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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침공과 알고리즘 전쟁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력 인프라나 병원 등을 노린 공격을 반복하고 있지만 2022년 11월 말에는 영국 국방부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미사일이 고갈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등 전황은 우크라이나 측 우위로 보여지고 있다. 이런 우위에 도움이 된 것 중 하나는 미국 기술 기업인 팔란티어(Palantir)가 만든 전투 시스템과 알고리즘 전쟁 덕이다.

팔란티어가 우크라이나군에 도입한 시스템 중 가장 핵심적인 하나는 상업 기업 데이터를 집계해 전장 정보를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팔란티어의 메타콘스텔레이션(MetaConstellation) 도구를 이용하면 우크라이나는 특정 전투 공간에 대해 현재 어떤 민간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런 데이터는 전통 사진에서 구름 아래를 볼 수 있는 SAR(synthetic aperture radar), 포격과 미사일 발사를 감지하는 열 이미지까지 다양하다.

민간 데이터는 다수 기업으로부터 제공되고 있다. 예를 들어 광학 레이더나 SAR 기업은 위성 기업인 막서테크놀러지(Maxar Technologies)나 ICEYE, 카펠라 스페이스(Capella Space) 외에 항공 우주 기업인 에어버스 등도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또 미해양대기청이 다루는 화재 검지용 적외선 이미지는 포격 폭발 검지에 사용하는 게 가능하다.

예를 들어 이 전쟁에서 가장 가혹한 전장 중 하나인 바흐무트에 대한 자세한 디지털 지도에선 양군 포격을 나타내는 서멀 이미지나 현지 우크라이나인 스파이가 촬영한 Z표 러시아 전차 이미지 등을 클릭 한 번이면 볼 수 있다고 한다.

이런 데이터를 통합해 우크라이나군 사령부는 전장의 안개(THE FOG OF WAR)라는 전투 정보 부족을 제거할 수 있다. AI를 활용해 센서 데이터를 분석하면 우군이나 적군 위치 등 전투에 필수적인 정보를 빠르게 입수할 수 있어 적 진지를 공격하기 위해 어떤 무기를 사용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이유를 현장 지휘관에게 빠르게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투가 끝난 뒤에는 이 데이터가 얼마나 정확했는지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스템이 업데이트된다. 또 팔란티어 기술은 전선 뿐 아니라 후방 지원에도 중요하다. 팔란티어는 육군에서 구축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면 어떤 부대 병사가 어떤 기술과 경험을 갖고 있는지, 어떤 무기와 탄약을 갖고 있는지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 이런 물류 문제는 이전에는 몇 주간에 걸쳐 확인해야 했지만 기술 도입으로 몇 초 안에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런 시스템을 지지하는 건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 스타링크에 의한 광대역 접속 메쉬 네트워크다. 인공위성 2,500기가 제공하는 이 시스템을 통해 우크라이나 병사는 현지 정보를 업로드하고 대상 정보를 빠르게 다운로드해 적군 발견부터 공격, 파괴까지 킬체인을 구축할 수 있다. 또 스페이스X 스타링크 단말과 테슬라 발전기, 배터리로 이뤄진 파워월 시스템은 전력 부족을 감수하는 우크라이나가 통신을 확보하는데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팔란티어 측은 고급 알고리즘 전쟁 시스템의 힘은 일반 무기 밖에 없는 적에 대해 전술 핵무기를 보유한 것과 같은 전력차에 필적할 정도로 큰 게 됐다며 일반인은 이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지만 적의 평가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전장에 있는 우크라이나 병사도 같은 의견이다. 한 우크라이나 장교는 이 시스템은 생사간 갈등이라고 말한다. 이 시스템은 쇼핑객이 아닌 병사를 대상으로 한 타깃 획득 극대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장교는 우크라이나는 지금 미국으로부터 기술 지원에 의존하고 있지만 전쟁이 끝날 무렵에는 팔란티어에 소프트웨어를 판매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군은 대대에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붙이려 하며 이런 기술력 중시 자세가 전력으로 이기는 러시아군에 대한 저항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전쟁을 좌우하는 게 기술력만은 아니다. 미군이 편성한 아프가니스탄군은 사기가 낮아 탈레반 공격 전에 붕괴됐지만 시리아 쿠르드 민병대는 이라크 레반트 ISIL을 분쇄하는데 성공했다. 이 차이는 무기와 결의를 모두 갖고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전쟁의 키는 우크라이나 기술 우위성과 군대의 빠른 적응 능력에 있다며 이는 인간과 기계가 함께 이룬 승리라고 풀이하고 있다. 또 기술이 주도하는 향후 전쟁 존재 방식에 대해선 팔란티어 등 기업이 개발한 툴을 분석한 결과 억지력을 지목한다. 기술 혁신으로 대만을 공격하려는 적대자는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문제에 부딪힐 수 있으며 이는 중국에 보내는 침공을 재검토하라는 메시지가 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아직 진행 중이지만 팔란티어 소프트웨어가 우크라이나에서 보여준 전과에 전 세계 각국이 주목하고 있다. 팔란티어와 영국 국방부는 12월 21일 3년간 7,500만 파운드에 팔란티어 시스템을 영국군에 도입하는 계약을 발표하기도 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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