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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지진을 미리 예측할 수 있다면…

크라카타우 산(Krakatau)은 인도네시아 남서부 자와섬과 수마트라섬 사이에 위치한 크라카타우섬에 위치한 활화산이다. 이곳에서 1883년 발생한 화산 폭발은 인류가 기록해온 사상 최대 화산 폭발로 남아 있다. 전 세계적으로 남아 있는 기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보면 폭발음은 5일간 지구를 4바퀴나 돌았다고 한다.

당시 일어난 폭발은 굉음이 2,100km 떨어진 인도에도 엄청난 소리가 총을 발사한 것처럼 났다는 기록이 남아 있고 3,200km 거리에 위치한 파푸아뉴기니에서도 북서 방향에서 대포 같은 소리가 여러 번 들렸다는 기록, 4,800km 먼 아프리카 섬에서도 동쪽 방향에서 포 소리 같은 게 들렸다는 기록이 있다. 폭발음은 전 세계 50곳에서 들린 것으로 기록되어 있고 지구 전체 중 13%에 달한다. 또 분화로 높이 30m에 이르는 거대한 해일이 발생해 섬 주변에 있던 165개 마을이 완전히 사라졌고 사망자 수는 3만 6,417명, 많으면 12만 명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화산 폭발이 발생해도 그렇지만 이 같은 현상은 지진을 불러온다. 지진은 자연적 원인으로 지구 표면이 흔들리는 것으로 단층면에서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변위를 뜻한다. 지각이나 맨틀 안에 있는 암석이 파괴되면서 일어나는 것. 물론 앞서 언급한 화산 활동으로 일어나는 지진은 일반 지진과 구별해 화산성 지진이라고 부른다.

지난해 미국 콜로라도대학과 몬타나대학 공동 연구팀은 지구 자전 속도 변화를 이유로 올해 큰 지진이 다수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이유는 지구 자전 속도 변화를 들고 있다. 지구 자전 속도는 하루에 몇 ms만 늦어지는데 이런 저하는 몇 년을 주기로 단숨에 속도를 높여 해소된다. 자전 속도 변화는 사소한 것이어서 사람이 느낄 수 없지만 원자시계를 이용하면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연구팀은 지구의 자전 속도가 32년마다 증감을 반복하는 주기에 있다는 걸 발견했다고 한다.

이를 분석하면 자전 속도가 빨라지기 직전 4년간 매일 속도가 감소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연구팀은 지구 자전 속도 변화가 미치는 현상으로 거대한 지진 다발 가능성 징후도 발견했다고 한다. 조사에 따르면 지난 몇 세기간 지구 자전 속도가 감소하고 증가로 돌아서는 5년째 주기에서 리히터 규모 7.0 이상 거대한 지진이 급격하게 늘었다는 것이다.

지구 자전 속도 변화와 거대한 지진 발생의 관련성은 지구 핵이 철과 니켈을 주성분으로 한 고체인 내핵과 액체인 외핵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주위를 액체인 멘틀이 덮고 맨틀에 지각이 올라가는 구조라는 과학적 근거를 생각해볼 수 있다. 자전에 의해 지구 내부 액체 움직임에 변화가 생기고 이로 인해 지진이 발생하는 구조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 연구가 신빙성이 있을 수 있다는 것. 연구팀은 4년간 지구 자전 속도가 감소했고 올해가 5년째 반전 시기에 해당하는 만큼 추론이지만 거대 지진 수가 급격하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2017년 큰 지진은 6회 정도 밖에 없었지만 2018년에는 거대 지진이 20회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것이다. 실제 올해 기록을 찾아보니 올해 발생한 지진은 8월까지 18회. 이 중 리히터 규모 6.5 이상인 지진은 13회다. 이 중 리히터 규모 7.0 이상도 7회에 이른다.

지진이 발생하면 문제 중 하나가 큰 지진 이후 여러 번에 걸쳐 일어나는 여진이다. 그런데 최근 구글이 이 같은 여진을 인공지능을 통해 예측하려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여진은 대지진보다 진도는 낮지만 타이밍에 따라선 더 큰 피해를 줄 수도 있다. 다만 여진 발생시기와 규모는 정확하게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구글 연구팀은 하버드대학 졸업생인 포이베 드브리스(Phoebe DeVries)와 함께 여진 발생 위치를 딥러닝을 이용해 예측하는 데 도전하고 있다고 한다. 아직까지는 연구 과정 중이지만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는 과학 저널인 네이처에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지금까지 발생한 주요 지진 118건 데이터를 수집한 뒤 한꺼번에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셋으로 넣었다. 수집한 데이터는 시각화했다. 그리고 본 지진이 일어나 발생한 응력 변화와 여진 위치 관계를 분석하기 위해 신경망을 활용했고 분석을 통해 알고리즘이 유용한 패턴을 식별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 유용한 패턴을 바탕으로 연구에선 여진 위치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모델을 생성했다.

물론 아직까지 이 시스템은 부정확하지만 여진 예측을 위한 큰 걸음이 될 것이며 머신러닝 기반 예측 시스템은 여진 위험에 노출되는 지역에 대피 통지를 미리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 뿐 아니라 연구 과정에선 의도하지 않은 결과도 나왔다고 한다. 개발한 시스템이 지진이 발생할 때 중요한 물리량을 파악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 데이터셋에 신경망을 적용하면 예측 결과는 출력되는 게 아니라 예측에 중요하다고 보여지는 특정 요인 조합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자연현상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잠재적 물리 이론을 찾을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진 등 자연 재해 현상 예측에 인공지능을 활용하려는 시도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올초 미국 연구팀이 인공지능을 이용해 지진을 감지하고 위치를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인 컨브넷퀘이크(ConvNetQuake)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시스템은 인공지능을 이용해 크고 작은 지진을 감지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같은 지역의 경우 매년 1만 회에 달하는 지진이 발생한다고 한다. 물론 지진 대부분은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또 자연 발생이 아니라 석유나 가스 업체가 산업 폐수를 지하 깊숙한 곳까지 주입하는 것 같은 원인도 포함된다.

컨브넷퀘이크는 딥러닝 지진 감지 위치 추적 시스템이다. 알고리즘을 이용해 흔들림이 자연 발생적인 것인지 혹은 인위적인 것인지 여부를 지진동 측정치를 통해 구별해낸다. 오클라호마 지진 활동을 실제 조사한 결과 지질조사국이 기록한 지진보다 17배 이상 지진을 감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컨브넷퀘이크는 지진 검출 결과 개선에 도움이 되지만 지진 활동을 효과적으로 탐지하고 분류할 수 있다면 지진 발생 전조를 감지하고 중요한 정보를 빠르게 제공해 경고할 수 있을 가능성도 기대되고 있다. 이렇게 지진 등 자연 재해 현상을 미리 예측하는 일에도 AI가 활용되고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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