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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지지 않는 디스플레이 패널’ 나온다

깨지지 않는 스마트폰 디스플레이가 나올까. 삼성전자는 자사가 개발한 떨어뜨려도 깨지지 않는 OLED 디스플레이가 미국 보험업자 안전시험소(Underwriters Laboratories) 인증 기준인 UL인증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삼성디스플레이가 7월 26일 발표한 것으로 지난 몇 년간 삼성이 개발해온 이 제품은 업계에선 처음으로 깨지지 않는다는 기능성을 인정받게 됐다고 할 수 있다.

이제껏 스마트폰 패널이라고 하면 대표적인 게 고릴라글라스 같은 강화유리를 써왔다. 하지만 이런 강화유리를 쓴다고 해도 떨어뜨리면 화면에 크고 작은 금이 가거나 심하면 디스플레이 기능을 못하는 상태까지 빠질 수 있다. 지금까지 많은 업체가 깨지지 않는 디스플레이 개발을 진행해왔지만 삼성디스플레이가 이번에 관련 제품 개발에 성공한 것. 물론 이 제품이 지금 개발된 건 아니다. 지난해 열린 디스플레이 행사인 디스플레이위크 2017(Display Week 2017) 당시 제품 개발을 끝내고 전시한 바 있다.

삼성이 개발한 깨지지 않는 디스플레이는 12mm 정도까지 변형이 일어나도 원래 상태로 복구되는 복원력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구부릴 수 있는 특징도 갖추고 있어 곡면 디스플레이를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미국 보험업자 안전시험소에 따르면 깨지지 않는 디스플레이는 높이 1.2m에서 26회 연속 낙하 시험을 통과했다. 또 71도에서 영하 32도 환경에서 진행한 동작 시험도 문제 없이 통과했다. 미 국방부 군사 기준에 따른 내구성 시험을 합격한 건 물론 시험 기준을 상회하는 1.8m 높이에서 낙하 시험을 진행해도 흠집 하나 확인되지 않았다고 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개발한 깨지지 않는 디스플레이는 이번 UL 인증을 계기고 성능을 객관적으로 검증, 공인받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제품이 등장하면 어떤 변화를 생각해볼 수 있을까. 터프북 같은 러기드 제품군은 물론 군 장비용 패널에 활용될 수 있다. 그 뿐 아니라 차량용 디스플레이 패널 활용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미 테슬라 같은 기업이 복잡한 버튼을 없애고 디스플레이 패널을 활용 중이지만 앞으로 내연기관이 아닌 전기로 바뀌고 자율주행 레벨일 올라갈수록 차량 내에 디스플레이 패널이 차지할 공간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릴라글라스를 개발하는 코닝은 지난해 열린 CES 2017 기간 중 차량용 고릴라글라스 제품인 고릴라글라스 포 오토모티브(Gorilla Glass for Automotive)를 발표한 바 있다. 이 제품은 고릴라글라스를 차량으로 개선한 것으로 스마트폰용보다 저온이나 고온, 태양광 관련 강도를 훨씬 더 끌어올린 것. 대시보드나 디스플레이 등에 적용하면 기존 차량용 글라스보다 가볍지만 얇고 강도는 높아져 내충격성이 2배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이런 점에서 자동차에서 깨지지 않는 디스플레이 활용 범위가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은 당연할 수도 있겠다.

또 다른 활용 가능 분야 중 하나는 접이식 스마트폰이다. 깨지지 않는 디스플레이는 앞서 밝혔듯 패널을 접는 게 가능하다. 지난 2016년 삼성전자는 접이식 스마트폰 관련 특허를 출원한 바 있다. 삼성전자가 당시 낸 특허 출원 이미지를 보면 스마트폰 가운데 쪽에 주름진 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다양한 형태로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주름을 펴서 접는 각도를 조절해 통화를 할 때에는 마치 폴더폰처럼, 웹브라우징을 할 때에는 평면으로 펴서 쓸 수도 있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런 접이식 외에도 화면 2개를 펼쳤다가 접을 수 있는 형태로 이뤄진 대화면 디스플레이 관련 특허도 출원한 바 있다. 삼성전자가 이미 몇 년 전부터 접는 형태로 이뤄진 디스플레이 개발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은 특허 출원 내용에서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한편 지난해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경쟁자인 애플 역시 접이식 아이폰 개발 파트너로 LG디스플레이를 택해 공동 개발 중이며 2020년 이후 접이식 아이폰이 등장할 것이라는 내용이 나온 바 있다. 이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애플 측에 접이식 OLED 패널 개발 의사 타진을 받아 내부에 팀을 구성했고 LG이노텍은 OLED 패널에 필요한 연성 회로기판 개발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애플은 차기 아이폰에 들어갈 주요 부품은 출시 1년 전부터 파트너와 공유하면서 개발을 진행해오고 있지만 애플이 요구하는 OLED 패널 폼팩터가 경쟁자 진영에 노출되는 걸 원하지 않았고 그 결과 삼성디스플레이가 아닌 LG디스플레이 손을 잡는 걸 택했다는 내용이다.

LG디스플레이 역시 접이식 OLED 패널 시제품을 2∼3년 전 개발에 성공한 바 있고 제품화에 필요한 패널 내구성 등 품질 향상 작업을 진행 중이다. 결국 수천만 장에 이르는 대량 생산을 할 때 수율이 중요할 수 있는 만큼 아직까지 알 수 없지만 삼성전자는 올해 접이식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발표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으며 애플은 2020년 즈음 혹은 1∼2년 가량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어쨌든 이번에 개발한 깨지지 않는 디스플레이는 이런 접이식 스마트폰을 실현하는 데 한 걸음 더 다가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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