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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AI로 노후 하수도 관리한다

가정으로부터 생활 배수나 공장 배수 등이 흐르는 하수도는 정기 점검이나 노후화된 장소 보수 등이 필요하지만 온갖 오물이나 폐기물에 묻혀 쥐 같은 작은 동물도 서식하는 하수도 내를 점검하는 건 상당한 비용이 든다. 노후화된 인프라 정비가 과제가 되고 있는 미국에선 최신 기술을 활용한 로봇이나 AI를 도입해 하수도 문제에 대처하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배수나 빗물이 흐르는 하수도 내부에선 배수와 함께 흘러나온 유지나 오물, 화장지, 원래 흘려서는 안 되는 젖은 티슈나 종이 기저귀 등 폐기물이 팻버그(fatberg)라고 불리는 덩어리가 되어 막힘이나 유독가스를 발생시켜 문제가 되고 있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하수도는 시간이 지나면서 열화가 진행되기 때문에 정기 유지보수나 문제에 대해 보수를 해야 한다. 수명이 지난 하수관을 그대로 방치하면 기후 변화에 의한 폭우 등에 대처할 수 없게 되는 것 외에 환경 보호를 위한 엄격한 규제에 준거할 수 없게 되어 버린다. 또 하수도 시스템이 고장 나면 하수가 넘치는 것에 의한 감염증 만연이나 홍수, 하천이나 호수, 바다 등을 오염시키는 등 환경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오물이나 팻버그가 쌓인 하수도 점검 작업은 곤란하고 미국 지하 공간에 존재하는 139만km 하수관 대부분은 원래 대규모 수선이나 교환 시기를 크게 넘었다. 미국토목학회 조사에 따르면 2019년 미국 배수 인프라 관련 총 지출은 480억 달러였지만 필요한 지출 총액은 1,290억 달러이며 810억 달러도 예산이 부족하다고 한다. 이미 하수도 정비에 따라 수많은 지자체가 1972년 제정된 수질정화법을 위반하고 있는 걸 알 수 있다.

여기에서 도시나 하수도 점검과 수선 서비스를 맡은 사업자는 하수도 내에서 날 수 있는 드론이나 하수 중을 이동 가능한 로봇, AI 등을 이용해 하수도 관리(maintenance)에 드는 비용을 삭감하려 하고 있다.

점검 분야에 특화된 드론 기체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인 플라이어빌리티(Flyability)는 하수도 내를 날 수 있는 충돌 내성을 가진 드론을 개발하고 있다. 플라이어빌리티 드론 조종사는 유럽과 아시아, 남북아메리카 지하에 있는 하수도를 조사했다고 밝히고 있다. 중국에선 960년에서 1279년에 존재한 송 시대 건설된 하수도 내에서 드론을 날려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계단 등을 발견했다. 미국에 있는 하수도는 물론 송 시대보다 새로운 것이지만 지하에 묻혀 있는 배수 시스템 전용이 파악되어 있지 않은 게 많다고 한다.

수중을 이동할 수 있는 원격조작 차량을 개발하는 딥트래커(Deep Trecker)는 원래 난파선 수색을 위해 설립한 기업이지만 인프라 정비를 하청하는 사업자로부터 예기치 않은 수요가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많은 하수도 점검 사업자가 딥트래커 등이 제조하는 원격 조작 차량을 이용해 하수관을 탐색하고 있다는 것. 하수도 내를 점검하는 차량은 세균 등 오염이나 유지, 부식성 황화수소 가스 등에 1일 몇 시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대당 가격도 수천만 원대에 이른다.

또 원격 조작 차량에 탑재한 카메라 영상에서 인간이 육안 검사하는 게 아니라 AI를 이용해 문제를 자동 특정하는 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 2019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설립된 수어AI(Sewer AI)라는 스타트업은 계약한 도시에 하수도 검사를 할 때 영상을 보내달라고 해 하수관 문제를 식별하는 AI 교육을 실시했다.

미국 내 150개 이상 지자체에서 하수도 검사를 담당하는 HK솔루션즈그룹(HK Solutions Group)은 매달 60km 하수관 동영상을 수어AI에 보내 문제를 자동 식별하고 추적하고 있다. 회사 측은 AI를 도입한 결과 지금까지 인정된 검사원이 수주일에서 수개월에 걸쳐 처리하던 점검 작업이 지금은 최단 1일 완료할 수 있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캘리포니아나 콜로라도에서 상하수도 인프라 재무국장을 맡았던 관계자에 따르면 원격 조작 차량을 이용해 인간 검사원이 배수 시스템 문제를 조사할 경우 에러율을 20%였다고 한다. 인간은 지쳐서 수중에 흐르는 뭔가나 쥐에서 신경 써 문제를 놓친다고 지적한다. 이에 비해 인공지능은 인간과 달리 피곤하거나 다른 것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한다.

지자체가 관리하는 하수관을 완전히 맵핑할 수 있다면 네덜란드에 본거지를 둔 수어로보틱스(Sewer Robotics) 등이 개발하는 하수관 수리용 로봇을 투입해 하수관을 파지 않고 수리할 수 있다. 이 회사 로봇은 하수관에 물이 흐르고 있는 상태에서도 가동 가능하며 워터커터로 팻버그 등 장애물을 날려 버리고 누수한 부분을 자외선으로 경화하는 플라스틱으로 덮어 보수할 수 있다고 한다.

유럽에선 하수도 시스템 정비에 최신 기술을 도입하는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지만 미국 하수도 시스템에선 아직이다. 로봇과 AI 도입으로 지자체와 계약 업체가 하수도를 지금까지보다 빠르고 저비용으로 점검하고 보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용환 기자

대기업을 다니다 기술에 눈을 떠 글쟁이로 전향한 빵덕후. 새로운 기술과 스타트업을 만나는 즐거움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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