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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디즈니·아마존 ‘스트리밍 삼국지’

월트디즈니컴퍼니가 오는 2019년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월트디즈니컴퍼니 회장이자 CEO인 로버트 아이거가 올해 3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넷플릭스의 움직임을 감안할 때 디즈니가 자체 서비스를 내놓는 건 1년 뒤 그러니까 2019년 4분기 즈음이 될 것이라고 밝힌 것. 그는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구축하는 시간도 걸리는 만큼 실제로 서비스 시작 일정을 정확하게 밝히지는 않았지만 내년 안에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라는 의지는 분명히 했다.

월트디즈니컴퍼니는 지난 2016년부터 올해까지 공개된 디즈니의 극장용 영화 방영권을 넷플릭스에 연간 3억 달러 가량에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상태다. 하지만 이 계약은 내년 끝나게 된다. 다만 디즈니가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에 직접 진출하게 된다면 지금까지와 같은 수익을 올리려면 최소한 4,000만 명이 이상이 월 6달러 상품에 가입해야 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고 한다.

물론 디즈니의 의지는 확실하다. 아이거 회장은 스트리밍 서비스가 디즈니의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한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성공시키기 위해 자사의 풍부한 자금과 콘텐츠를 전력 투입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디즈니 콘텐츠 뿐 아니라 서비스 유지나 결제 등 인프라 강화를 위해 MLB를 만든 스트리밍 기업인 BAM테크(BAMTech)를 26억 달러에 인수하기도 했다.

디즈니는 BAM테크 주식 절반 이상을 취득했다고 밝힌 직후 넷플릭스와 맺은 라이선스 계약을 2019년 끝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디즈니가 BAM테크 주식 42%를 15억 8,000만 달러에 인수한 건 스트리밍 기술과 마케팅 서비스, 데이터 분석 노하우를 취하기 위함이다. 이들 기술을 콘텐츠 제작와 소비자에게 직접 연결, 시장 변화에 빠르게 적응할 유연성을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동시에 디즈니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자사 브랜드를 활용할 기회이자 새로운 성장 전략으로 규정하고 있다.

디즈니는 그 뿐 아니라 계속 통큰 쇼핑을 해왔다. 지난 7월에는 21세기폭스를 713억 달러(한화 79조 원대)에 인수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인수를 마무리하면 디즈니는 업계 3위 스트리밍 서비스인 훌루(Hulu)를 지배하게 된다. 아이거 회장은 훌루를 손에 넣는 게 디즈니의 스트리밍 전략에 부합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디즈니는 화려한 콘텐츠와 IP를 쥐고 있다. 스타워즈 시리즈와 마블(Marvel Cinematic Universe)이 대표적이다. 또 겨울왕국 같은 디즈니 작품 외에도 토이스토리를 비롯한 픽사 작품, 디즈니 주니어, 디즈니 XD 등 다양한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올해 디즈니는 스타워즈 관련 드라마와 새로운 시리즈 제작을 발표하기도 했다. 아이거 회장은 이들 시리즈를 자사의 스트리밍 서비스로 내보낼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또 엑스맨과 데드풀, 아바타, 킹스맨 등 21세기폭스가 배급하는 영화 역시 적극적으로 서비스할 방침이다.

이 중 넷플릭스를 통해 서비스되는 마블 영화는 앤트맨과 와스프(Antman ant the Wasp)가 마지막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또 스타워즈 시리즈의 경우 연초 아이거 회장이 새로운 시리즈 제작을 밝히면서 영화와는 전혀 다른 작품이 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디즈니의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이들 스타워즈 작품을 제공하면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하는 데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 외에도 디즈니는 산하에 스포츠 전문 채널인 ESPN을 보유하고 있으며 MLB와 NHL, MLS 등에 대한 송신권도 확보하고 있다. 디즈니는 BAM테크 합병에 따라 ESPN 앱 확장판을 낼 계획을 밝히면서 스포츠 마니아를 위한 앱을 통해 모든 스포츠 콘텐츠를 즐길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보도된 바에 따르면 디즈니가 직접 운영할 스트리밍 서비스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디즈니가 보유한 스타워즈와 모든 마블 작품, 픽사 작품,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실사 영화를 포괄할 것으로 보인다. 디즈니가 보유한 방대한 라이브러리를 바탕으로 500편에 이르는 영화와 7,000회 이상 TV 시리즈가 될 것이라는 전망. 서비스 자체는 일반적인 정액제가 될 것이며 실사를 중심으로 한 신작 영화 5편과 TV 시리즈 4∼5편이 제작될 것이라고 한다.

디즈니의 이 같은 움직임은 넷플릭스와 아마존 프라임 등 기존 스트리밍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는 관전 포인트다. 넷플릭스는 전 세계 1억 명이 넘는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2분기 실적을 보면 회원은 515만 명이 늘었고 매출 3억 9,000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업계 1위 스트리밍 서비스로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이런 구도에 압도적인 자금력과 풍부한 콘텐츠를 보유한 디즈니가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에 나서게 된다면 어떤 결과가 펼쳐질까.

디즈니가 이렇게 2019년 넷플릭스와의 라이선스 계약 종료를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 시작을 공언한 건 넷플릭스 입장에선 상당한 충격이라고 할 수 있다. 디즈니와 넷플릭스가 스트리밍 관련 계약을 처음 맺은 건 2012년이지만 넷플릭스를 통해 디즈니 콘텐츠 서비스를 시작한 건 앞서 밝혔듯 2016년 9월부터다.

넷플릭스가 폭발적 성장과 사용자 수를 확보하고 있다지만 지난해 보도에 따르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하느라 200억 달러(한화 22조 원대)가 넘는 부채를 지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디즈니 작품까지 철수한다면 넷플릭스는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될까.

지난해 넷플릭스의 수석 콘텐츠 책임자인 테드 사란도스(Ted Sarandos)는 콘텐츠가 넷플릭스의 미래를 여는 열쇠라고 말한 바 있다. 지난해 넷플릭스는 디즈니 외에도 칸영화제와도 마찰이 있었지만 지난 2015년부터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투자를 계속 해왔다. 넷플릭스는 3년간 60억 달러를 여기에 지출한다. 올해도 연간 70억 달러를 예정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앞서 밝혔듯 200억 달러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장기 부채가 발생하는 셈이다.

테드 사란도스는 디즈니나 폭스 등이 이탈하기 전부터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거액을 투자해왔다는 점 때문에 되려 최근처럼 라이선스 제공자가 넷플릭스를 떠나는 경향이 뒤따른 측면도 있다고 풀이한다. 넷플릭스의 목표는 오리지널 콘텐츠 비중을 50% 이상으로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넷플릭스는 자사가 TV를 위한 옵션 서비스 중 하나가 아니라 필수 TV 서비스로 거듭날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이유로 넷플릭스는 할리우드와 대립을 하면서도 이 분야 전문가 확보에 주력하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지난 몇 년간 애니메이션이나 발리우드 같은 다른 분야 작품을 추가하는 일도 해왔다. 글로벌 성장을 추구하는 전략의 일환으로 오리지널 작품 외에 넷플릭스 서비스의 매력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려는 것이다.

그렇다면 넷플릭스가 내세우는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을 유효할까. 실제로 넷플릭스와 훌루, 아마존 프라임을 이용하는 고객은 모두 사용자마다 시청하는 콘텐츠 종류가 크게 다르다는 분석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엔터테인먼트 조사기관인 허브리서치(Hub Research)가 지난해 12월 주당 5시간 이상 영상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청자 1,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다른 것보다 오리지널 시리즈 인기가 37%로 가장 높았다. 이에 비해 아마존 프라임은 사용자 중 3분의 1이 넘는 39%가 영화를 주로 시청한다. 훌루의 경우 절반이 넘는 54%가 타사 영상 콘텐츠를 본다. 이 같은 결과는 넷플릭스가 기존 경쟁 업체보다 압도적으로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훌루의 경우 모기업인 디즈니와 폭스, NBC 등이 보유한 인기 콘텐츠를 쏠 수 있어 기존 콘텐츠나 영화가 아닌 시리즈물이 압도적으로 시청된다고 할 수 있다. 아마존 프라임은 지난 2006년부터 영화와 TV 프로그램 대여 서비스를 진행하다가 스트리밍 서비스로 확대 개편한 것이다.

넷플릭스 측은 올해 700편 가량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한다. 콘텐츠 제작에는 미국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참여한다. 국내에서 옥자를 찍었듯 지난해 독일에선 다크가 제작되기도 한 식이다.

또 넷플릭스는 새로운 유료 가입자를 확보하는 데에도 의욕을 보여왔다. 지난해 1분기 신규 가입자는 140만 명이었지만 넷플릭스에 가입한 유료 누적 가입자 수는 1억 명이 넘는다. 이 같은 움직임으로 디즈니 같은 공룡이 뛰어들어도 버티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넷플릭스의 지난해 말 유료 가입자 수는 정확히 1억 1,760만 명이라고 한다. 하지만 넷플릭스 측은 넷플릭스 회원이 아닌 인구가 지구상에 더 많다는 게 자사의 가능성이라고 말한다. 지속적인 사용자 확대를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오리지널 콘텐츠와 글로벌 서비스화, 압도적인 유료 가입자 수가 넷플릭스가 기대하는 미래 성장 동력의 기반인 것이다. 어쨌든 성장일로에 있는 스트리밍 시장을 독주하던 넷플릭스에게 만만찮은 적수가 등장한다. 콘텐츠 포식자(넷플릭스)와 ‘그냥’ 포식자 아마존 여기에 전통적인 포식자 디즈니가 가세하면서 OTT(Over The Top) 시장을 둘러싼 구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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