자가 수익을 얻는 구조가 달라지면서 직원이 보상을 받을 방법은 그대로인 탓에 앞선 지적 같은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이런 변화는 신흥 기업에서 일에 대한 매력을 줄어들게 만들고 인력이 대기업에 유출되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투자자는 설립 초 참여하는 직원에게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또 설립에 참여한 직원은 스톡옵션이 아닌 경영자와 같은 제한부 부식을 통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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