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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살 비트코인, 앞으로 10년은?

10월 31일(현지시간) 나카모토 사토시가 비트코인 논문을 쓴지 10년을 맞는다. 물론 잘 알려진 것처럼 비트코인은 지난 10년간 가장 유명한 암호화폐로 인지도를 유지해왔다. 이 기간 동안 우여곡절이나 에피소드도 많았다. 가장 기억에 남을 만한 첫 사건은 역시 비트코인 피자데이. 지난 2010년 5월 22일 프로그래머인 라스즈로 하네츠(Laszlo Hanyecz)가 파파존스 피자 2판을 1만 비트코인을 지불하고 샀다. 역사상 암호화폐가 상품 결제에 처음 이용된 사례로 알려져 있다.

그는 비트코인토크닷오알지(Bitcointalk.org)라는 사이트에서 1만 BTC를 지불할테니 피자 2판을 배달해달라고 올린다. 결국 4일 만에 저코스(jercos)라는 아이디를 쓰는 사용자가 파파존스 피자 2판을 배달한다. 물론 당시만 해도 1BTC 가치는 0.0041달러에 불과했다. 1만 BTC라고 해봐야 41달러 수준에 불과했다.

실크로드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실크로드는 지난 2011년 탄생해 2013년 3월까지 1만 개에 달하는 상품을 파는 블랙마켓 사이트였다. 파는 상품 중 70%는 마약류였다. 이 같은 다크웹에서도 가장 큰 규모로 성장한 실크로드에서 기축 통화 역할을 하게 된 게 바로 비트코인이었다. 은행이나 신용카드 회사를 거칠 필요 없이 직접 돈을 주고받은 증거를 깔끔하게 감출 수 있다는 이유로 암시장에서 환영을 받은 것이다. 피자에서 시작된 비트코인이 본격적인 활약을 한 셈이지만 트래픽을 추적할 수 없는 토르(Tor)를 통해 운영해 범죄자가 불법적인 상품을 교환하는 데 유용했던 실크로드가 그 대상이었던 것.

결국 당국도 실크로드를 내버려 둘 수 없었고 내사가 진행되면서 실크로드는 2013년 10월 FBI에 의해 폐쇄 조치된다. 설립자인 로스 윌리엄 울브릭트(Ross William Ulbricht)도 체포됐다. 그는 지난 2015년 재판에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 받은 바 있다.

지난 2014년에는 다시한번 일이 터진다. 바로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암호화폐 거래소이던 마운트곡스(Mt.Gox)가 해킹을 받아 파산한 것이다. 해킹으로 인해 무려 85만 BTC가 사라졌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일본 도쿄에 위치했던 마운트곡스 사무실 앞에는 자신의 비트코인을 내놓으라며 플래카드를 들고 몰려든 피해자로 시끄러웠다. 마크 카펠레스(Mark Karpeles) 당시 CEO의 기자회견에는 수많은 취재진이 몰렸고 마운트곡스 해킹 사건은 연일 어론을 장식했다. 부정적 사건을 통해 연이어 암호화폐가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다.

사실 마운트곡스 사건은 4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가 해킹됐지만 비트코인 가격은 얼마간 저공 비행을 하다가 회복세를 보였고 잘 알려진 것처럼 2017년에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다. 비트코인이 급상승하면서 마운트곡스 역시 남겨진 비트코인 가치가 덩달아 올랐고 파산 절차를 밟던 마운트곡스는 지난 6월 도쿄지방법원에 민사 회생 절차를 밟았다. 파산 절차에서 회생 절차로 바꾼 건 일본에선 첫 사례라고 한다.

현재 문제는 비트코인 상황 방법이다. 비트코인으로 상환할지 혹은 하드포크로 탄생한 비트코인캐시로 상환할지 아니면 법정통화로 환전해서 갚아야 하는지 채권자 사이에서 지금도 논의는 계속되고 있다.

마운트곡스에 남아 있는 비트코인은 20만BTC다. 파산 관리인 측은 지난 9월 성명을 내고 올해 4월부터 4개월간 2,600억 원 상당 비트코인과 비트코인 캐시를 매각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마운트곡스의 민사 회생 계획안 검토는 내년 2월 끝날 예정이라고 한다.

또 다른 뉴스는 하드포크다. 비트코인사에서 중요한 분수령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8월 1일 일어난 사건의 발단은 비트코인의 확장성 문제를 데이터를 압축할지 혹은 블록 크기를 키울지 등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해 의견 대립이 일어나면서 벌어진다.

이 과정에서 타협이 이뤄지지 않자 중국 암호화폐 채굴 기업인 비아BTC(ViaBTC)가 주도해 하드포크를 실시했고 그 결과 탄생한 게 바로 비트코인캐시다.

당시 비트코인은 블록 1개의 트랜잭션량을 늘릴 목적으로 트랜잭션을 압축, 블록 크기를 확장하는 세그윗2x(SegWit2X) 도입을 둘러싸고 두 그룹이 대립했다. 세그윗2X란 쉽게 말하자면 블록체인 처리용량을 2배로 늘린다고 생각하면 된다. 세그윗2x를 지지하는 그룹과 취약점 등의 이유를 들어 반대하는 그룹이 대립한 것이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세그윗2x 지지층이 11월 중순 예정되어 있던 세그윗2x 도입을 위한 하드포크를 중지한다고 발표하면서 내분은 해결되는 듯 보였다. 이 같은 발표가 이뤄지자 비트코인 가격은 8,000달러 부근까지 상승하면서 12월 최고치를 향해 순항을 했다.

비트코인은 지난해 12월 17일 2만 달러를 찍는다. 무려 2,000%나 급상승하면서 화제를 모은 것. 시카고상품거래소의 비트코인 선물 거래 개시 등을 한 달 뒤로 앞두면서 기대감은 급증했고 이에 앞선 시카고옵션거래소의 비트코인 선물 등 호재도 겹쳤다.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에서도 비트코인 거래 붐이 일었고 앱스토어에선 코인 관련 앱이 랭킹 1위에 오르는 등 거품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이 정점 이후 비트코인은 내려앉기 시작한다. 올해 들어 65%나 하락했고 최근에는 6,500달러를 오가는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나스닥과 S&P500 등 전통 주식 시장보다 변동 폭이 낮은 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것.

피델리티 등 기관 투자자가 계속 진입하고 있는 추세지만 암호화폐 시세는 무반응이다. 이런 가운데 비트코인이 10돌을 맞으면서 다시 시세가 상승세로 돌아서는 것 아니냐는 기대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지금부터 1년 전 10월 31일 비트코인은 6,400달러를 기록했다. 이어 11월이 되면서 비트코인 선물을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걸 계기로 상승하기 시작했고 2만 달러 부근까지 올랐다.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6,350달러다. 이 정도라면 10번째 생일을 맞은 비트코인은 전년대비 마이너스라고 할 수 있다.

비트코인이 지난해 11∼12월 보였던 것 같은 폭발적인 시세 상승을 일으킬 요인이 있을까. 첫 손에 꼽을 만한 건 역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비트코인 ETF(상장지수펀드) 승인을 기대하는 쪽이다.

비트코인이 탄생한 이후 지금까지 암호화폐 수는 3,000종을 넘어선 상태다. 대부분 쓸모 없는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앞으로 10년간 엄선된 알트코인이 비트코인의 경쟁자가 될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영국 금융컨설팅기업인 드비어 그룹(deVere Group) 공동 창업자인 니겔 그린(Nigel Green)은 암호화폐가 보급되면서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 모두 더 많은 디지털 자산을 만들게 되면서 비트코인 점유율은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암호화폐 시장 전체 시가총액은 4,000억 달러 가량이라고 한다. 니겔 그린 CEO는 앞으로 10년간 이 시장 규모는 무려 20조 달러까지 팽창할 것으로 예상한다. 반면 투자 플랫폼 이토르(eToro) 이크발 간담(Iqbal Gandham) 이사는 비트코인이 지난 10년간 놀라운 저력을 보여줬다면서 변동성을 극복하고 확장성 그러니까 규모 확대를 둘러싼 문제에 대처하기 시작했다고 평했다. 덧붙여 다음 10년에는 비트코인이 송금이나 지불 수단으로 당연히 존재할 것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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