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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질라가 짚어본 2020년 인터넷 트렌드

모질라재단(Mozilla)이 2020년 인터넷 관련 사건을 되돌아보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모질라는 세상 모든 이들에게 어려운 1년이었던 2020년 인터넷은 우리를 돕는 동시에 어느 때보다 우리를 힘들게 했다며 2020년 인터넷에서 일어난 좋은 변화와 나쁜 변화를 돌아봤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세계적인 외출 자제나 금지로 인터넷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 인터넷은 전 세계 인구 중 절반에 제공되고 있으며 이들은 원격 작업과 온라인 수업을 활발하게 사용하게 됐다. 반면 전 세계 나머지 절반은 인터넷에 연결할 수 없다. 또 국민 중 자유로운 인터넷 접속을 제한하는 국가도 있다. 인터넷 연결에 제한이 걸린 국가에선 수백만 명이 VPN을 이용해 인터넷 정보에 접근을 시도한다. 하지만 VPN을 이용한 익명 사용자는 사이버 범죄에 많이 사용되며 매일처럼 전 세계 어떤 지역에선 인터넷 접속이 차단된다.

모질라는 인터넷에 연결할 수 없는 사람을 줄이기 위해 농촌과 도시를 연결하는 인프라에 대한 공공 투자와 학교, 대학, 도서관 등 공공 와이팡이 증설 등 인터넷을 저렴하게 제공하는 방법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또 인터넷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선 정부와 대규모 민간 인터넷 기업이 소유한 시설 뿐 아니라 지역 사회가 운영하는 시설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모질라는 2020년 드러난 문제점을 변혁하려면 사람들이 인터넷에 대한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모두 응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다음은 인터넷과 인종 차별. 기술은 인종에 관계없이 평등하다고 생각되어 왔다. 하지만 최근 인종 불평등 기술 존재가 밝혀졌다. 2008년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위한 웹브라우저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등장한 웹브라우저 블랙버드(Blackbird)는 맞춤 검색을 이용해 흑인에 최적화된 검색 결과를 표시하는 브라우저였다. 블랙버드는 등장부터 몇 개월 동안 30만 회 이상 다운로드되는 등 흑인에 최적화된 검색 결과에 대한 수요를 보여주ᅟᅠᆻ다.

또 검색엔진 알고리즘에 의한 인종차별에 대해 써 베스트셀러가 된 책 구글은 어떻게 여성을 차별하는가(Algorithms of Oppression) 저자인 사피야 노블(Safiya U. Noble)은 구글에서 흑인 여자(Black girls)라고 검색했는데 검색 결과에 음란물이 많이 표시된 것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이후 구글은 흑은 여자 검색 결과를 조정했지만 검색 알고리즘 변경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2020년 6월 보고에 따르면 라틴 여자(Latina girls), 아시안 여자(Asian girls ) 같은 단어로 검색하면 성인물 관련 키워드 자동 완성이 되기도 했다고 한다. 이처럼 구글 알고리즘이 인종 차별적인 검색 결과를 표시하는 게 많다는 지적이다.

인종차별적 기술은 검색 엔진 알고리즘에 국한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미국 사법 시험에 사용된 AI가 흑인 얼굴을 인식하지 못해 오류가 발생하거나 음성인식 알고리즘이 흑인 목소리를 잘 인식하지 못하는 문제가 연구자에게 지적되는 등 다양한 기술이 인종차별적 동작을 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IBM은 이런 기술에 의한 인종차별 조장을 우려해 2020년 6월 얼굴인식 기술 개발에서 철수를 표명하기도 했다.

모질라는 기술에 의한 인종차별에 대해 예상 사용자는 어떤 속성 인물이었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또 인종차별적 동작을 하는 기술이 개발된 배경에 대해 포드재단 기술 펠로인 맷 미첼은 기술 기업이 유색인종과 여성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있지 않기 때문에 백인 중심적 기술이 개발되는 현상이 있다고 지적한다.

다음은 노동자 권리. 우버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일하는 긱이코노미 노동자는 전 세계에 5,000만 명이 넘는다. 모질라는 긱이코노미 노동자가 정보에 접근할 권리를 빼앗기는 상황에 대해 보고하고 있다.

2015년 우버 운전자가 승객에게 폭행을 당하면서 우버 측에 폭행 승객 정보를 문의했지만 몇 주 동안 무시를 당했다. 그는 프리랜서 운전자로 일하고 있음에도 자신의 차량을 이용하는 승객 정보가 우버에 의해 관리된다는 것에 분노를 느꼈다. 이후 이 남성은 배차 앱 운전자 노동조합(App Drivers & Couriers Union)을 설립하고 우버와 기타 배차 응용 프로그램 운영 기업에 대한 최저임금 지불이나 휴일 보장 등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우버에 대한 소송에서 우버가 운전자를 평가하기 위한 비밀 매개변수를 갖고 있다는 걸 알게 됐지만 이 매개변수가 어떻게 운전자 직업에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선 알 수 없었다. 모질라는 이 사례에서 디지털 정보를 얻을 권리와 노동자 권리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긱이코노미 노동자가 정보를 얻을 권리를 지원하기 위해 개발된 응용 프로그램인 위클록(WeClock)은 긱이코노미 노동자 내용을 기록하고 노동시간과 이동거리, 임금을 데이터로 저장할 수 있다. 2020년 10월 위클록을 이용해 사용자 213명이 수집한 데이터에서 긱이코노미에 통보하지 않고 임금이 줄어든 게 밝혀지기도 했다.

모질라에 따르면 긱이코노미 노동 조건은 개선 추세에 있다. 2020년 9월 바르셀로나에 본사를 둔 음식 배달 앱 글로보(Glovo) 운영 기업에 대해 운전자를 프리랜서가 아닌 직원으로 대우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또 2020년 11월 3일에는 여러 배차 서비스 본거지인 캘리포니아에서 응용 프로그램을 통해 일을 맡은 운전자 복리 후생 확충을 사업자에게 의무화하는 법률이 통과됐다. 이에 따라 우버와 리프트, 도어대시 등 배차 서비스가 잇따라 캘리포니아 운전자를 위한 복리후생 제도를 발표하고 있다.

다음은 투명성. 2020년에는 각종 SNS 서비스 영향력 크기가 드러나 SNS를 운영하는 기업에 투명성이 요구되게 됐다. 2021년 1월 일어난 미 의회 습격 사건에 따라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은 트럼프 전 대통령 계정을 정지시켰다. 이 대응에 동참한 사람도 있고 SNS 운영 기업이 자유로운 의견 표명을 저해하는 의문을 나타내는 사람도 있다.

2020년 10월에는 나이지리아 치안부대에 대한 항의 활동(End SARS)에 관한 페이스북 게시물에 대해 허위 정보라는 라벨이 붙는 사태가 발생했다. 페이스북은 이 대응에 대해 코로나19 명칭인 SARS-CoV-2와 End SARS를 시스템이 혼동한 데 따른 결과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에 대해 분명히 하지 않았다.

또 뉴미디어 마크업(The Markup)이 개발한 데이터 수집 알고리즘 시티즌 브라우저 프로젝트(Citizen Browser Project)를 이용한 조사에 따르면 페이스북이 금지했다고 발표한 정치 관련 그룹 추천하기를 계속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모질라는 이런 도구를 이용해 투명성 모니터링을 모든 플랫폼과 언어에 걸쳐 확장하는 건 어렵다며 하지만 모니터링을 실시하는 것으로 기업에 투명성을 요구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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