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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심장·태반까지…3D 바이오 프린터

배꼽은 태아일 때 어머니와 물리적으로 연결되어 있었다는 증거다. 태아는 엄마의 자궁에 있는 태반에서 탯줄을 통해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는다. 태반은 태아와 엄마, 그러니까 모체 사이에서 태아의 생존과 성장에 필요한 구조물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런 태반을 3D 프린터와 생체고분자로 그대로 재현한 인공 태반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태반은 앞서 밝혔듯 산모와 태아를 연결해주는 것으로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고 반대로 이산화탄소, 노폐물을 밖으로 빼내주는 역할을 한다. 물론 엄마와 아이 사이에 어떤 과정으로 이 같은 교환이 일어나는지 또 태반의 투과성 같은 것에 대해선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예를 들자면 엄마가 당뇨병이나 고혈압 같은 증세가 있다면 태아에게 영양분이나 산소 등을 공급할 때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태반이 어떻게 이 같은 공급물과 노폐물을 교환하는지는 밝혀지지 않은 만큼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는 아직까지 진행 중이다.

빈공과대학(Technische Universität Wien) 연구팀은 펜토초 레이저(femtosecond laser)를 기반으로 한 3D 나노 프린터를 이용해 실제 태반과 같은 융모막융모 구조를 가진 생체고분자막을 마이크로 유체 칩에 성형했다.

이 칩에 탯줄과 태반 세포를 배양액과 합께 주입해 관찰한 결과 진짜 태반과 마찬가지로 태아부와 모체부 사이의 물질 교환이 확인됐다고 한다. 인공 태반을 이용해 영양분인 포도당이 아이와 엄마 사이에 교환되는 구조나 혈압, 혈당, 약물이 태반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태반에서 영양분을 보내는 것 뿐 아니라 위나 대장, 혈액, 뇌 등 생체막을 통한 물질 운반에도 응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어 3D 나노 프린터 기술이 인공 태반 뿐 아니라 다른 조직에도 응용 가능성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D 프린터를 이용해 장기나 신체 부위를 ‘출력’하려는 프로젝트는 전 세계에서 진행 중이다. 지난해 취리히공대 연구팀은 3D프린터로 만든 실리콘 인공 심장을 공개하기도 했다. 웬델린 스타크(Wendelin Stark) 교수 연구팀은 3D 프린터를 이용해 무게 390g짜리 실리콘 인공심장을 재현했다. 진짜 심장처럼 좌심실 우심실이 있고 맥이 치는 근육 역할을 하는 구조도 있다. 덕분에 이 실리콘 인공심장은 진짜처럼 움직인다. 다만 심박수는 3,000회로 사용 가능 시간은 30∼45분 사이라고 한다. 아직까지는 연구 중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인공심장 현실화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고 할 수 있다. 업계에선 2020년대까지 3D프린터를 이용한 인공심장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토론토대학 연구팀은 깊은 상처가 나면 치료할 때 피부 조직을 3D프린터를 이용해 덮어 치료하는 방법을 발표하기도 했다. 피부 깊은 곳까지 상처가 나면 표피나 진피, 피하 조직이라고 불리는 3개층이 모두 손상될 수 있다. 이럴 때에는 보통 건강한 피부를 피부 이식하는 치료를 하게 된다. 문제는 큰 상처라면 3개층 전체를 덮을 만한 피부 조직을 채취하는 게 어렵다. 상처 일부는 덮지 못한 채 남을 수도 있는 것. 이렇게 되면 피부 이식 치료 효과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연구팀은 이런 큰 상처를 곧바로 치료할 수 있도록 무게가 900g에 불과한 3D프린터를 이용한 방법을 개발했다. 3D프린터로 진피에 풍부한 단백질인 콜라겐 상처 치료에 기여할 수 있는 섬유소 등을 혼합한 생체 재료로 이뤄진 바이오 잉크를 출력, 상처를 채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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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프린터를 이용해 균일한 두께와 같은 폭을 가진 생체 조직 시트를 얻을 수 있었고 이미 동물 실험 단계까지 연구를 진행, 쥐와 돼지를 대상으로 상처에 생체 조직을 메우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이 같은 연구가 실용화된다면 몇 분 안에 화상이나 큰 상처를 치료하는 것도 가능해질 수 있다.

뉴캐슬대학 연구팀은 3D프린터를 이용해 인공 각막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각막을 인공적으로 만들기 위해 건강한 기증자에게 추출한 각막 줄기세포와 콜라겐, 알긴산 같은 걸 섞어서 각막을 생성할 수 있는 바이오 잉크를 개발한 것. 이 바이오 잉크를 이용하면 3D 바이오 프린터를 이용해 10분 안에 각막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한다. 빠르고 저렴한 비용으로 각막을 생성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연구팀은 3D 바이오 프린터를 통해 만든 이 인공 각막의 줄기세포가 살아 있는지 여부를 확인했고 세포 배양과 증식에도 성공했다고 한다. 부드러우면서도 형상을 유지할 수 있는 강성을 갖고 있으며 줄기세포는 살아 있는 상태로 유지한다는 것이다.

바이오 잉크로 만든 인공 각막은 3D 프린터로 만들기 때문에 환자 안구에 맞춰서 크기나 형상을 바꿀 수 있다는 장점도 기대할 수 있다. 환자의 안구만 스캔해두면 환자 개개인에 맞는 각막을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는 것.

인간의 조직 자체를 출력해주는 3D 바이오 프린터 기술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미군은 3D 바이오 프린터 기술을 통해 부상 당한 병사를 회복시키는 기술 개발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한다. 물론 앞으로 3D 바이오 프린터를 이용해 만들어낸 조직을 인간에 이식해도 안전성이 유지되는지 다양한 연구나 실험이 필요하겠지만 관련 기술을 이용한 치료가 몇 년 안에 가능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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