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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로 간 로봇…물류 혁신을 말하다

창고는 이미 몇 년 전부터 물류 혁신을 대변하는 샘플이 되어가고 있다. 아마존이나 알리바바 같은 기업의 창고는 첨단 기술을 모아놓은 듯한 장면을 연출한다. 동시에 자동화와 지능화, 스마트공장, 사물인터넷 같은 키워드를 떠올리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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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을 통해 공개된 건 영국에서 가장 큰 온라인 식료품 유통 기업인 오카도(Ocado)가 영국 남부 도시 앤도버(andover)에 건설해 운영 중인 창고. 축구장 3개 넓이에 이르는 이 거대한 창고는 지난 2016년 12월 첫 가동 이후 처음으로 외부에 모습이 공개된 것이라고 한다.

내부는 여러 층으로 나뉘어져 있다. 바닥에는 정사각형 칸을 친 것 같은 레일이 전후좌우 4방향으로 위치하고 있다. 로봇이 어떤 방향으로나 돌아다닐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다.

네모난 칸 안쪽에는 바구니가 설치되어 있다. 이곳에는 온라인에서 판매 중인 상품을 하나씩 담게 된다. 바닥 안쪽에는 바구니 25만 개가 있고 로봇이 칸마다 돌아다니면서 들어간 상품을 운반한다. 제품을 바구니에 담으면 인간 직원과 로봇이 있는 지점으로 제품을 운반하고 바코드 인식을 거쳐 출하를 하게 된다.

로봇은 공간 효율을 감안해 직육면체 형태로 설계했고 아래쪽에는 바퀴를 달아 레인 위를 달릴 수 있게 했다. 바퀴는 전후좌우 어느 방향으로든 달릴 수 있게 90도 각도로 설치되어 있다. 진행 방향에 맞는 바퀴만 접지해 달리는 것. 이 로봇은 오카도 그룹 산하에 있는 오카도테크놀로지(Ocado Technology)와 오카도엔지니어링(Ocado Engineering)이 개발한 것이다. 수천 개에 달하는 로봇은 4G 네트워크 통신을 통해 제어하며 초당 300만 회에 달하는 계산에 최적화, 충돌이 일어나지 않게 작동한다. 배터리를 전원으로 이용하지만 잔량이 부족해지면 알아서 충전 스테이션까지 이동, 재충전도 한다.

이 창고는 주당 6만 5,000건에 달하는 주문을 처리할 수 있다고 한다. 고객이 주문을 하면 5분 안에 상품을 갖출 수 있다. 로봇은 4m/sec 그러니까 초속 4m 속도를 내서 5mm 간격을 유지하면서 원활하게 돌아다니면서 물건을 모은다. 로봇 1대가 운반할 수 있는 최대 운반 무게는 10kg 가량이라고 한다.

아마존의 경우 이미 2012년부터 창고에 로봇을 도입해왔다. 아마존 창고에는 상품 랙이 들어서 있고 선반은 구획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곳에는 각각 상품이 담겨져 있다. 선반 아래에는 선반 전체를 들어올려 이동시킬 수 있는 로봇 키바(Kiva)가 돌아다닌다. 키바는 아마존이 지난 2012년 인수한 곳. 로봇 키바는 360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바퀴를 갖추고 있어 창고를 돌아다닐 수 있다.

아마존은 로봇을 창고에 도입하면서 선반 배치 자유도를 높이는 한편 창고 전체에 제품 집적율도 높였다고 한다. 창고를 배회해야 했던 직원 대신 키바가 상품을 가져오는 피킹스테이션에만 직원은 대기하면 된다. 컴퓨터 지시에 따라 선반에서 물건을 꺼내 포장 공간으로 주문 상품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모인 상품은 상자에 담기고 롤러를 따라 이동, 포장이 되는데 창고 내에 위치한 롤러 길이가 보통 10km 이상에 달한다고 한다.

포장 공간에선 고객 주문 사항에 따라 크기도 컴퓨터가 자동으로 골라준다. 사람은 지정 상자를 들고 포장을 하면 된다. 접착테이프 길이도 지정되어 있어 사람은 기계가 끊어준 포장 테이프를 손에 들고 붙이기만 하면 된다. 사람이 판단하는 것이라곤 완충재를 얼마나 쓸지 정도다. 상품을 골라 포장, 출하 직전 단계까지 오는 시간은 60초 이하라고 한다. 포장을 모두 마치면 상자는 트럭으로 운반된다. 이 과정도 아마존은 자동화해서 원하는 트랙 위치까지 오면 알아서 라인에서 내려준다고 한다.

아마존이 몇 년 전 밝힌 바에 따르면 로봇을 이용한 작업 효율은 인간보다 2∼4배 이상이라고 한다. 또 사람을 쓰는 창고와 견주면 비용 절감 효과도 50% 이상이라고 한다.

아마존은 지난 2003년 일찌감치 아마존로보틱스(Amazon Robotics)라는 조직을 만들었다. 아마존 창고와 배송센터를 다양한 로봇 공학 기술로 자동화하는 걸 목표로 하는 것이다. 자율이동 로봇이나 제어 소프트웨어, 음성 인식과 전력 관리, 컴퓨터비전, 머신러닝 등 다방면에 걸쳐 연구를 진행한다.

중국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앞서 소개한 알리바바 외에도 지난해에는 중국 저장성에 위치한 항저우에 있는 한 운송기업 창고가 화제가 된 바 있다. 중국 민영택배 기업인 신통특송(Shentong Express)의 창고로 이곳은 하루 20만 개에 달하는 화물을 처리할 수 있다고 한다. 이곳의 경우에도 바닥에는 군데군데 사각형 구멍이 있는데 로봇이 이 구멍을 피해가며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컨베이어벨트에 실려 온 짐은 사람이 손에 들고 대기하던 로봇에 놓는다. 로봇은 정해진 위치로 이동해 멈추고 바코드를 읽어들여 행선지를 조회한 다음 로봇이 가야할 위치를 전송한다. 화물 정보를 컴퓨터로 관리해 인간이 개입할 때 생길 수 있는 휴먼에러를 배제한 것이다. 이 로봇은 중국 로봇 기업인 하이크비전(Hikvision)이 개발한 것이다.

아무튼 행선지를 파악한 로봇은 자동 주행한다. 이 창고에 있는 로봇은 8kg 짐을 운반할 수 있다. 로봇 움직임은 앞서 소개한 영국의 경우처럼 90도 교차하는 수직 수평 한 방향으로 정할 수 있으며 바닥에 위치한 ID태그 장치를 이용해 움직인다. 주위 로봇과도 충돌하지 않고 주행하는 건 물론이다. 이 로봇 역시 배터리 전원이 부족하면 자동으로 충전 스테이션으로 돌아간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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