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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변을 재활용하려는 기술적 시도들

인간은 매일 당연한 것처럼 배뇨를 실시하고 있지만 소변을 흘리기 위해 수세식 화장실을 사용하는 것에 의한 담수 소비량은 상당히 많고 부적절한 하수 처리는 환경 오염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소변 재활용이 세계를 구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소변을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방법으로 재활용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농업이나 하수도 시스템으로부터 배수에 의한 주변 해역 오염에도 고민이 될 수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기대되는 게 소변 재활용인 것. 고틀랜드섬에선 2021년부터 스웨덴 농업과학대학 연구팀이 스타트업 새니테이션360(Sanitation360)과 제휴해 물을 사용하지 않는 특수 화장실을 여름 관광 시즌 중 배치하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이 실험에선 특수 화장실을 이용해 3년간 7만 리터 이상 소변을 회수하는 걸 목표로 하며 회수한 소변은 새니테이션360이 개발한 프로세스를 이용해 건조해 펠릿상에 성형한 게 보리 등을 재배하는 현지 농가에서비료로 이용될 예정이라고 한다.

소변이 원료가 된 비료를 사용한 보리는 비료가 없는 보리보다 크게 자란다. 새니테이션360 측은 자사 비전으로 전 세계 모든 곳에서 모두 이 방법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소변을 재활용하려는 시도를 하는 건 새니테이션360 뿐 아니라 미국과 호주, 스위스, 에티오피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전 세계 각지 그룹이 관련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이미 하수처리 시스테메서 소변을 분리하는 장치가 미국 오레곤주나 네덜란드 일부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파리 14구에선 대규모 주택에 소변 전용 화장실을 설치할 예정이다. 또 유럽우주기관 ESA도 파리 본사에 80개 소변 전용 화장실을 설치할 계획이다. 소변 전용 화장실은 일시적인 군사 기지와 난민 수용소, 도시 중심부 등 다양한 장소에 설치할 수 있다.

과학자가 소변 전용에 주목하는 건 소변이 질소나 인 등 영양소를 풍부하게 포함하고 있어 비료 등에 활용할 전망이 높기 때문이다. 인간은 현대에서 질소와 인비료 4분의 1을 대체할 만큼 소변을 배출하며 배수관에 흘리지 않고 회수해 방대한 양 담수를 절약하고 배수 시스템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소변을 비료로 재활용하는 방법으로는 여러 가지가 고안됐다. 첫째는 소변을 병원체가 죽을 때까지 저장하고 이후 그대로 토양에 살포하는 것. 이는 주로 저소득 지역 농부가 이용하기 쉬운 수단이다.

또 소변 전용 화장실 자체에 소변으로부터 도움이 되는 성분을 추출하는 시스템을 갖춰 가정마다 필요한 성분을 회수, 수송하는 방법이나 소변 전용 화장실에 건조한 소변만 회수하는 장치를 구비하는 방법도 있다. 건물 전체에서 건조한 소변만 집적하는 탱크를 갖추는 방법도 고안되어 있다.

미국 3개주에서 소변 전용 시스템을 채택한 경우를 시뮬레이션한 연구에선 소변 전용 시스템을 가진 곳에선 하수 시스템으로부터 온실 가스 배출량이 47%, 에너지 소비 41%, 담수 사용량 50%, 배수로부터 영양 오염 64%까지 줄일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렇게 소변 전용에는 큰 가능성이 숨겨져 있지만 인간과 밀접하게 관련된 분야에서 전환을 일으키는 데에는 기술적 제약 뿐 아니라 감정적 문제도 일어날 수 있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에 걸쳐 개발된 초기 소변 전용 화장실은 소변을 축적하는 작은 그릇이 존재하는 점이나 냄새가 신경 쓰이는 점으로 소비자가 소변 전용 화장실을 심리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다반에선 2000∼2002년 콜레라 유행으로 많은 사람이 화장실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가 되면서 물을 사용하지 않는 드라이트 화장실 설치가 진행됐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화장실이 없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했지만 대다수는 돈에 여유가 생기면 부유층이 사용하는 수세식 화장실을 이용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오스트리아 디자인 기업인 EOOS는 사용자가 소변을 누는 장소와 소변을 씻는 물을 흘리는 장소를 미묘하게 나눠 액체가 표면을 전달하는 주전자 효과를 이용해 소변을 분리한 화장실 디자인을 개발했다. 소변이 걸린 화장실을 물로 씻어내는 기존 수세식 화장실 장점을 유지한 이 화장실이라면 소변 전용 화장실에 흔히 있는 냄새도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고 한다. 다반에서도 소변은 분리하고 대변은 씻어내는 화장실을 테스트하고 있으며 이 화장실이 보유층에도 받아들여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소변 전용을 진행하려면 단순히 화장실로 소변을 분리할 뿐 아니라 소변을 비료로 사용할 수 있는 형태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된다. 병원균이 죽을 때까지 보관, 농지 살포가 용이한 농촌에선 비교적 간단하지만 도시에선 수송이나 보관 비용이 문제가 된다. 소변 95%는 물이기 때문에 연구자는 개별 화장실과 건물 단위로 수집한 소변을 건조시키고 영양소를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소변에서 영양소를 추출하는데 있어 문제가 되는 건 소변에 포함된 요소를 비료로 이용하는데 가수분해하면 유독 암모니아가 되어버린다는 점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는 휘발성 암모니아를 비휘발성 질산암모니아로 변환해 용액을 농축하는 것이나 소변에 구연산을 첨가해 이온 농도를 변화시켜 가수분해가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게 고안되고 있다.

또 소변 활용 방법에는 비료 뿐 아니라 미생물연료전지에 소변을 이용해 발전하거나 소변을 이용해 벽돌을 만드는 것 등도 고안되고 있다. ESA는 우주비행사 소변을 월면 기지 건재로 하는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소변 전용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에는 여러 장벽이 존재하지만 많은 연구자가 여전히 구현할 가치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용환 기자

대기업을 다니다 기술에 눈을 떠 글쟁이로 전향한 빵덕후. 새로운 기술과 스타트업을 만나는 즐거움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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