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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인식 AI 비서와 블록체인이 만나야 할 이유?

아마존이 지난 6월 발표한 파이어TV 큐브(Fire TV Cube)는 아마존이 선보인 인공지능 도우미 알렉사(Alexa)를 내장한 TV 셋톱박스다. 알렉사를 통해 TV를 음성 제어할 수 있게 해준다. 본체에는 마이크 8개를 달아 음성 명령을 잘 인식할 수 있다. 전원을 켜거나 끄고 볼륨을 조절하거나 입력 신호를 전환하는 것도 모두 음성으로 끝낼 수 있다. TV 채널별 일정을 물어볼 수도 있다. 리모컨을 음성으로 대체한 셈이다. 물론 그 뿐 아니라 조명 같은 가전 제품을 음성 조작할 수도 있다.

물론 아마존은 셋톱박스가 아니라 지난해에는 아예 알렉사를 내장한 스마트 TV인 아마존 파이어TV 에디션(Amazon Fire TV Edition)을 발표하기도 했다. 알렉사를 지원하는 TV인 것. 리모컨 버튼을 눌러 알렉사를 부른 다음 음성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올초에는 아마존이 가정용 로봇을 개발 중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베스타(Vesta)라고 불린다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아마존은 올해 안에 프로토타입을 제작, 테스트를 진행한 뒤 빠르면 내년 출시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베스타는 움직이는 알렉사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고성능 카메라나 이미지 인식 기능을 갖추고 알렉사를 내장하기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 뿐 아니다. 얼마 전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사의 게임기 엑스박스 원(XBOX One)에 음성 인식 비서인 알렉사와 구글 어시스턴트를 지원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물론 지금 당장도 이 제품은 마이크로소프트의 AI 비서 기능인 코타나를 지원한다. 하지만 코타나를 이용하려면 헤드셋을 연결해야 하는 탓에 사용하기 어렵다는 불만도 있다. 이런 점에서 헤드셋을 착용한 채 말을 걸 필요 없이 구글홈이나 아마존 에코를 통해 제어를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렇게 하면 엑스박스 같은 게임기도 음성 인식 비서를 통해 다양한 작업을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의 개발자 회의인 빌드 2018(Build 2018) 기간 중 윈도 PC에서 알렉사를 호출해서 스마트 가전 제품을 조작하거나 아마존 에코로 일정을 확인하고 이메일을 보내는 것 같은 장면을 시연하기도 했다.

이렇게 알렉사 같은 음성인식 AI 비서는 가전을 포함한 여러 분야에서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새로운 킬러 콘텐츠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물론 지난 6월 발표된 인터넷 트렌드 2018(Internet Trends 2018) 보고서에서 나왔듯 이 같은 음성인식을 비롯한 인공지능 서비스 발전의 주춧돌은 데이터 수집과 분석, 최적화라고 할 수 있다.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수집해야 할 데이터량은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했다. 데이터 수집과 분석은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역할을 했고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등장한 게 바로 클라우드 컴퓨팅과 인공지능을 활용한 데이터 분석이다. 방대한 데이터를 머신러닝을 통해 분석하면서 알고리즘은 더 발전하게 된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이 이 같은 인공지능 플랫폼을 두고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는 것. 물론 여기에 연결 고리 역할을 하는 클라우드 컴퓨팅의 경우 아마존이 AWS를 통해 전 세계 수익 중 50%를 거머쥐고 있는 상태다.

다만 이런 발전에는 데이터 공유라는 문제가 생긴다. 데이터와 소비자의 관계는 미묘하다. 인터넷 소비자 중 79%가 쇼핑 등 개인적 이익을 위해선 기꺼이 개인 정보를 공유한다고 한다. 하지만 개인 정보를 공유해서 얻는 이득이 생각만큼 없다면 64%는 특정 서비스를 없애려 한다고 한다. 데이터 관리나 피드백을 고민하지 않으면 사용자 정보를 계속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다.

또 다른 문제는 사생활 노출 등 개인 정보 유출 문제다. 지난 5월 미국 포틀랜드에선 아마존 에코를 이용하던 한 가정에서 나누던 대화 내용이 멀리 떨어진 곳에 거주하는 지인에게 무단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평소 에코를 이용해 냉난방이나 소등을 모두 에코로 처리하던 이 가정에선 어느 날 280km나 떨어진 곳에 거주하는 동료에게 가정 내에서 나누던 대화가 유출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아마존 측은 이 사태에 대해 개인 정보 보호 관점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처리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우연히 명령어를 오인하고 대화를 녹음했고 이를 동료에게 전송하게 됐다고 하지만 음성인식 AI 비서를 통한 이 같은 개인 정보 유출 문제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이렇게 차세대 킬러 콘텐츠의 가능성과 개인 정보 데이터를 둘러싼 숙제를 안고 있는 음성인식 AI 비서를 위한 대안이 있을까.

물론 아직까지 충분한 대답이 되어줄지는 모르겠지만 국내 진출을 선언한 프랑스 스타트업 스닙스(Snips. https://snips.ai/)는 인공지능 음성인식 분야에 블록체인을 결합,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스닙스 측이 보낸 자료를 보면 해법은 이렇다. 가전 제품을 통합 관리하는 AI 어시스턴트(여기까지는 기존과 같다)에 블록체인을 접목해 보안을 강화했다는 것이다. 이 기업은 이 같은 기술을 녹인 스닙스 에어(Snips AIR)라는 제품을 개발했고 오는 2019년 말에는 국내 시장에도 내놓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제까지 나온 AI 어시스턴트는 결과적으로 데이터는 중앙집중식 관리 시스템으로 처리하게 된다. 이에 비해 스닙스 에어는 로컬 기기 상태에서 알아서 데이터를 100% 암호화한다. 클라우드상으로는 어떤 개인 정보도 전송하지 않는다.

스닙스 에어의 기본 기능 자체는 AI 어시스턴트가 하는 역할과 다르지 않다. 조명이나 실내 온도, 창문 같은 걸 제어할 수 있는 홈오토메이션 기능, 주방 가전 등을 제어하거나 날씨나 일정을 알려줄 수 있다. 스닙스 측은 2019년 제품 출시 이후 2020년에는 플랫폼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개발자가 스닙스 에어용 앱을 개발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 앱을 스닙스 앱스토어에 올리면 블록체인을 적용해 토큰을 통한 거래를 할 수 있게 한다.

이 말의 뜻은 이렇다. 블록체인 하에서 암호화 데이터를 머신러닝 모델에 제공하면 대가로 수익을 얻게 된다는 얘기다. 앞서 밝혔듯 스닙스 에어를 통한 개인 데이터는 모두 암호화된다. 암호화된 상태의 정보를 개발자가 모아서 새 머신러닝 모델을 개발한다. 인공지능이 암호화된 데이터로 학습을 한다는 얘기다. 개발자나 사용자 모두 부담 없는 상태에서 데이터 교환이 가능하지며 사용자는 대가도 얻게 된다.

결국 이 시스템은 블록체인을 통한 음성인식 생태계를 구현해 개인 정보를 보호하면서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하겠다는 게 핵심인 것이다.

지금까지 나온 AI 비서가 사용자 정보를 클라우드로 전송해서 머신러닝 기능을 개선하는 형태로 개발되다 보니 결과적으로 개인 정보 유출이나 침해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또 앞서 소개했듯 소비자에게 정보 제공에 따른 이득을 제공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요인도 만들겠다는 얘기다. 음성인식 정보 유통 생태계를 정보를 분산 처리하는 탈중앙화 방식으로 구현하려는 것.

스닙스는 코렐리아캐피털와 BPI프랑스 등 투자기관으로부터 2,200만 유로(한화 288억 원대) 투자를 받은 상태다. 제품 자체는 화이트 라벨 제품을 상품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스닙스 자체는 인공지능 음성인식 기술만 제공하고 기기 제조사가 알아서 만들게 하겠다는 것이다. 스닙스의 성공 여부를 떠나 적어도 지속적 성장이 요구되는 음성인식 AI 비서 시장에서 데이터를 둘러싼 현실적 대안으로서의 가치는 꽤 있지 않을까 싶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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