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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채굴 ‘기후변화와 인프라 사이’

최근 유엔 기후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지금보다 기온이 1.5도 이상 상승한다면 엄청난 기후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같은 1.5도 이상 기온 상승은 암호화폐 비트코인 채굴만으로도 20년 안에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와 눈길을 끈다.

이에 따르면 비트코인이 신용카드 같은 다른 결제 시스템처럼 전 세계에 퍼진다면 비트코인 채굴로 인해 생기는 열은 지구 평균 기온을 오는 2033년까지 2도 가량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하와이대학 연구팀이 비트코인 채굴용 하드웨어 효율성과 채굴 위치, 채굴 시설이 위치한 국가 내 에너지 소비 등을 통해 얼마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는지 여부까지 다양한 데이터를 결합해 분석한 결과라고 한다.

연구팀은 비트코인 채굴로 인해 지난 2017년 6,900만 톤에 이르는 이산화탄소가 배출됐다고 추산한다. 이는 전 세계 에너지 생산을 통해 나오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중 1%에 해당한다. 또 비트코인은 전 세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비현금 거래 중 0.03% 밖에 안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에 대한 에너지 소비량으론 너무 많다는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비트코인 채굴 환경에 미치는 영향 정도를 예측하기 위해 연구팀은 신용카드나 식기세척기 등의 보급률을 참고하고 있다. 신용카드는 보급 속도가 너무 빨랐고 식기세척기는 반대로 느렸다. 이런 이유로 이들 2가지를 비교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비트코인은 이들 2가지 기술의 보급 속도 평균치로 퍼진다고 가정하면 16년 만에 지구 평균 온도는 2도 상승한다고 한다. 또 가장 느린 속도로 보급된다고 쳐도 비트코인은 22년 안에 지구 평균 온도를 2도 이상 높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비트코인 채굴이 왜 지구 온난화에 영향을 미칠까. 비트코인 채굴은 잘 알려진 것처럼 방대한 컴퓨팅 파워를 필요로 한다. 채굴 시설에 따라선 3,000대에 이르는 채굴 전용 컴퓨터가 배치되기도 한다.

네덜란드 암호화폐 분석 사이트 디지코노미스트(Digiconomist)에 다르면 비트코인 채굴은 호주가 쓰는 것과 거의 같은 전력을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비트코인에 버금가는 규모로 성장한 이더리움 채굴 역시 작은 국가 하나가 사용하는 전력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하와이대학 연구팀의 연구 결과처럼 지구 평균 기온을 2033년까지 2도 높일 수 있다는 결과는 상당히 충격적일 수 있다. 이미 비트코인 채굴 과정에서 전력 수요가 높다는 건 알려져 있지만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정확하게 파악된 건 아니기 때문. 물론 비트코인의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지만 다른 기술 보급 속도를 감안하면 가장 빠른 속도로 보급된다면 기후 변화로 인한 영향은 인간이나 동물 양쪽 모두에게 나쁜 소식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런 예측은 발전에 이용하는 연료나 신재생에너지 비율이 20년 뒤까지 똑같다고 가정한 예측 결과라는 건 염두에 둬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지금보다 더 신재생에너지가 보급된다면 비트코인 채굴로 인한 환경 영향은 당연히 더 줄어들 것이다. 또 비트코인이 암호화폐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가치가 줄어든다면 당연히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역시 낮아질 수밖에 없다.

암호화폐 채굴 업자도 일부는 이미 청정에너지 이용을 시작한 곳도 있다. 암호화폐 채굴은 24시간 내내 이뤄지는 만큼 암호화폐 채굴을 위한 전력 수요를 줄이거나 대체 에너지를 찾아야 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다른 한편으로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채굴이 새로운 인프라 정비를 위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긍정적 예측이 나오기도 한다.

저렴한 비용으로 전력을 얻을 수 있어 암호화폐 채굴 시스템 설치 장소로 주목받은 아이슬란드의 경우에는 채굴에 따른 전력 소비량이 한때 아이슬란드 전 국민의 가정용 전력 소비량을 상회할 정도를 기록하기도 했다.

물론 에너지 소비량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도 있으나 아이슬란드에선 산업이라고 하면 어업이나 관광, 알루미늄 정련 같은 것만 있었지만 여기에 데이터센터라는 새로운 포트폴리오가 추가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나타내는 분위기도 있다.

아이슬란드지능기계연구소(Icelandic Institute for Intelligence Machines) 측은 현재 계산 능력보다 데이터량을 더 요구할 인공지능이 앞으로 50년 안에 더 높은 계산 능력을 요구하게 될 것이라면서 이런 점에선 비트코인 채굴업자가 사용해온 데이터센터가 이를 위한 산업혁명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비트코인 채굴이 에너지 위기 더 나아가 기후 변화에 악영향을 줄지 혹은 인프라를 활용해 인공지능 등 높은 연산 능력 요구에 대한 기반이 되어줄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효과적인 활용과 악영향에 대한 대비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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