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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프린터로 다리·집 출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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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X3D 브리지(MX3D Bridge. http://mx3d.com/projects/bridge/)는 3D프린터를 이용해 실제 건너갈 수 있는 다리를 출력하겠다는 목표를 내건 프로젝트다. 이미 지난 2015년 10월 이 프로젝트에 대한 소개가 언론을 통해 나간 적이 있는데 실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운하에 설치될 MX3D 브리지가 3월말 거의 완성됐다고 한다.

이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곳은 네덜란드 스타트업인 MX3D다. MX3D가 개발 중인 3D프린터는 6축 산업용 로봇에 용접기를 더한 형태로 공중에서 입체적으로 금속 오브제를 출력할 수 있다는 특징을 지녔다. 로봇팔은 PC를 이용해 제어, 시뮬레이션대로 움직인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 2015년 시작 이후 다리 설계와 건설을 위해 다리를 배치할 예정지 주위를 스캔하고 2016년 5월에는 다리 디자인을 완성했다고 한다. 하지만 40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운하에 다리를 배치하면 어느 정도 하중까지 견딜 수 있을지가 여전히 미지수였고 당초 디자인이 단순해 복잡한 기능과 안전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한다. 이런 문제 탓에 디자인을 최종 결정할 때까지 다시 9개월이 더 소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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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디자인을 한 다리는 곡선을 많이 이용한 유기적인 형태가 됐고 소용돌이 같은 난간을 곁들였다. 공장 내부에 부두를 재현해놓고 산업용 로봇 4대를 이용해 3D프린터로 출력을 시작한 건 지난해 3월. 1년에 걸쳐 양쪽에서 조금씩 다리를 출력했고 지난 3월말 다리를 연결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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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출력한 다리 본체 부분 길이는 12.5m이며 폭은 6.3m다. 난간 일부는 아직 출력하지 않은 상태지만 본체 부분은 완성했다. 다리를 보면 볼트 같은 건 눈에 띄지 않는다. 표면을 잘 보면 3D프린터를 이용한 적층 흔적을 볼 수 있다. 다리 내부에는 보강재를 곁들였다고 한다. MX3D 브리지를 통해 출력한 다리는 운하 공사에 맞춰 오는 6월 공개될 예정이라고 한다.

3D프린터를 건설에 활용하려는 시도는 지난 몇 년 새 계속되어 왔다. 전 세계에서 안정적 주거 환경을 확보할 수 없는 인구가 무려 12억 명에 달한다고 한다. 3D프린터 집 제조 스타트업인 아이콘(ICON. https://www.iconbuild.com)의 경우 거대한 3D프린터를 이용해 집 한 채를 1만 달러(한화 1,000만원대)에 건설할 수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3D프린터로 만든 집이 미국 내 일반 가정보다 훨씬 저렴하다는 것이다. 경제 지원이 필요한 지역에서도 손쉽게 집을 건설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아이콘 측에 따르면 3D프린터로 출력할 수 있는 60m2 집 건설에 걸리는 시간은 12∼24시간에 불과하다. 거실과 침실, 욕실, 파우치 등을 갖출 수 있다. 지금까지 만든 창고나 헛간 같은 것과는 전혀 다른 말 그대로 집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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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은 아이티와 엘살바도르, 볼리비아 등에 주택 지원을 하는 MPO인 뉴스토리(News Story)와 제휴, 3D프린터를 이용해 24시간 안에 집을 건설할 계획을 테스트 중이다. 3D프린팅 집은 미리 조립한 간단한 틀에 따라 수지가 아닌 시멘트로 집 구조를 만든다. 아이콘 측과 뉴스토리의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2019년에는 엘살바도르에 3D프린터로 만든 집 100채가 생기게 된다.

비슷한 예로 지난 2017년 러시아 3D프린터 개발 스타트업 아피스 코르(Apis cor)가 건설 현장에서 3D프린터를 이용해 무인 전자동으로 하루 만에 건물을 출력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주택 역시 콘크리트로 이뤄져 있다. 또 이전까지만 해도 주택 일부를 출력해서 조립하는 방식을 취했지만 이렇게 하면 조립식 주택 일부를 만들 때 3D프린터를 쓰고 다시 출력한 (레고) 블록은 현지에 운반한 다음 다시 조립을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에 비해 아피스 코르는 현장에서 출력을 한다는 장점이 있다. 아피스 코르의 3D프린터는 팔 부분 길이만 해도 4m이며 높이는 1.5m, 무게는 2톤이다. 필요에 따라선 다리나 팔을 높이 3.1m, 팔 길이는 8.5m까지 늘릴 수 있다. 덕분에 최대 높이 3.3m 건물은 출력할 수 있다고 한다.

내부에는 건축용 콘크리트를 섞을 수 있는 믹서를 내장해 작지만 하루 최대 100m2 건물을 출력할 수 있다고 한다. 또 팔이 회전할 수 있어 일반 주택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곡면 벽 출력도 가능하다. 앞서 언급했듯 3D프린터를 운반해 1시간 정도만에 조립하면 건물 전체를 현지에서 출력할 수 있어 일손이 필요하지 않은 완전 자동화가 가능하다. 공사 기간도 빠르고 비용 면에서도 장점이 많은 건 물론이다.

3D프린터로 만든 집은 이런 점에선 건설 시장에서 새로운 혁신을 기대할 만한 대상이 될 수 있다. 개발도상국 같은 곳에서 집 부족 현상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기대를 모으는 건 물론이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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