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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이드 표준 탑재 앱의 갈림길

지난 7월 구글의 모바일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 제공 방법이 유럽연합경쟁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43 억 4,000만 유로 벌금이 부과된 바 있다. 유럽위원회가 구글이 스마트폰에 안드로이드를 번들로 넣으라고 강요해 유럽연합경쟁법을 위반했다며 이 같은 벌금 부과를 발표했던 것.

당시 유럽위원회는 구글플레이 스토어의 라이선스 조건으로 스마트폰 제조 기업에 구글 검색 앱과 크롬 등을 먼저 설치하도록 요구했다면서 특정 기업 단말 제조사와 이동통신 사업자에게 구글 검색 앱을 단말에 설치하는 조건으로 돈을 지불했다는 점, 안드로이드 앱을 뺀 안드로이드 기기 판매를 금지했다는 등 3가지를 이용해 구글이 자사의 검색엔진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위원회는 이 같은 사항이 유럽연합 경쟁법 위반이라면서 벌금을 지불하거나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의 전 세계 평균 매출액 중 5%를 지불하라고 명령했다. 유럽위원회 측은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 중 절반 이상이 스마트폰을 비롯한 휴대기기에서 나오며 스마트폰은 수백만 명에 달하는 유럽인 생활을 바꾸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글이 안드로이드 단말 제조사와 이동통신 사업자에게 스마트폰 트래픽을 구글 검색엔진에 연결하도록 강제했다면서 이는 유런연합의 독점금지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구글 CEO인 순다 피차이는 성명을 내고 안드로이드가 선택권을 줄여온 게 아니라 오히려 늘려왔다(Android has created more choice, not less)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위원회의 결정이 안드로이드가 iOS 등과 경쟁하고 있다는 사실은 완전히 무시하고 안드로이드 기기 제조사와 이동통신 사업자에게 안드로이드가 얼마나 많은 선택권을 제공하고 있는지 잊었다고 항의했다. 그는 구글이 지난 10년간 안드로이드에 엄청난 액수를 투자해왔고 안드로이드 플랫폼과 구글 앱 스위트를 무상 배포해왔다는 점을 들어 제조사나 이동통신 사업자에게 효율성 뿐 아니라 개발자와 소비자에게도 이익을 나눠왔다고 밝혔다.

그는 EU의 결정이 안드로이드 생태계 균형을 무너뜨리는 것이며 안드로이드를 지원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부정하는 행위라고 항의했다. 물론 구글은 지난 2017년에도 구글 쇼핑 검색 결과가 압도적인 점유율을 갖춘 구글 검색 결과에 항상 표시되는 게 반경쟁적 행위라는 이유로 24만 2,200만 유로 벌금을 EU로부터 부과받은 바 있다.

어쨌든 구글은 EU의 앞선 결정에 따라 구글플레이를 비롯한 구글 앱을 표준 탑재한 단말에 라이선스 비용을 부과할 방침을 밝혔는데 라이선스 비용은 대당 40달러를 예정하고 있다고 한다.

잘 알려진 것처럼 구글이 개발한 안드로이드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오픈소스 운영체제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단말에는 구글이 만든 앱이 내장되어 있다. 독점금지법 위반으로 걸린 건 이 앱의 제공 방식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구글은 EU 권역에서 안드로이드 기기에 자사 앱을 표준 탑재하지 않도록 하거나 탑재한다면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물론 구글플레이 같은 앱을 설치하지 않으면 다른 타사 앱을 설치하는 것 자체가 불편해질 수 있어 결국 라이선스 비용은 단말 가격 상승 형태로 소비자가 부담하게 될 것으로 보여진다.

이런 이유로 앞으로 EU 권역에서 안드로이드 기기를 제조하는 OEM이라면 폰에 구글 앱을 설치하지 않고 안드로이드만 설치해 제공하거나 라이선스 비용을 내고 구글 앱을 설치하는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라이선스 비용에 대해선 구글이 정확하게 밝히지 않았지만 외신에 따르면 앞서 밝혔듯 안드로이드 기기당 40달러 가량이 될 것이라고 한다. 대당 부과하는 라이선스 비용은 국가나 장치 종류에 따라 내년 2월 1일 이후 활성화된 기기에 적용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지불 사용료는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가장 돈이 많이 드는 쪽은 영국과 스웨덴, 독일, 노르웨이 등으로 이들 국가에선 500ppi 이상 화소 단말에 구글 표준 앱을 탑재한다면 라이선스 비용 40달러를 내야 한다. 픽셀 밀도가 400∼500ppi라면 20달러, 400ppi 이하라면 10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라이선스 비용이 가장 저렴한 국가는 저가형 기기당 라이선스 비용 2.5달러를 내게 될 것이라고 한다.

스마트폰은 픽셀 밀도에 따른 라이선스 비용을 내기도 한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9 같은 제품이라면 픽셀 밀도가 570ppi인 만큼 높은 라이선스 비용을 내게 된다. 스마트폰과 달리 태블릿의 경우에는 다른 라이선스 원칙을 적용한다. 태블릿은 기기당 라이선스 비용 상한가가 20달러라고 한다. 물론 제조사에 따라 구글과 따로 라이선스 비용을 협상할 수도 있지만 라이선스 비용 자체가 크게 바뀔 가능성은 낮다고 한다.

물론 OEM 입장에서 라이선스 비용 부담이 필요 없을 수도 있다. 구글이 크롬앱을 설치하는 업체를 대상으로 라이선스 비용 일부 혹은 전액을 커버해주는 별도 계약을 체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만 구글 측은 이 같은 계약에 대한 논평을 거부하고 있다.

또 구글은 크롬 앱을 표준 탑재한 OEM 업체에게 브라우저 검색 수익을 일부 인센티브로 지급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동시에 크롬 앱을 내장하지 않은 업체에 대해선 인센티브를 일절 지급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계약에 적혀 있다고 한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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