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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中 재진입설과 만리방화벽

지난 2010년 구글은 중국 본토에서 서비스를 철수한 바 있다. 그런데 최근 외신에 따르면 구글이 중국 정부의 검열을 허용하는 형태로 중국 내수용 검색 서비스 제공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중국 정부는 잘 알려진 것처럼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이라고 불리는 자체 검열 시스템을 통해 인터넷 정보 대부분을 검열, 차단하고 있다. 중국을 실제 방문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 서비스 대부분을 이용할 수 없다. 중국 정부는 지난 1998년 황금방패 프로젝트(golden shield project)라는 명칭으로 이 같은 검열 시스템 프로젝트를 추진했고 2003년 완성시키면서 지금까지 운영 중이다.

이렇게 완성된 만리방화벽, 황금방패는 온라인상에서 일어나는 비판적 발언이나 대중을 타락시킬 수 있는 부도덕한 문화를 감시하는 한편 중화인민공화국 헌법을 위반하거나 중국 고위층을 비판하는 웹사이트 등을 폐쇄시킬 수 있다. 만리방화벽은 3만 명이 넘는 중국 공안에 의해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나 불쾌한 뉴스, 반체제 메시지, 정치적 계몽, SNS상 비판적 내용을 다룬 포스트, 종교 사이트, 성인물 등을 감시한다.

만리방화벽은 4단계로 나뉘어져 작동한다. 1단계는 DNS 차단. DNS 상 블록에서 URL을 넣으면 DNS는 해당 IP 주소를 찾아가지만 URL이 차단되어 있다면 DNS는 IP 주소를 찾을 수 없다는 응답을 해 사용자가 사이트를 열 수 없게 한다.

다음은 DNS를 뚫고 연결된 IP 주소도 체크해 금지된 IP 주소에 들어갔다고 판단되면 연결 요청을 중단시키는 것이다. 세 번째는 URL 키워드 차단. URL이 블랙리스트에 올라가 있지 않더라도 금지어가 포함되어 있다면 요청 자체를 초기화해버리는 것이다. 마지막은 페이지 검색. 요청된 URL을 열었다고 해도 해당 페이지를 다시 전체 검사해보고 최종 승인 여부를 판단한다.

출처 : https://www.techinasia.com/great-firewall-china-works-infographic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 인터넷 인구는 2017년 기준 7억 7,200만 명에 달한다. 1년만에 4,000만 명이 늘어난 것이지만 여전히 인터넷 보급률은 55.8%다. 아직도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시장이라는 얘기다. 또 인터넷에 접속하는 인구 중 95% 이상은 스마트폰 같은 휴대기기를 이용 중이며 중국 스마트폰 사용자 가운데 80%는 ‘구글의 땅’ 안드로이드 사용자다.

이런 이유가 작용했을까. 외신 보도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해 봄부터 코드명 드래곤플라이(Dragonfly)라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한다. 지난해 12월 구글 CEO인 순다 피차이가 중국 공산당 간부로 시진핑 주석의 책사로 불리는 왕후닝 정치국 상무위원을 만난 이후 속도가 붙어 중국 정부의 검열 시스템을 도입한 안드로이드용 검색앱이 개발됐다는 것이다.

구글이 개발한 마오타이(Maotai), 롱페이(Longfei)라고 불리는 안드로이드용 검색앱은 중국 당국에도 이미 제출한 상태이며 앞으로 6∼9개월 안에 승인을 받으면 공개될 것이라고 한다.

구글이 개발한 중국 내수용 검색앱으로 검색을 하면 인권이나 민주주의, 종교, 평화적 시위와 관련한 웹사이트는 만리방화벽 검열 필터링에 따라 검색 결과에서 모두 삭제되며 법적 요구 사항에 따라 일부 결과가 삭제될 수 있다는 면책조항이 표시되면서 나머지 일부 검색 결과를 표시해준다고 한다.

인권단체 등은 중국 내 검열을 준수하겠다는 구글의 결정이 사실이라면 정보화 시대에는 큰 재난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중국 뿐 아니라 인터넷 전체의 자유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우려하는 것이다.

구글이 중국에 진출한 건 지난 2006년이다. 2010년까지 중국에서 검색엔진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하지만 구글과 중국 정부 사이의 협상이 결렬되면서 2010년 구글은 중국 검열을 피하기 위해 홍콩으로 옮기면서 도메인(Google.cn→Google.com.hk)도 리다이렉션시켰다.

당시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게 된 건 2010년 1월 구글이 자사 블로그를 통해 구글을 포함한 20개 이상 미국 기업이 중국으로부터 사이버 공격을 받았다는 내용을 구글이 역탐지했다고 밝히면서 붉어졌다. 구글은 당시 이 공격이 인권운동가 계정을 탈취하려는 목적이었으며 지메일 계정도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공격을 받은 기업 중에는 어도비, 시만텍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어도비 공격의 경우 어도비 리더 등의 취약점을 악용해 악성코드를 기업에 보내 소스코드를 훔쳤다고 한다.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취약점 등을 이용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같은 공격을 중국 정부에 의한 것이며 근거로 공격에 활용된 IP 주소와 서버 등이 모두 중국 정부 공작원이나 대리인으로 이뤄진 조직과 일치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인민해방군 지원을 받아 설립된 곳이라는 내용이었다. 물론 중국 정부는 이를 부정하면서 구글의 성명이 사실 무근이며 단호하게 부정한다고 주장했다.

사실 구글은 2006∼2010년까지 중국 정부의 검열을 받아 중국 정부에 불리한 결과를 표시하지 않아왔다. 그런데 이 사건이 터진 이후 구글은 이를 거부하고 검색 결과를 그대로 표시하기 시작했다. 물론 중국 정부는 곧바로 중국 내에서 구글에 대한 접속을 차단해버렸다. 구글과 중국 정부가 물밑 협상을 벌였고 구글은 미국 정부에 협조를 요청하는 한편 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할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구글 측은 당시 미 상원 공청회에서 중국 내에서 검색 결과에 대한 검열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결정은 확고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구글이 중국에서 철수할 확률이 높아졌고 야후 역시 구글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자국에 진출하려는 기업이라면 중국 법률을 계속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을 거친 뒤 구글은 2010년 3월 홍콩으로 서버를 옮기게 된 것이다. 중국 내 서비스를 사실상 철수하게 된 것이다.

이후 2015년 10월 순다 피차이가 구글 CEO로 취임하면서 기조가 바뀔 움직임이 다시 나타났다. 그는 2016년 6월 열린 컨퍼런스 기간 중 구글이 중국인 사용자를 위해 중국에서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 다시 중국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면 구글은 언제든 열려 있다고 밝힌 것이다.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제스처를 취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구글의 중국 시장 재진입이 사실이 된다면 일부에서 말하는 것처럼 구글이 마치 지금까지 중국 정부의 검열에 대항하다 굴복한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앞서 밝혔듯 이미 구글은 2010년까지 중국 내 검열을 허용한 검색엔진 서비스를 했기 때문이다. 이보다는 당시만 해도 중국 시장에서 구글과 바이두의 위상과 달리 지금은 중국 시장에서 바이두가 엄청난 점유율을 점한 빅브라더라는 차이가 생겼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이 이 시장에 재진입하게 된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가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사실 중국 내 비즈니스를 둘러싼 문제가 비단 구글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2월 중국 내 아이클라욷드 데이터 관리 센터를 건설하면서 데이터 관리 업무를 중국 당국이 관리하는 현지 법인에 맡긴다. 아이클라우드 사용자 데이터를 중국 정부가 관리하는 기업이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는 얘기다.

애플은 지난해 6월 중국 정부가 시행한 사이버 법안 대응을 위해 중국에 데이터센터를 건설한다. 해당 법률이 중국 보톤 데이터를 관리할 데이터센터는 중국에 둬야 한다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애플은 중국 구이저우성에 위치한 기업인 GCBD(Guizhou-Cloud Big Data Industry)에 아이클라우드 데이터 관리를 인계했는데 이 같은 사실로 중국 사용자 데이터를 중국 정부에 바치는 행위라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GCBD가 구이저우성 데이터개발관리국 직할 국영 기업인 데다 정부 당국 관리 하에 있기 때문이다. 높은 보안성을 유지해온 애플이 쉽사리 중국 정부에 굴복했다는 비난을 받은 것.

애플은 지난해 연말 중국 앱스토어에서 VPN 앱 674개를 삭제한 바 있다. 이들 VPN 앱은 중국 검열 시스템인 만리방화벽을 우회하기 위해 중국 본토 사용자가 자주 쓰던 것이다. 물론 애플의 목적은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에서 아이폰을 판매하기 위한 것이다.

실제로 중국에선 VPN 소프트웨어를 판매했다는 이유만으로도 기소되어 감옥살이를 하기도 한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VPN 단속을 강화해왔다. 이런 점 때문에 인권단체들은 중국 당국의 인터넷 규제에 대해 인터넷의 자유에 대한 가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만리방화벽을 우회할 수 있는 VPN도 규제를 하면서 정보를 통제하려는 목적을 분명히 한 것으로 러시아 역시 VPN을 금지하는 흐름이 일어나는 등 악영향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기기도 한다. 이번 구글의 중국 재진입 소식은 이 같은 중국 인터넷 시장의 모습을 보여주는 일면에 불과한 것이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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