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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의약품·식료품…배달의 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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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몇 년 전부터 혈액이나 의료용품을 드론으로 운반하려는 시도가 아프리카 등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의료용 배송 드론은 아프리카처럼 교통 인프라가 취약하고 사정이 좋지 않은 지역에서 의료 혜택을 크게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같은 시도를 하는 곳 가운데 하나가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스타트업 집라인(Zipline. http://www.flyzipline.com)이다. 집라인은 혈액이나 의료용품 등을 나를 수 있는 자율비행 드론을 개발 중이다. 무게는 11kg이며 배터리로 구동하는 전용 기계를 통해 발사한다. 비행 속도는 130km/h. 이 드론은 혈액이나 의료용품 1.8kg을 80km 떨어진 거리까지 운반할 수 있다. 목적지에 다가가면 낙하산을 이용해 투하한 뒤 드론은 알아서 출발지로 되돌아간다.

이 드론은 지난 2016년부터 아프리카 르완다 지역에서 의료용품 배송을 해왔다. 르완다에는 포장도로가 거의 없어 도로 운송이 쉽지 않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수혈이 필요해도 혈액을 제때 공급받기 어려운 것. 실제로 르완다에선 수혈용 혈액이나 의료용품이 이런 문제로 유통기한이 지나 폐기 처분되는 일이 잦다고 한다. 이렇게 도로 교통이 취약한 지역에서 빠르게 배달할 수 있는 드론은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드론을 이용한 이후에는 혈액 폐기량이 무려 95%나 줄어들고 의료비 억제에도 기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의료용 배송 드론은 고립된 지역에 의료용품을 배송하는 등 효과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집라인 측은 올해는 미국에서도 드론을 이용한 의료 배송 실용화를 위해 미 연방항공국 FAA(Federal Aviation Administration) 파일럿 프로그램에 참여, 미국 내 항공 규제에 맞춰 드론 운영 노하우를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한다.

드론을 배송에 이용하려는 시도는 지난 몇 년 사이 계속되고 있다. 드론을 배송에 이용하려는 첫 시도는 지난 2013년 호주에서 줄칼닷컴(Zookal.com)이 시도한 것이다. 서적 판매와 대여를 하는 이 기업은 드론을 납품에 활용해 배송시간을 몇 분 수준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 것. 당시 이 회사가 밝힌 바에 따르면 배송품을 당일 전달하면 원래 29.95달러가 들던 비용을 2.99달러까지 무려 10분의 수준까지 줄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드론 배송의 경제적 이점을 간결하게 말해주는 대목.

플러티(Flirtey)는 지난 2015년 7월 FAA에서 첫 배송용 드론 비행 허가를 받기도 했다. 당시 첫 테스트에서 드론은 이륙에서 배달까지 3분(물론 다시 되돌아오는 시간까지 더하면 6분)에 불과한 시간 사이에 자동차로 따지면 공항에서 이동 진료소까지 1시간 30분 걸리는 장소에 물품을 나르는 데 성공했다. 당시 플러티가 이용한 드론은 암 6개를 갖춘 기체로 의료용품을 담은 소포 1상자를 배달했다.

플러티는 이후 뉴질랜드에서 드론 배송을 테스트하고 세븐일레븐과 함께 편의점 상품 배송에도 성공해 눈길을 끈 바 있다. 세븐일레븐은 2016년 플러티와 손잡고 미국 네바다주 리노에서 드론 배송 테스트를 진행했다. 미국 같은 국가는 광활한 토지 탓에 주택간 거리가 먼 곳이 많다. 드론 배송을 시도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플러티와 공동으로 배송용 드론을 개발에 나선 세븐일레븐은 드론을 통해 음식물과 음료 등을 몇 분 안에 배달하는 데 성공했다. 아마존 역시 드론 배송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 에어(Amazon Prime Air)를 선보인 바 있다.

스위스 국영 우편 회사인 스위스포스트(Swiss Post) 역시 2015년 우편물 배송에 드론을 활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5년 뒤 그러니까 2020년 드론 운용을 염두에 두고 개발을 하겠다고 한 것. 스위스포스트의 드론은 한 번 충전하면 짐 1kg을 10km 거리까지 운반할 수 있는 자율 비행 가능한 제품이다. 비행경로만 먼저 설정하면 알아서 비행한다는 것이다. 비행경로는 매터넷(Matternet)이 개발한 클라우드 소프트웨어를 이용한다.

스위스포스트가 드론에 관심을 둔 이유도 르완다와 비슷한 점이 있다. 스위스에는 알프스 산맥 같은 산악 지대가 많다.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 마을이 많다. 스위스포스트는 드론을 긴급 상황에 활용하려 한다. 재해가 발생하면 교통 인프라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이럴 때 운송 수단으로 드론 활용을 기대하는 것이다.

물류 기업인 DHL 역시 2013년부터 배송용 드론인 파슬콥터(Parcelcopter) 개발을 진행해왔다. 파슬콥터 1.0과 2.0까지는 쿼드콥터 형태 드론이었지만 2016년 발표한 3.0은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VTOL 형태 드론으로 형태를 바꿔 험준한 산악 지대에서 자동차보다 4배에 달하는 속도로 비행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재미있는 건 당시 공개한 영상. 드론과 배송용 스테이션까지 모두 자동화한 컨셉트를 선보인 것이다. 스카이포트(Skyport)라는 스테이션에 가서 비밀번호만 입력해 사물함을 열어 보내려는 짐만 넣으면 천장 문이 열리면서 파슬콥터 3.0이 비행에 나선다. 틸트 윙 각도를 조절해 수직 상승한 다음 알아서 자동 비행을 한다. 인간을 통한 수동 조작이 필요 없는 것. 마치 경비행기처럼 생긴 이 드론은 2kg까지 싣고 최고 속도 70km/h, 비행 고도는 500m 상태에서 8.3km 거리까지 배송을 할 수 있다. 배달이 어려운 지역까지 갈 수 있는 건 물론이다. 당시 DHL에 따르면 자동차로 30분 걸리던 산악 지대를 8분 안에 갈 수 있었다고 한다.

드론이 자동화되고 사람의 시야를 벗어난 비행에서도 자유로워진다면 앞서 밝힌 것처럼 수혈용 혈액이나 의약품 수송 등 다방면에서 드론이 활용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시간이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건 물론 굳이 미개발 지역이 아니더라도 지역 상권의 경계를 허물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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