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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PS 우편 배송의 막후 지배자

지난 2017년 아마존은 50억 개에 달하는 물건을 발송했다고 발표했다. 이 중 미국에서 발송한 수하물 대부분은 미국 우정공사 USPS(United States Postal Service)가 맡고 있다. USPS는 이메일이 보급되면서 우편물이 줄어들고 2000년 이후 적자가 계속되는 한편 국가 자금도 받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아마존 납품 계약은 USPS 입장에선 큰 수익원인 셈이다.

다만 이런 계약 탓에 USPS 직원들은 가혹은 노동 환경에 노출되고 있다고 한다. 지난 2013년 아마존이 USPS와 계약을 맺은 이후 일하는 방식 자체가 크게 바뀌게 됐다는 것이다. 시간당 18달러 미만에 휴식 없이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직원이 발송하는 건 우편물이 아니라 아마존 수하물이라고 한다.

오전 7시 30분 사무실에 도착하면 3∼4시간 정도는 편지나 짐을 정리하고 발송한다. 하지만 75∼85%는 아마존 수하물이라고 한다. 이후에는 산만큼 쌓인 아마존 수하물을 전달하기 위해 방향을 확인하고 순서대로 옮겨간다. 배송시간은 그때마다 다르지만 4∼6시간 걸리기 때문에 하루 노동시간은 10시간 가량이라고 한다.

아마존이 2013년 USPS와 계약을 했을 당시 아마존은 아마존선데이(Amazon Sunday)라는 일요일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일요일은 다른 우편물 배달이 중지되기 때문에 배송물은 모두 아마존 것이다.

USPS에선 매주 일요일 배달원이 수하물 경료를 컴퓨터로 생성한 루트를 종이로 받는다. 이 루트는 효율적이지 않을 수 있지만 직원 움직임은 GPS로 추적하기 때문에 루트대로 배달을 해야 한다.

아마존 화물 취급은 일반 화물과 다르다. 일반 화물은 실수가 생기면 내일 해도 괜찮지만 아마존의 경우에는 루트를 다시 제대로 제공해야 할 만큼 엄격하다고 한다. 아마존이 USPS에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 같은 과도한 노동이 없었다는 말도 나온다. 일요일 배송 등 노동시간 변화 외에 GPS 추적이나 안전성이 떨어질 만한 방법을 도입하는 것도 변화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배달 경로가 엄격한 탓에 배송원은 종이 경로를 확인하면서 트럭을 운전하지만 이 과정에서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는 것. 운전 중 이메일이나 경로를 확인하지 말라는 지침이 있지만 문제가 발생하면 직원 책임이 되는 것도 문제다. 빠른 배송을 요구하기 때문에 현실적인 휴식 시간을 잡기도 쉽지 않다.

USPS는 지난 30년간 배송망을 구축해온 만큼 USPS 활용은 아마존 입장에선 새로운 망을 구축할 필요가 없고 비용을 들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물론 인력 부족과 소비자 수요라는 양날의 검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아마존이 손을 빼면 USPS는 도움이 필요해지는 상황이 현실인 것도 사실이다. 미국 정부가 군에 충당하는 예산의 0.0001% 정도라도 USPS에 할당하면 USPS는 아마존에 의존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아마존의 잘못만이라고 얘기하는 어렵지만 공공기관을 사적으로 바꿔가고 있고 그 탓에 아마존 외부에 있는 다른 곳의 직원이 몸살을 앓는 상황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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