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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가 찜한 혁신 벤처 기업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BEV(Breakthrough Energy Ventures)라는 에너지 관련 기업 투자 펀드를 설립했다. BEV에는 빌 게이츠 외에도 인도 사업가인 무케시 암바니(Mukesh Ambani),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 전 뉴욕 시장인 마이클 블룸버그, 영국 사업가 리처드 브랜슨,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 등 세계적인 억만장자 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BEV는 10억 달러 규모에 이르는 거대한 펀드로 지구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혁신 벤처 기업에 투자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이런 거대 펀드로부터 투자를 받을 벤처 1기는 어디일까. 지난 6월 외신 보도에 따르면 폼에너지(Form Energy)와 퀴드넷에너지(Quidnet Energy) 2곳에 투자를 결정했다는 내용이 공개된 바 있다. 그리고 이번에 새로 7개 기업이 BEV의 투자 목록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첫째는 퀀텀스케이프(QuantumScape). 이 기업은 전기 자동차에서 주류 격인 리튬이온 전지보다 더 높은 출력 특성을 지녔고 전기 자동차 진화에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는 전고체 전지, 솔리드스테이트 배터리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다음은 커먼웰스퓨전시스템즈(Commonwealth Fusion Systems)로 고온 초전도를 이용한 핵융합로 연구를 하는 스타트업이다. 또 피벗바이오(Pivot Bio)는 기존 질소 비료를 대체할 미생물 비료를 개발하는 한편 질소 유출량과 오존층을 파괴하는 작용을 하는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억제하는 연구를 하는 생명공학 기업이다.

또 카본큐어(CarbonCure)는 콘크리트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기존 콘크리트보다 강도가 높은 콘트리트를 만드는 기업이며 페르보에너지(Fervo Energy)는 컴퓨터 모델링과 수평 시추 기술을 이용해 지열 발전 비용 절감을 시도하는 스타트업이다. 다음은 DMC바이오테크놀러지스(DMC Biotechnologies). 이 기업은 미생물에서 바이오 연료 등 고부가가치 화학물질을 만드는 기업이다.

제로매스워터(Zero Mass Water)는 태양과 배터리 힘을 이용해 공중에서 물을 끌어오는 패널을 만드는 기업이며 폼에너지(Form Energy)는 몇 주나 몇 개월에 걸친 장기간 동안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배터리 2종을 개발하는 곳이다. 마지막으로 퀴드넷에너지(Quidnet Energy)는 지하에서 끌어올린 물을 이용해 수력 발전을 하는 기술을 개발해 수력 발전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이다.

빌 게이츠는 이전부터 수많은 환경 문제를 다루는 에너지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를 해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에너지 관련 벤처 투자는 소프트웨어 벤처 투자와는 다르다는 걸 알게 됐다. 에너지 관련 혁신에는 큰 돌파구가 필요하다. 장기간에 걸쳐 막대한 투자를 해야 비로소 힘겹게 기술을 얻어낼 수 있는 것이다. 또 중요 기술을 보유한 연구자를 지원해 연구원에서 기업가로 성장시킨다는 관점도 필요하다.

BEV는 이런 점에선 참을성과 유연한 사고를 보유한 펀드라고 할 수 있다. 투자할 만한 벤처를 찾기 위해 140개가 넘는 학술 기관이나 대기업, 과학자나 엔지니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중요 기술에 대한 전문 지식도 수집한다. BEV에서 투자 받을 기업은 과학적으로 가능하다고 생각되는 기술을 BEV 측에 공개하고 적어도 1년에 5억 톤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줘야 한다.

투자 금액은 개발 단계나 필요에 따라 다르지만 기업당 20만 달러에서 2,000만 달러 사이라고 한다. BEV는 기업마다 얼마나 투자했는지 밝히지 않고 있지만 지금까지 총액은 1억 달러 가량이라고 한다. 10억 달러에 이르는 전체 규모를 고려하면 아직 여유가 있는 것이다.

BEV는 앞으로 다양한 에너지 관련 분야에 투자할 전망이지만 1기 투자 시점 기준으로는 북미 지역이 많다는 공통점이 있다. 투자는 시간이 지나야 다양성도 늘어나 글로벌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 BEV가 투자한 기업은 앞서 공개한 곳이 전부가 아니라 기업명 공표를 원하지 않는 곳도 있어 비공개가 추가로 있다고 한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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