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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면서 충전? ‘전기도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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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 사이 전기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이런 관심의 배경에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도 한 몫 한다. 하지만 전기자동차가 보급되는 데 걸림돌 중 하나는 배터리 성능이다. 용량이 작고 충전 시간이 오래 걸리는 탓에 전기자동차는 여전히 실용화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런데 이런 배터리 문제를 해결할 방법으로 스웨덴에서 전극을 도로에 묻은 전기 도로(electrified road)를 세계에서 처음으로 도입한다고 한다.

전기 도로가 첫 선을 보인 곳은 스톡홀름 근교. 도로 안에는 전극 라인 2개를 매설했다. 이를 통해 도로를 주행하는 자동차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것. 전기 도로 길이는 2km로 50m마다 전극 라인이 결합되어 있다고 한다. 차량 바닥 쪽에 있는 암이 내려와서 전극 2개와 접촉하게 되면 충전이 시작된다. 이 도로를 주행하는 도중 충전되고 암을 다시 올리면 충전은 멈추게 된다. 배터리 충전 상태는 대당 충전량에 따라 청구하는 구조라고 한다.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전기 도로는 전기자동차가 이제껏 골칫거리였던 장거리 이동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해준다. 주행 도중 충전할 수 있기 때문에 전기자동차에 탑재할 배터리 용량 자체를 크게 줄일 수도 있고 덕분에 차량 중량도 줄어들어 연비를 개선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건 물론이다.

전기도로는 기존 도로에 매설할 수 있는데 부설 비용은 1km당 100만 유로(한화 13억 원대)다. 전기를 동력원으로 삼는 전차를 도입하는 것보다 가격은 50분의 1 수준이어서 경제적이라는 설명. 또 상용 전기자동차를 개조해서 전기도로에서 쓸 수 있게 하는 추가 비용도 낮다는 장점이 있다. 스웨덴 정부는 전기 도로 기술을 전국에 보급하는 건 물론 이웃 국가 수출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스웨덴 정부는 화석 연료 의존도에서 벗어나기 위해 오는 2030년까지 화석연료 소비량을 70%까지 줄일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전기자동차는 이를 위한 중요한 수단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 전기자동차를 도입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 90%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스웨덴 국내에는 50만km에 달하는 도로가 있다. 이 중 고속도로는 2만km. 고속도로 사이 거리는 최대 54km다. 따라서 고속도로 2만km를 따라 전기 도로를 도입하면 충분할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다시 말해 고속도로에 갈 때까지 구간은 배터리 용량이 작은 전기자동차라도 충분히 갈 수 있으니 고속도로에 부설하자는 얘기다.

전극을 도로에 부설하는 만큼 비나 눈이 오면 안전성에 문제가 없을지 거슬릴 수 있다. 하지만 전기도로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는 이로드아를란다(eRoadArlanda. https://eroadarlanda.com) 컨소시엄 측은 전류는 기본적으로 지하 5∼6cm 밑에서 흐르고 있으며 홍수를 가정하는 건 물론 염분을 포함한 물에 침수되더라도 도로 표면 전압은 1V 정도로 맨발로 걸을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히고 있다. 안전성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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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정부는 전기 도로 실증 실험을 계속하고 있으며 가까운 시기 실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 뿐 아니라 독일 베를린과 네트워크 구축 협의도 시작한 상태다. 이렇게 스웨덴은 전극과 직접 접촉하는 전기 도로를 개발 중이지만 이스라엘의 경우 일렉트로드(ElectRoad. https://www.electreon.com)가 비접촉 급전 방식을 이용한 전기 도로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일렉트로드는 DWPT(Dynamic Wireless Power Transfer)라는 시스템을 통해 충전 뿐 아니라 차량끼리 전기 에너지를 공유할 수 있는 기술도 지원한다고 한다.

퀄컴 역시 같은 이유로 헤일로(Halo)를 개발 중이다. 헤일로는 전자기 유도 원리를 이용해 도로에서 전기자동차 주행이나 충전 전원을 보낼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이다. 헤일로는 20kW까지 전력을 차량에 보낼 수 있다고 한다. 고속도로 수준 속도로 달리는 차량 2대에 전력을 보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KAIST가 개발한 온라인 전기자동차의 SMFIR(Shaped Magnetic Field In Resonance) 그러니까 자기공진형상화기술을 이용해 무선으로 전력을 공급 받으면서 달릴 수 있는 전기자동차에 대한 시범 운행이 지난 2014년 구미시에서 진행된 바 있다. 또 영국에서도 2015년 도로공사에 해당하는 하이웨이즈 잉글랜드(Highways England)가 전기자동차를 달리면서 충전할 수 있는 도로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전기도로는 접촉식이든 비접촉식이든 앞서 밝혔듯 차량 자체에서 여전히 가장 큰 단가, 무게를 차지하는 배터리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매력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배터리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지만 여전히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배터리 용량을 줄일 수 있다면 전기자동차 가격을 떨어뜨려 보급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무게가 줄면 연비가 좋아지는 만큼 전기자동차를 더 매력적인 경제적 수단으로 만들어줄 수 있는 건 물론이다. 차량 내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부분을 줄인다면 설계에도 유연성을 더 줄 수 있다. 스웨덴이나 이스라엘 등 전기도로를 추진하는 움직임에 주목해봐도 좋을 이유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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