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레시피

바이오 플라스틱과 친환경

플라스틱은 페트병이나 가젯, 가구나 자동차, 건축 자재까지 생활 모든 장면에 침투해 있다. 편리하고 쾌적한 생활을 지지해 주고 있지만 보통 플라스틱은 석유가 원료이며 만들 때나 버릴 때 이산화탄소를 과다 누설하며 버려져도 언제까지나 분해되지 않고 남아 마이크로 플라스틱이 환경이나 인체에 미치는 영향도 걱정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더 많은 플라스틱을 생산하고 있으며 재활용 구조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이럴 땐 우연히 테이크아웃 음료 컵에 식물 유래 원료나 100% 생분해 가능 표시가 있으면 어쩐지 환경 친화적인 일을 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식물성 플라스틱이라면 생쓰레기와 함께 버리면 자연스럽게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이미지가 있기 때문.

환경에 좋을 것 같은 바이오 플라스틱은 기존 플라스틱은 환경에 나쁘다는 이미지 덕에 점차 늘어나고 있다. 대기업도 이런 흐름에 맞춰 코카콜라의 경우 100% 식물 유래 페트병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친환경 같은 마케팅 뒤에는 큰 문제가 숨겨져 있다.

불행하게도 바이오 플라스틱이라는 단어에는 표준화된 정의가 없다. 비욘드플라스틱스(Beyond Plastics) 디지털 디렉터인 이브 폭스에 따르면 바이오 플라스틱은 비석유 자연 소재 예를 들어 옥수수나 사탕수수, 밀 등으로 만들어진 플라스틱이거나 생분해 또는 퇴비화가 가능한 것이라고 말한다.

일부 식물 유래 플라스틱은 완전 혹은 부분적으로 생분해될 수 있지만 모든 식물 유래 또는 비석유계 플라스틱이 생분해될 수 있는 건 아니다. 바이오 플라스틱이라고 불리는 것 중에는 퇴비화나 생분해를 할 수 없는 것이나 기존 플라스틱과 차이는 원료에 국한된 것도 있다.

이런 바이오 플라스틱 중에는 주로 화석연료 유래이면서 조금 생물 유래 플라스틱이 들어간 것도 포함되어 있는 것. 애매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코카콜라는 30% 식물 유래 플라스틱이 들어간 병을 플랜트보틀(PlantBottle)로 명명해 10년 가까이 팔고 있다.

대부분 바이오 플라스틱은 다른 플라스틱 같은 재활용 흐름으로는 처리할 수 없고 섞어 버리면 전체를 사용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소비자용 바이오 플라스틱은 조건이 갖춰지면 퇴비화가 가능하다. 퇴비화가 가능한 바이오 플라스틱은 필요할 때만 사용할 수 있고 필요 없게 되면 미생물이 분해되어 퇴비로 사용할 수 있는 윈윈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런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예를 들어 일부 제품은 가정에서 퇴비화에 부적절하다. 일반 생쓰레기와 함께 쓰면 퇴비로 할 수 없는 것. 가정에서 퇴비화를 할 수 없다는 건 거주하는 지자체에서 퇴비화 시설을 운영하고 있든지 민간 퇴비화 시설이 근처에 있지 않으면 완전히 퇴비화할 수 없다는 것과 같다. 이런 전용 퇴비화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조건 하에 있는 사람은 미국에서도 27% 밖에 안 된다. 나머지 73%는 퇴비화 가능이어야 바이오 플라스틱을 입수해도 가능한 일인 만큼 결국 매립 쓰레기로 전락하게 된다는 얘기다.

바이오 플라스틱과 비바이오 플라스틱으로 1:1 비교를 하는 건 어렵다. 기존 플라스틱은 원료에 석유를 사용하기 때문에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생산할 때 이산화탄소 배출이라는 의미에선 바이오 플라스틱 쪽이 적다. 한 연구에선 미국 내 플라스틱 원료를 모두 옥수수 등으로 바꾸면 온실가스 배출을 25% 줄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바이오 플라스틱이 과제를 만들어내는 것도 사실이다. 기존 플라스틱과 바이오 플라스틱을 비교한 40개 이상 논문을 조사한 연구가 2021년 발표됐는데 그 결과 많은 논문에서 바이오 플라스틱 생산에 있어 중요한 요소 예를 들어 토지나 물 이용이 고려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바이오 플라스틱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전체적으로 보고, 평가되지 않은 것이다.

자연 원료로 만들어졌지만 이를 가공하기 위해 바이오 플라스틱에는 해로울 수 있는 화학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플라스틱이 분해되면 이 물질도 자연 환경에 방출되어 버린다. 이런 물질 대부분은 전통적인 플라스틱에 포함된 것과 같다. 최근 연구에선 바이오 플라스틱에 포함되는 화학물질은 기존 플라스틱처럼 유해하다고 한다.

퇴비화가 가능한 소재라고 해도 퇴비기가 바이오 플라스틱을 환영한다고만 할 수도 없다. 2019년 미국 오리건주 퇴비 제조 단체가 퇴비화 가능한 식품 포장이나 식기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단체 측이 꼽은 이유는 몇 가지가 있지만 먼저 퇴비화 기능이라고 해도 반드시 퇴비화할 수는 없다는 것. 퇴비화 가능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게 혼합되기 쉽다. 또 퇴비화할 수 있는 플라스틱만을 사용해도 이게 들어간 퇴비는 판매하기 어려워 버린다. 바이오 플라스틱으로부터 나오는 화학물질이 토양에 방출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퇴비화가 가능한 제품은 가격이 높을 뿐 아니라 시설 운영 비용도 높여 퇴비 판매력을 약화시킨다고 말한다. 퇴비화 가능한 포장은 배출 제로 달성 수단으로 프로모션되지만 실제로는 퇴비 제조업자에 의한 재생 소재 효율 처리를 방해하고 있다. 재사용할수 있는 식기야말로 환경에 있어선 반드시라도 해도 좋을 만큼 최선의 선택일 수 있다.

바이오 플라스틱 매립은 퇴비화가 불가능한 경우 최종 수단이지만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킨다. 매립지 환경 조건은 많은 생분해 가능, 퇴비화 가능 플라스틱 분해를 일으키는 것과 같지 않기 때문에 결국 이들은 분해하지 않은 채로 남겨진다. 또 분해해도 추가 온실가스 발생을 초래한다.

퇴비화 가능 제품이 매립지에 도달하는 건 미국에는 상용 퇴비화 시설이 적기 때문에 자주 있는 일이지만 환경 부하는 커진다. 이유는 바이오 플라스틱은 이산화탄소 30배 유해한 온실가스인 메탄을 방출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생분해 가능 플라스틱이라고 하면 플라스틱이 흙 속에 녹아들어가는 그림을 상상할 수 있다. 하지만 바이오 플라스틱도 바다나 강에 들어가면 야생 동물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생분해되지 않는 타입 바이오 플라스틱이라면 더 그렇다.

전통적인 플라스틱에서 자주 언급되는 마이크로 플라스틱 문제로 마찬가지다. 지구 전체에 퍼져 인간 피속으로 들어가는 마이크로 플라스틱을 바이오 플라스틱이 만들어낼 가능성도 있다. 최근 논문에선 바이오에서 비롯된 마이크로 플라스틱이라도 기존처럼 인체나 생태계에 악영향을 주는 걸 나타내는 것도 있다.

바이오 플라스틱을 퇴비화하기 쉽게 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바이오 플라스틱에 의존하는 건 상처에 밴드를 붙이는 행위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어떤 면에선 플라스틱 원료가 옥수수나 사탕수수라도 원유나 에탄이라도 큰 의미는 엇다. 아무리 화학물질이 빠져도 모두 매립지나 소각장, 바다에 도달하면 그 과정에서 수많은 온실 효과 가스를 배출할 수 있다. 만일 플라스틱 중 뭔가를 선택해야 하고 바이오 플라스틱을 받아들이는 것 같은 퇴비화 시설을 쓸 수 있는 환경이라면 퇴비화 가능한 바이오 플라스틱을 선택하는 건 나쁘지 않다. 하지만 정말 해야 할 일은 바이오 플라스틱에 모든 해를 요구하는 게 아니라 더 긴 안목으로 지속 가능한 방법을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한때 우유는 재활용할 수 있는 유리병으로 배달됐다. 코카콜라 등도 마찬가지였다. 코카콜라는 최근 2030년까지 제품 25%를 리필 리턴 가능한 용기로 판매한다고 발표했다. 이런 리필, 리턴 가능 용기가 더 유망하고 혁신적일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뉴스레터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