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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소련이 시도했던 금성 탐사 계획

우주 경쟁이 격화되던 1900년대 미국과 각축전을 벌이던 소비에트연방, 구 소련은 인류 사상 처음으로 월면에 탐사기를 보내는 데 성공한 데다 금성 지표에도 처음으로 탐사기를 도달시켰다.

금성 기압은 지구에서 말하는 수심 1km 지점 수압과 같고 태양에 이어 2번째 수준이다. 1961년 소련이 시작한 베네라(Venera) 계획에 의한 탐사기 베네라1호 발사가 진행됐다. 베네라 계획 목적은 우주 개발 경쟁이 격화되던 당시 소련이 미국을 떠나 금성에 탐사기를 도달시키는 데 있었다.

베네라1호에 이어진 2호, 3호 발사를 거쳐 1967년 10월 베네라4호가 발사된다. 베네라4호는 금성 대기권 돌입에 성공했다. 돌입시 온도는 1만 1,000도, 가속도는 450G에 달했지만 무사히 대기권을 통과해 데이터를 계속 보냈다.

통과 직후 기온은 39도, 대기압은 지구와 거의 같았지만 점차 두 수치가 상승하기 시작해 엔지니어 예상을 훨씬 웃돌기 시작했다. 미션 시작 93분 뒤 베네라4호는 상공 27km 지점에서 파괴됐고 붕괴 당시 측정치는 기온 530도, 22기압으로 기록되어 있다.

또 베네라4호가 금성에 돌입한 다음날 미국 탐사기 마리너5호가 금성에 접근해 금성 대기압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했다. 미국과 소련 양측 탐사기는 데이터를 통해 금성은 상상보다 훨씬 가혹한 환경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소련은 이어 베네라5호, 6호를 금성에 돌입시켜 각각 대기권 돌입부터 53분, 51분간 데이터를 수집, 송신시키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1970년 지금까지 모든 데이터를 근거로 내식성과 내열성, 내압성을 강화한 베네라7호를 발사한다. 베네라7호는 잠수함 설계에서 힌트를 얻어 압력에 강한 계란 같은 형태로 설계됐으며 낙하산 펼치는 거리가 더 지상에 가까운 위치가 되는 등 변경이 가해졌다.

베네라7호는 4개월 비행 후 1970년 12월 금성에 도착했다. 낙하산은 의도대로 작동하고 대기권에 돌입한 뒤 35분간 데이터를 계속 전송했다. 하지만 낙하산이 도중에 용해되면서 베네라7호는 60km/h로 지상에 낙하해버렸고 이후 신호가 끊어져 버린다. 엔지니어는 베네라7호 파괴를 예상하고 있었지만 이후 몇 개월간 전파 천문학자가 미약한 전파를 확인하면서 베네라7호가 살아있는 것으로 판명됐다. 이 발사는 나중에 금성 탐사로 가는 길을 크게 개척하게 됐다.

이후 카메라가 탑재된 탐사기가 발사되어 금성 모습이 구체적으로 밝혀진 게 1970년 10월. 베네라9호와 10호는 며칠에 걸쳐 금성에 투하되어 바위와 흙, 수평선, 바람 존재를 지구에 알리게 됐다. 이 발사는 소련에게 눈부신 성공을 안겨줬다.

이후 베네라13호와 14호가 발사되어 오렌지색 하늘 컬러 사진 촬영이나 마이크로 주운 환경음 수집에 성공했다. 하지만 대기권으로 돌입한 기체는 이게 마지막이었고 계속되는 15호와 16호는 궤도상에서 금성 지형을 맵핑하는데 머물렀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용환 기자

대기업을 다니다 기술에 눈을 떠 글쟁이로 전향한 빵덕후. 새로운 기술과 스타트업을 만나는 즐거움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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