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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탐사선은 왜 태양에 가려 하나

파커태양탐사선(Parker Solar Probe)은 고온 가스인 코로나, 빠르게 분출되어 나오는 입자인 태양풍 같은 태양을 둘러싼 수수께끼를 해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우주 탐사선이다. 지난 8월 초 발사된 이 탐사선은 지구에서 태양계 안쪽으로 향하는(지금까지는 대부분 바깥쪽으로 항해를 해왔지만) 드문 루트를 거쳐 태양에 접근해 7년간 태양을 관측하게 된다.

파커태양탐사선이 발사된 건 지난 8월 12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ULA(United Launch Alliance)의 델타IV 헤비로켓에 실려 발사된 파카태양탐사선은 발사 4분 뒤 부스터 로켓 엔진 2기의 연소를 멈추고 분리하고 다시 2단 로켓 엔진을 점화해 우주로 향했다. 로켓 끝을 덮은 페어링을 분리한 뒤 3단 로켓 연소도 끝내고 성공적으로 로켓을 분리한 상태로 태양을 향한 긴 여정을 시작한 것.

파커태양탐사선은 금성을 이용한 스윙바이(swing-by), 그러니까 행성 중력장을 이용해 우주선 속도와 방향을 바꾸는 특수한 궤도 선회 기술인 중력 선회를 7회 반복해 원하는 궤도를 탄 다.

파커태양탐사선은 지구에서 태양계 안쪽으로 탐사선을 보내게 되는데 태양의 중력을 이용해 접근하면 된다고 간단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물리법칙에 근거한 현상을 극복해야 한다. 지구는 태양 주위를 11만km/h 속도로 돌고 있다. 이런 이유로 지구상에 있는 물질에는 큰 관성력이 존재한다. 로켓에도 마찬가지여서 태양을 향해 똑바로 탐사선을 발사해도 관성력 탓에 우주선은 태양에서 점점 멀어지는 경로로 간다.

이런 관성력을 상쇄시키려면 지구가 공전하는 방향과는 반대 방향으로 로켓을 가속시켜 속도를 상쇄하면 좋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11만km/h 속도까지 로켓을 가속하는 게 어렵기 때문. 참고로 아폴로 계획에서 사용한 인류 최대 로켓인 새턴V의 속도는 4만km/h였다. 또 인류가 화성을 목표로 우주선을 발사할 때 필요한 속도는 4만 7,000km/h라고 한다. 명왕성으로 쏘아올린 뉴호라이즌의 속도는 5만km/h. 그러니까 지구의 관성력을 상쇄시키려면 지금까지 나온 것보다 2배 이상 속도로 로켓을 쏘아 올려야 하는 만큼 어려운 일이다.

나사는 여기에서 앞서 소개한 천체의 중력을 이용하는 스윙바이를 실시해 기체 속도를 조절해 원하는 궤도에 우주선을 보내는 방법을 택했다. 파커태양탐사선은 지구와 금성을 이용한 스윙바이를 7번 반복해 태양 주위를 돌고 긴 원형 궤도를 그리면서 접근하게 된다.

어쨌든 이 과정을 거쳐 파커태양탐서선은 태양 반경 8.5개 분량 거리 수준까지 태양에 가까워진다. 8.5 태양 반경은 600만km 그러니까 지구가 460개 나란히 늘어선 거리다. 물론 이 정도라고 해도 엄청나게 멀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를 km로 환산하면 154억km인 천문단위로 고치면 0.04au다. 다시 말해 태양과 지구의 평균 거리 4% 지점까지 접근한다는 얘기다.

지금까지 인류가 만든 사물 중 태양에 가장 가깝게 접근한 거리는 1976년 발사한 탐사선 헬리오스2호가 기록한 4,300만km다. 이에 비해 파커태양탐사선은 이보다 7분의 1 거리에 접근하게 된다. 이 때 속도는 69만 2,000km/h 가량으로 초속으론 200km/sec에 해당한다. 총에서 발사한 총알보다 15배나 빠른 속도인 것. 인류가 만든 사물이 기록한 가장 빠른 속도가 될 전망이라고 한다.

파커태양탐사선은 미 항공우주국 나사(NASA)가 목표로 하는 태양을 둘러싼 공기층인 코로나가 태양 자체보다 더 고온이라는 수수께끼를 풀 목표를 세우고 있다. 태양 표면 온도는 6,000도다. 하지만 이 상공에 위치한 코로나는 100만도에 달하는 초고온이다. 파커태양우주선은 코로나 속에 그대로 뛰어 들어 태양풍과 태양 자기권 등을 관찰할 예정이다.

이렇게 태양 가까이 접근하게 되는 만큼 파커태양우주선은 지구 표면보다 520배나 강한 햇빛에 노출되고 기체는 고열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탄소섬유를 이용한 특수 단열기구로 이뤄진 두께 11cm짜리를 방패 삼아 기체 자세를 자율 제어해 가혹한 환경에서 쏘이는 열에너지로부터 본체를 보호하게 된다. 앞면 방패 부위의 표면 온도는 1,400도에 이르지만 기체 자체 온도는 30도 전후로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어떻게 이 같은 일이 가능할까.

파커태양탐사선은 앞서 밝혔듯 극한 조건이나 온도 변화에 견딜 수 있게 설계했다. 설계에서 관건은 방열 장치와 태양이 내뿜는 강한 빛 방출에서 본체를 보호할 수 있는 자율 시스템에 있다. 먼저 탐사선 자체가 태양 열기에 녹지 않는 첫 번째 이유는 방열 장치. 앞서 방패라고 표현한 것으로 태양열에서 우주선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흰색으로 이뤄진 이 방열장치는 정면에서 오는 빛을 반사해 열을 흡수하지 않게 해준다.

방열장치 자체는 여러 소재로 이뤄져 있다. 탄소섬유도 이 중 하나인데 대부분 흑연 에폭시 합성 소재라고 한다. 이 소재는 골프 클럽이나 테니스 라켓 등에 쓰이는데 열에 강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방열장치는 3개층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외부에는 흑연 에폭시를 쓰고 중간에는 탄소 발포체를 곁들였다. 탄소 발포체는 공기를 많이 포함해 가벼우면서도 튼튼하다. 탄소 발포체는 전체 중 97%가 공기로 이뤄져 있다고 한다.

두 번째 이유는 스마트한 제어 기능이다. 자율 소프트웨어를 통해 탐사선 기내 장비를 안전하면서도 항상 방열장치 뒤쪽에 위치하게 선체를 제어해주는 것. 방열장치가 선체를 보호할 수 있게 항상 바른 자세를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센서를 배치했다. 센서는 방열장치 그림자가 보이면 탐사선이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인식할 수 있게 프로그래밍했다.

세 번째 이유는 냉각 시스템. 파커태양탐사선은 내부에 물을 순환시켜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물은 태양광 어레이와 라디에이터 부분을 흐르게 해 태양전지 부분에서 데우고 라디에이터 부분에서 식히는 과정을 거친다. 마치 체내에서 혈관 같은 열 전달을 해주는 것이다.

다음 이유는 열이 온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온도는 측정값이지만 열은 에너지 이동을 보여주는 것이다. 파커태양탐사선이 태양 외층인 코로나에 도달하려면 열이 온도가 아니라는 개념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다른 별과 마찬가지로 태양은 플라즈마로 이뤄져 있다. 이 플라즈마가 얼마나 조밀하게 모여 있는지는 태앙층마다 다르다. 태양 코로나 온도는 고온이며 코로나를 구성하는 플라즈마 입자는 고온 고속으로 이동하면서 광범위하게 확산된다. 이 탓에 에너지 전달 효율은 낮다. 따라서 탐사선 주위의 열 관리는 쉽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오븐이 400도로 가열되고 있더라도 안에 넣은 손이 400도가 되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이런 이유로 코로나 환경에서 이동을 해도 파커태양탐사선의 방열장치 표면은 1,400도 정도까지만 가열된다고 한다.

파커태양탐사선은 그 밖에도 태양풍에서 이온과 전자 흐름을 측정하고 탑재한 전자기기에 측정값을 반환해줄 수 있는 기술을 담았다. 이를 위한 측정기(Solar Probe Cup)는 방열장치로 보호되지 않지만 고열에 견딜 수 있게 티타튬과 지르코늄, 몰리브덴 합금을 썼고 핵심 부위인 칩은 융점이 3,422도인 텅스텐을 썼다고 한다. 또 태양에 접근하면 고열로 전자 배선용 케이블이 녹아버리는 만큼 일반 케이블이 아니라 사파이어 크리스털 튜브를 이용해 배선을 해 전자기기 전체를 열에 강하게 설계했다.

나사는 파커태양탐사선 개발에 15억 달러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했다고 한다. 오는 11월 파커태양탐사선은 예정 궤도에 투입되면서 7년에 걸친 관측을 시작하게 된다.

앞서 밝혔듯 이 탐사선은 태양 자체보다 코로나가 훨씬 고온인지 여부를 해명하기 위한 것이다. 태양 표면과 외층인 대기로 연결해주는 게 자기장에 위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어떻게 에너지가 자기장을 빠져 나가 코로나에 도달하는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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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태양 천체물리학자인 유진 파커(Eugene Parker. 사진 위)가 코로나에서 태양풍이 발생하는 이론을 제창했지만 수십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파커태양탐사선이 이 과정을 둘러싼 수수께끼를 직접 조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카루스의 날개는 깃털을 이어 붙인 밀납 탓에 태양의 열기에 녹아 추락해 결국 바다에 떨어져 죽게 만든다. 파커태양탐사선이 이카루스의 날개처럼 기술의 힘을 과신한 과욕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추락 대신 인류의 오랜 궁금증을 해소해줄 날개가 될 것이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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