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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에 인수된 스타트업 CEO의 회상

2013년 구글에 인수된 앱 웨이즈(Waze)에서 CEO를 역임한 노엄 바딘(Noam Bardin)이 2021년 구글에서 그만뒀다. 이런 그가 왜 구글을 그만 뒀는지에 대해 답하면서 구글에서 일한 7년간을 되돌아본 글이 있어 눈길을 끈다.

2013년 구글에서 인수 얘기가 나올 당시 노엄 바딘은 실패가 계속되고 임원과의 관계에도 막힘이 많은 상황이었다. 그는 이런 이유로 지금 임원보다는 구글 래리 페이지 밑에서 일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구글 측은 웨이즈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약속하고 있었고 노엄 바딘은 자금 사정으로 고통 받지 않고 웨이즈 개발을 진행할 수 있게 회사를 구글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그와 팀은 구글 직원이 됐지만 구글에서 독립적인 팀으로 웨이즈 개발을 계속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구글에 흡수되면서부터 몇 가지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웨이즈 같은 스타트업은 기업 브랜드나 제품, 서비스 사이에는 일관성이 있고 직원과 경영진, 투자자는 동일한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구글 같은 대기업에서 일하는 직원에게 개별 제품은 경력을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으며 열정 같은 사명감을 갖고 업무를 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웨이즈 개발팀도 웨이즈를 단순한 발판으로 여기는 직원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또 일과 생활간 균형이라는 개념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웨이즈를 창업했을 때 원래 소프트웨어 개발 현장에는 일과 생활간 균형이라는 개념이 아니라 웨이즈 개발팀도 앱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구글은 개인 생활을 우선시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바딘은 오늘은 일찍 들어간다든지 요가 교실이 우선이라는 이유로 회의 일정이 바뀌는 일을 겪어야 했다.

그의 성격에 기인하는 문제도 있었다. 바딘은 구글에선 충동적이었기 때문에 종종 말실수가 있었다. 구글 이벤트나 회의에 참석해 무심코 잘못된 말투로 구글 인사팀에게 눈총을 받아야 했다. 그는 이런 구글 내 관습에 대해 구글은 정치적 올바름이 금과옥조였기 때문에 발언 내용보다 말투가 더 중요하며 뭔가 잘못된 단어를 하나라도 사용하면 인사팀에게 번개가 쳤다고 설명한다.

웨이즈 개발팀도 구글 기업 문화에 힙쓸렸다. 구글은 직원 식당에서 식사를 제공하고 있으며 건강하고 맛있는 식사를 무료로 먹을 수 있다. 웨이즈가 구글에 인수되고 얼마 안 됐을 무렵 웨이즈 개발팀이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는 경우 구글 직원이 또 초밥이냐는 불평을 하는 걸 들었지만 웨이즈팀은 배부른 소리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몇 개월이 지나지 않아 바딘이 이끄는 웨이즈팀도 메뉴에 불만을 터뜨리는 소리를 같이 하게 됐다고 한다. 노동 환경에 대한 욕구가 똑같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밖에도 구글 일원이 된 것으로 업체와의 협력 관계에 제약이 생기거나 법률, 개인 정보 보호 정책 등 사용자에 직접 기여하는 일이 급증하는 것 같은 문제가 바딘을 괴롭히기도 했다. 이런 문제에 대해 그는 다양하게 엇갈린 문제에 자신은 미쳐가고 있었으며 매일 자신이 오늘 사용자를 위해 뭘 했는지 자문했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이 하고 있는 게 부끄러워 하는 습관이 귀찮게 된 걸 알게 됐을 때 자신은 끝났다고 통감했다고 한다.

그는 구글에 웨이즈를 매각한 것에 대해 자신이 구글에서 달성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으며 웨이즈 매각에도 성공했다고 확신한다며 문제는 자신이었다고 말했다. 자잘한 엇갈림이 7년간 축적되어 지쳐 버린 게 은퇴 이유라는 것이다.

또 매각을 결의했던 2013년 자신에 대한 조언으로 구글에서 혁신을 일으키려고 혈안이 되는 게 아니라 빨리 회사를 그만두고 혁신을 달성할 수 있는 팀을 만드는데 전념하는 걸 추천한다며 하지만 입으로 말하는 건 간단하지만 자신의 회사 사명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 매각을 결정했을 때 자신이 시대는 끝났다고 솔직히 인정하고 자신이 회사를 이끌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만들어야 했다고 밝혔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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