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레시피

전기車 시대…과제로 떠오른 배터리 재활용

전기를 에너지원으로 모터로 주행하는 전기자동차는 화석연료를 이용하는 내연기관을 갖지 않기 때문에 주행 중 이산화탄소나 질소산화물을 배출하지 않고 환경친화적인 이동수단으로 최근 급속하게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이런 전기 자동차 시대가 도래하면서 동시에 우려되는 건 전기 자동차에 탑재되어 있는 배터리 폐기와 재활용 문제다.

전기 자동차 배터리는 복잡한 엔지니어링 기술 결정이며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전기 자동차에서도 사용하는 부품이지만 언젠가 수명이 되어버려 사용할 수 없게 되면 배터리 폐기나 재활용이 문제다. 배터리를 매립지에 버리면 중금속 등 독소가 유출될 가능성이 있지만 배터리를 재활용하는 건 곤란하고 때론 발화나 유해물질 확산이라는 위험도 수반하고 있다.

영국 레스터대학 재료과학 연구팀은 현재 나와 있는 전기 자동차 배터리 대부분은 실제로 재활용되도록 설계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전기 자동차 대수가 적을 때에는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2021년 이미 전 세계 1,100만 대에 이르는 전기 자동차가 달리고 있으며 2030년까지 적어도 1억 4,500만 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면서 이 같은 사실이 문제라는 걸 깨닫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각국 정부가 전기 자동차 배터리 재활용을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중국에선 2018년 배터리 부품 재이용 촉진을 목적으로 한 규칙을 도입했으며 유럽연합 EU도 2022년 중 배터리 재활용 요구 사항을 결정할 예정이다. 미국에서도 캘리포니아주를 비롯한 여러 주에서 독자 규칙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며 에너지부가 배터리 재활용을 연구하는 리셀(ReCell) 센터에 1,500만 달러를 투자했다. 배터리 재활용을 진행하는 건 소수 국가가 산출하는 희소 광물 의존도를 줄여 자원 이용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국가 안보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전기 자동차 배터리는 기본적으로 중첩 구조로 메인 팩이 여러 모듈로 나뉘어져 있으며 안에는 더 작은 리튬이온 배터리 셀이 늘어서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에는 리튬이나 흑연이 사용되고 있지만 이들은 너무 저렴해서 재활용이 경제적이지 않기 때문에 주로 캐소드에 사용되는 니켈이나 코발트 등 금속이 재활용 타깃이 되고 있다고 한다.

배터리 전체에서 보면 소량 밖에 사용되지 않는 니켈이나 코발트를 추출하기 위해 재활용업체는 셀을 재단하고 열처리를 해 유용한 금속을 회수하는 건식 제련이나 셀을 산 풀에 담그고 금속을 추출하는 습식 제련이라는 기술을 주로 이용하고 있으며 이들 2가지 기술을 조합하기도 한다고 한다.

건식 제련과 습식 제련은 각각 장단점이 있다. 예를 들어 건식 제련에는 비교적 안전한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한편 습식 제련은 건식 제련에선 얻을 수 없는 물질을 추출할 수 있지만 목적한 금속만 추출하는 게 곤란하고 건강상 위험이 있는 화학물질이 포함되어 버릴 수 있다. 연구자는 습식 제련 수법을 개선하려고 연구를 계속하고 있으며 니켈 외에 물질을 용해하는 용매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불행하게도 2가지 방법은 모두 대량 폐기물을 생성하고 온실가스 배출량도 많은 게 단점이다. 또 대다수 재활용업체는 코발트 재활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배터리 제조사가 코발트가 아닌 다른 금속을 사용하는 정책으로 전환할 경우 재활용 사업 전체가 파열될 가능성도 지적됐다.

여기서 건식 제련이나 습식 제련보다 이상적인 수법으로 여겨지는 게 배터리 캐소드를 처리하지 않고 그대로 재활용하는 방법이다. 이게 실현되면 더 간단하게 배터리 재활용이 가능하고 미국립재생가능에너지연구소(US National Renewable Energy Laboratory)는 이 기술이 적절한 조건 하에서 스케일업할 수 있다면 경제적으로도 실행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배터리 직접 재활용을 실현하기 위해선 제조사와 재활용업자, 연구자가 많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또 최근 배터리 시장은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오늘 제조한 캐소드를 10년 뒤 재활용하려고 해도 10년 뒤에는 어떤 회사도 해당 캐소드를 사용하지 않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더구나 문제가 되는 건 전기 자동차 배터리를 효율적으로 분해하는 건 어렵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닛산 리프 배터리는 해체에 2시간 걸리고 테슬라 배터리는 해체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연구자들은은 전기 자동차와 배터리 제조사에 대해 재활용을 염두에 둔 설계를 요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18년 전기 자동차 배터리 재활용을 촉구하는 규칙이 정해진 중국에선 BYD가 손으로 쉽게 제거할 수 있는 플랫셀을 개발하는 등 이미 다른 전 세계 지역에서 합쳐진 양보다 많은 리튬이온 배터리를 재활용하고 있다.

배터리 재활용에는 소비자와 제조사 어떤 쪽에 책임이 있을까. 이에 대한 대답 여부를 떠나 절대로 해체할 수 없는 배터리가 10년간 계속 생산되는 게 곤란하다는 건 분명하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뉴스레터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