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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존재감 키우는 이스라엘

스타트업 국가를 표방하는 이스라엘이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관련 분야에서도 지난 1∼9월까지 800건에 달하는 ICO를 통해 6,700억 원대에 달하는 자금 조달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암호화폐 조사기관인 원알파(onealpha)가 지난 11월 2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ICO를 통한 자금 조달이 가장 활발한 곳은 러시아와 미국, 스위스, 싱가포르 등이지만 이스라엘 역시 암호화폐나 블록체인 분야에서 적극적인 국가 중 하나다. 이스라엘에선 지난해 ICO 조달액이 6,500억 원대였던 데 비해 올해는 지난 9월까지 이미 전년 수준을 넘어선 것. 이스라엘은 인구가 900만 명에 불과하지만 지난해 스타트업이 벤처캐피털로부터 조달한 자금만 해도 5조 4,000억 원대에 달한다.

이런 이스라엘인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관련 분야에 집중하는 건 분명해 보인다. 이스라엘블록체인협회(Israel Blockchain Association)에 따르면 블록체인 관련 스타트업은 200여 개에 이른다. 이스라엘은 이 분야에서도 프로토콜 개발과 보안 기술에 강하다. 이더리움이나 제트캐시 등에 채택한 제로지식증명(Zero knowledge proof) 역시 이스라엘에서 고안된 것이며 암호화폐 거래소 방코르(Bancor) 역시 이스라엘 기업이다.

전 세계적으로 ICO를 통한 자금 조달은 벤처캐피털로부터 받는 조달 규모와 견주면 10% 미만에 불과하다. 또 규제와 기술적 과제를 해결하지 못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ICO를 통한 자금 조달이 줄어드는 현상에 대해 알파원 CEO 야니브 펠드먼(Yaniv Feldman)은 “암호화폐 시장에서의 버블 붕괴는 암호화폐 생태계를 청정화해주는 효과가 있었다”면서 “투기를 제거하고 진정한 투자자와 사업가, 개발자만 남긴 것으로 이는 건전한 생태계를 만드는 데에는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조달액 기준으로 올해 최대 ICO는 암호화폐 EOS로 4조 7,000억 원대이며 러시아 메신저앱 텔레그램 1조 9,000억 원대, 동영상 플랫폼 타타투(TaTaTu) 6,400억 원대, 카지노 관련 플랫폼 드래곤 4,700억 원대, 티제로코인(tZero) 3,600억 원대 순이다.

참고로 와이콤비네이터 대표인 샘 알트만은 스타트업이 성공하려면 필요한 조건으로 몇 가지를 든다. 첫째 무심코 사람들에게 얘기하고 싶어지는 제품을 만드는 것. 좋은 제품을 만들면 누구에게나 얘기를 하고 싶어진다. 이 단계만 가능해도 스타트업은 성공에 필요한 조건 80%는 달성했다고 할 수 있다. 다음은 알기 쉽게 하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단순하고 설명하기 쉬워야 한다는 것이다. 제품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할 수 없거나 제품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면 대부분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다.

세 번째는 기하급수적 성장이다. 스타트업은 초기에는 작은 시장을 상정해도 빠르게 성장한다. 다음은 진정한 트렌드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핵심 리더의 존재다. 구심력이 되는 존재가 없다면 팀을 짜는 것 자체가 어려워진다. 6번째는 야심 찬 비전이다. 비전은 동기 부여를 만드는 기본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7번째는 편안한 시작은 더 큰 장애물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모순된 상황이지만 자금 조달이 비교적 간단하게 가능해도 수많은 스타트업이 충분한 재능을 모으지 못한다. 야심 찬 비전을 통해 수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 진화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8번째는 자신감과 명확한 전망이다. 성공한 창업자를 보면 이들은 모두 자신감을 갖고 있으며 명확한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다음은 팀의 중요성이다. 적절한 시장을 선택하고 강력한 제품을 만드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다. 회사를 설립하는 건 팀을 짜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10번째는 낙천성이다. 세상에선 스타트업은 성공하지 못한다는 시각이 잇는 만큼 낙천성이 없다면 성공까지 계속 완주하는 건 상당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 또 아이디어 역시 중요하다. 꾸준한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이 회사에 있다면 아이디어 대부분이 안 되더라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다음은 모르는 건 없다는 정신. 지금까지 해결본 적이 없는 일이라도 이를 이해하고 해결하려는 정신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13번째는 최선을 다하는 것. 내 역할 밖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보다는 노력하겠다거나 최선을 다하겠다, 맡겨달라는 의욕을 보이는 사람이 스타트업에선 좋다. 다음은 자신의 생각에 따라 달리라는 것. 스타트업은 빠르게 움직여야 승리한다. 자신의 생각을 믿고 달리고 잘못됐다면 빠르게 다른 방법으로 바꾸는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샘 알트만은 경험 부족도 축복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경험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예상치 못했던 일 속에서 높은 잠재력을 발휘해주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16번째는 기세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기세를 유지하고 있다면 잠재력을 발휘하고 결과를 계속 안겨주지만 한 번 기세를 잃으면 이를 되찾기는 어렵다.

다음은 경쟁이다. 장기적인 독점 효과가 어떻게 되는지 장기적인 경쟁 우위는 무엇인지, 이 사업을 통한 네트워크 효과는 무엇인지 좋은 사업을 하고 있다면 이 같은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유통 전략의 경우 어떻게 성장하고 고객을 확보할지 구체적인 전략을 상정하는 게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스타트업이 대기업을 어떻게 이길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다. 과거 예를 파악해보는 게 중요할 수 있다. 시장에서의 민첩성 같은 부분이 스타트업 입장에선 유리한 점이 될 수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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