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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리가 말하는 ‘배달의 미래’

라스트 마일(Last Mile)을 잡아라. 전 세계적으로 물류 혁신을 위한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이 중 눈길을 끄는 대상 가운데 하나는 로봇 배송. 도미노 피자는 지난 2016년부터 로봇 피자 배송 서비스를 테스트하고 있다. 영국 스타트업인 스타십테크놀로지(Starship Technologies)와 손잡고 준비 중인 피자 배송 로봇은 피자와 음료를 싣고 매장 반경 1.6km 이내에 있는 고객의 집까지 자율 주행을 해가며 음식물을 배달해준다. 음식 배달 시간은 30분 이내에 가능하다고 한다. 스타십테크놀로지가 선보인 바퀴 6개짜리 배송 로봇은 벌써 100개가 넘는 유럽 내 도시에서 테스트를 진행했다고 한다. 알리바바 역시 지플러스(G Plus)라고 불리는 배송 로봇을 선보였다(아래 영상).

라스트 마일은 최종 목적지로 배송하는 물류의 마지막 단계를 뜻한다. 라스트 마일이 중요해지는 이유는 결국 소비자와 만나는 최접점이기 때문이다. 당일 배송이나 새벽 배송 등 물류 분야에서 배송 속도를 놓고 경쟁을 벌이는 이유도 최접점에 위치한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물론 다른 한편으로는 비용 감소라는 현실적 혜택도 기대해볼 수 있는 실제로 스타십테크놀로지가 밝힌 바에 따르면 운영자 1명만 있으면 100대까지 로봇을 관리할 수 있다고 한다. 배송 비용 역시 런던 중심지 기준으로 1회당 기존에는 평균 12파운드였지만 1파운드까지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이유로 해외에선 이미 뉴로(Nuro) 같은 기업은 미국 대형 유통 기업인 크로거와 손잡고 식료품 배송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로비 테크놀로지(Robby Technologies)나 디스패치(Dispatch) 등 자율주행이 가능한 배송 로봇을 만드는 스타트업이 상당수 등장한 상태다.

국내에서도 배달의 민족 서비스로 잘 알려진 스타트업 우아한형제들이 배송 로봇을 준비 중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6월 1∼14일까지 2주간 천안 야우리 푸드스트리트에서 자사의 음식 배달 로봇인 딜리(Dilly)의 첫 공개 테스트를 진행한 바 있다. 일반 공개 테스트를 진행한 것.

물론 딜리는 푸드코트 지정된 장소에서 고객이 앉은 테이블까지 최적의 경로를 파악해서 자율주행, 음식을 배달해주는 실내 배달을 맡았다.

우아한형제들은 다시 8월 6∼19일까지 서울 목동 피자헛 매장에서 공개 테스트를 진행했다. 이번에 테스트에 나선 딜리는 1차와는 다른 모습이다. 딜리 플레이트(Dilly Plate)는 레스토랑 서빙 로봇이라는 말로 실내용이라는 점도 확실히 한 건 물론. 말 그대로 점원을 대신해 고객에게 음식을 서빙해주는 것이다. 딜리는 앱으로 소비자가 직접 주문하고 도착하면 슬롯을 여는 형태였지만 딜리 플레이트는 매장 측이 제어하는 말 그대로 서빙 로봇이다.

일단 공개한 사양부터 보면 이렇다. 딜리 플레이트는 2D 라이더 그러니까 공간 데이터 수집 센서와 3D 카메라를 갖추고 있다. 우아한형제들 측은 이를 센서 퓨전 방식이라고 말한다. 어쨌든 덕분에 cm 단위까지 정교한 주행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바닥에는 소프트뱅크로보틱스가 선보인 페퍼처럼 바퀴 2개를 곁들였다. 상단 그러니까 로봇으로 따지면 얼굴 부위 쪽은 얼굴 대신 음식판을 놓을 수 있는 지지대(쟁반)가 자리잡고 있다. 쟁반에는 22kg까지 음식물을 얹어놓을 수 있다고 한다. 또 무게 감지 센서가 있어 목적지(테이블)까지 간 상태에서 쟁반을 들어 올리면 “맛있게 먹으라”는 음성 메시지를 내보낸다. 또 충전이 쉬울 실내에서 굳이 그럴 일은 없겠지만 완전 충전하면 8시간까지 연속 주행할 수 있다고 한다.

딜리 플레이트는 음성 기능을 지원한다. 다만 실제로 딜리 플레이트가 낼 수 있는 음성은 사전에 설정한 12가지 뿐이다. 알렉사 같은 음성인식 비서 기능을 넣은 것은 아니다. 관리자 인터페이스에서 설정할 수 있는데 현장에서 사전에 녹음해둔 음성은 주행음, 음식을 가져왔어요, 맛있게 드세요, 음식을 받아주세요, 당첨 축하!, 실례해요, 집에서는 배민!, 피자먹기 좋은 날씨, 바빠서 이만, 피자가 땡겨요, 귀가 없어요, 당첨 축하쏭, 딜리 소개, 잘가요 등이다.

물론 회사 관계자에게 물으니 앞으로 음성인식 기능을 넣을 계획도 있다고 한다. 다만 구체적 시기를 말할 수는 없다고. 직접 개발보다는 네이버나 카카오 등 기존 음성인식 기능 개발사와의 협업을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앞서 언급했듯 딜리 플레이트는 우아한형제들이 1차 테스트에서 선보였던 딜리와는 모양새 자체가 다르다. 맞다. 1차 테스트에 등장한 딜리는 고려대 정우진 교수팀이 만든 것이다. 이에 비해 2차 테스트에 나선 딜리 플레이트는 우아한형제들이 투자한 로봇 스타트업인 베어로보틱스(https://www.bearrobotics.ai/)가 개발한 것이다.

실제로 두 로봇은 전혀 다르다. 모양새 뿐 아니라 운영체제나 설계 자체를 아예 다른 곳이 한 것인 만큼 배 다른 형제인 셈이다. 지금 당장은 당연히 운영 플랫폼이나 그런 것도 공유하지 않는 상태라고 한다.

딜리 플레이트 자체는 지금 당장은 버전 1.0 상태다. 앞서 언급했듯 음성인식 기능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지만 쟁반 여러 개 탑재 기능, 무선 충전과 자동 도킹 같은 기능을 추가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말은 지금 당장 나온 버전을 보자면 딜리 플레이트는 음성의 경우 일방향만 가능하다. 다시 말해 주문을 받을 수는 없다는 얘기다. 딜리 플레이트가 자율주행을 한다고 표현했지만 엄밀하게 말하자면 거대한 로봇청소기와 비슷한 구조라고 할 수 있다. 딜리 플레이트를 매장 현장에 배치하게 되면 먼저 로봇이 돌아다니게 하면서 맵핑, 그러니까 매장 내부 공간 지도를 만드는 작업을 한다. 그런 다음 관리자 소프트웨어를 통해 1번부터 테이블 번호를 지정하는 작업을 한다. 끝이다. 이제 손님은 매장에 들어올 때 (피자헛의 경우) 점원이 있는 곳에 가서 메뉴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으면 음식물이 준비되면 점원이 딜리 플레이트 위에 쟁반을 올리고 관리자 페이지에서 해당 테이블 번호를 누른다. 이렇게 하면 딜리 플레이트가 테이블까지 음식물을 배달해준다. 쟁반을 손님이 들어 올리면 “맛있게 드시라”는 음성 메시지를 낸 뒤 다시 카운터로 돌아온다.

딜리 플레이트 본체에는 라이더와 각종 센서(아마도 장애물 감지 센서나 위치 추정 센서 등), 카메라가 본체 앞쪽 위아래에 달려 있다. 본체 앞쪽만 인식하면 되는 만큼 센서부는 모두 앞쪽에 배치한 것으로 보인다.

딜리 플레이트의 관리자 페이지는 아직 개발 단계인 것으로 보이지만 세세한 설정은 우아한형제들 측에서 사전 설정하며 매장 측에선 최종 설정된 화면에서 간편하게 테이블 번호 지정(배송 명령) 화면만 보게 된다고 한다. 관리자 소프트웨어와 딜리 플레이트간 통신은 무선랜을 이용한다고 한다. 보안에 대한 대비를 물었지만 시원스러운 답변은 나오지 않는다(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운영체제가 뭔지도 망설이다 결국 얘기를 안해줬다. 윈도는 아니란다). 어쨌든 중앙 서버에 딜리 플레이트가 매장별로 매일 몇 테이블을 오갔는지 같은 수치 데이터는 전송하지만 카메라로 촬영한 데이터라든지 프라이버시 침해 여부가 있는 데이터는 전혀 전송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딜리 플레이트는 아직 고도화를 계속 진행 중이고 점원을 대체한다기보다는 역할 자체가 음식물을 나르는 부담을 덜어주는 보조적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인건비 대체 개념보다는 업무 효율을 높여줄 수 있는 쪽에 초점을 맞춘 셈이다. 또 음성 서비스에도 이벤트가 있지만 바닥 아래쪽에 조명, 음악 재생 같은 기능을 통해 다양한 이벤트에 활용할 수도 있다.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딜리 플레이트는 올해 안에 실제 매장에 투입될 것이라고 한다. 야외에서 실제 라스트 마일용이 될 로봇은 여러 변수나 법적 문제와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지만 이에 비해 단순하지만 딜리 플레이트는 빠른 시안 내에 상용화가 가능한 게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우아한형제들은 앞으로 5년까지 중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다음 단계로 아파트 단지와 오피스텔, 대학 캠퍼스 이어 3단계로는 일반 보행로를 포함한 실외 환경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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