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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 사무실과 일하는 방법

이엑스피리얼리티(eXp Realty)는 미국에서 요즘 급성장하면서 주목받고 있는 주택중개 기업이다. 지난 2017년 10월 이후 주가는 3배, 지난해 4월 발표에선 7개월 만에 부동산 소개업자 직원 수는 2배로 급증했다. 이엑스피리얼리티는 지난해 5월 나스닥에도 상장했다.

이 기업이 이런 급성장을 이룬 배경 중에는 가상현실이 자리잡고 있다. 이 기업은 현실 공간에는 거의 사무실이 없고 물리적으로 출근하는 직원도 거의 제로다. 기업 활동의 기본 역할을 하는 본사 역시 가상 공간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직원 입장에서 출근이라는 건 로그인으로 아바타가 출근을 하는 셈이다.

물론 단순하게 출근하지 않는 기업이야 이젠 드물지 않지만 이엑스피리얼리티는 슬랙이나 동영상 채팅으로 회의를 하고 진행 상황을 인터넷 서비스로 관리하는 형태와는 다르다. 마치 세컨드라이프처럼 가상공간으로 출근한다는 점 때문이다.

가상현실 사무실에는 직원 아바타가 모여서 회의 등을 연다. 직원간 커뮤니케이션도 가상현실 공간에서 한다. 아바타끼리 얼굴을 맞대고 동료와 회의실에서 잡담을 하면서 걷거나 자유공간에서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직원 전용 소프트웨어(eXp World)를 내려 받으면 준비가 끝난다.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겠다고 고사양 VR 헤드셋이나 PC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기업 측은 물리적으로 사무실이 있다면 지금 같은 성장은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CTO인 스콧 페트로니스(Scott Petronis)는 부동산 회사 직원은 네트워킹이나 공동 작업, 세미나가 필요하고 모두 모일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다면서 하지만 이런 게 꼭 실제가 아니어도 괜찮다고 말한다. 인터넷 환경만 있으면 거주 지역을 불문하고 필요한 인재를 채용할 수 있는 게 가상현실 사무실의 장점이다. CTO 역시 뉴욕에 근무하고 있으며 CEO는 워싱턴DC, COO는 애리조나, CFO는 네바다에 근무하지만 일은 순조롭게 진행된다는 설명이다.

이 기업은 가상공간에서 항상 얼굴을 맞대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원격 근무와는 차이가 있다. 부동산이라는 산업과 기업 이념이 가상현실이라는 아이템과 궁합이 좋았다고 할 수도 있다. 앞으로 이 같은 사무실은 늘어날 수 있다. 가상현실이 늘어날수록 이 같은 변화가 계속 일어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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