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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8배…메갈로돈에 얽힌 전설들

동물 중에는 가장 장수하는 것으로 알려진 그린란드 상어(Greenland shark)나 세계 최대 발광 동물인 카이트핀 상어(Dalatias licha) 등 상어는 엄청난 능력과 특징을 갖는 게 많이 존재한다. 그 중에서도 약탈자로는 사상 최대 체격을 갖고 있는 고대 거대 상어인 메갈로돈(Megalodon)은 단연 눈길을 끈다.

메갈로돈 이빨 길이는 10∼12cm에 달하는 것도 있었기 때문에 중세 유럽인은 메갈로돈 이빨 화석을 드래곤 혀끝이 눌린 것으로 생각하기도 햇다. 17세기 무렵에는 메갈로돈 이빨이 독을 끄는 이상한 부적으로 소중히 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메갈로돈은 연골어류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전신 골격이 발견되지 않지만 치아 화석은 비교적 잘 찾을 수 있다. 메갈로돈 이빨이 1∼2주마다 대체되기 때문에 추산으로 메갈로돈 1마리가 일생 동안 만드는 치아가 4만 개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런 치아 일부가 해저에 가라앉아 화석이 되어 현대까지 남은 것이다.

Carcharodon megalodon (Agassiz, 1837)

일설에 따르면 메갈로돈은 몸길이가 17.9m에 달하며 무게는 최대 65톤도 있었다고 한다. 아프리카 코끼리 체중이 5.8∼7.5톤 가량이라는 걸 감안하면 메갈로돈은 현생 육지 동물 중 가장 큰 아프리카 코끼리보다 8배 이상 무게가 나갔다는 것이다. 백상아리의 평균 체장인 4∼4.9m, 무게 680∼1,100kg에 견주면 메갈로돈이 얼마나 거대한지 알 수 있다.

메갈로돈의 턱 힘은 티라노사우루스보다 6∼10배라고 하며 이는 알려진 어떤 동물보다 강력하다. 추정에 따르면 메갈로돈의 교합 능력은 최댜 18만 뉴턴 이상이었다고 한다. 이에 비해 백상아리 교합 능력은 1만 8,219뉴턴, 인간은 1,317뉴턴에 지나지 않는다.

메갈로돈 중 가장 오래된 화석은 지금부터 2,000만 년 전이며 360만 년 전 멸종까지 1,700만 년간 최대 육식 동물로 바다에 군림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비해 인류는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하고 아직 30만 년 밖에 되지 않았다.

이렇게 오랫동안 메갈로돈이 먹이사슬 정점에 있을 수 있던 건 바다에서 가장 큰 육식 동물로 다른 동물 대형화를 방지하고 위협이 되는 걸 막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메갈로돈 서식과 고래 진화를 주제로 한 2014년 연구에선 고래는 메갈로돈 멸종 직후에 급격하게 몸이 커졌다고 한다.

메갈로돈은 거대한 상어지만 같은 시대에는 체장이 3∼18m나 되는 대형 고래인 레’비아탄 멜빌레이(Leviathan melvillei)도 서식하고 있었다. 레’비아탄 멜빌레이라는 학명은 구약성경에 기록된 바다 괴물인 리바이어던(Leviathan)에서 따온 것이다.

레’비아탄 멜빌레이가 메갈로돈과 직접 싸웠는지 여부는 불분명하지만 레’비아탄 멜빌레이에 오래 날카로운 이빨이 있었다는 걸 보면 당시 바다에서 먹이를 둘러싼 양측간 생존 경쟁이 벌어지고 있었다고 추측된다.

메갈로돈 태아는 태어나기 전에 어미 자궁 안에서 형제를 먹고 성장 공간을 확보하고 출산할 때에는 몸길이가 2m에 도달했다고 한다. 상어 태아가 동족상잔하는 건 자궁 동족상잔이라고 하며 백상아리에서도 같은 행동이 관찰되고 있다.

오랫동안 바다를 지배하던 메갈로돈이지만 360만 년 전 지구가 한랭화되기 시작하며 서식지가 크게 좁아졌다. 메갈로돈은 항온 동물처럼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없는 반면 특수 혈관과 근육에 의해 주위 해수보다 체온을 높게 유지 능력을 가진 중온 동물이다. 하지만 플리오세 말기에 수온이 저하되어 바다가 얼기 시작하고 먹이였던 고래와 물개, 바다거북 등이 추운 바다에서 탈출하면서 결국 멸종한 것으로 보인다. 거대 생물도 쉽게 말해 찬물에 멸종당한 셈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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