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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카값 올림픽 중계캠 렌즈? 카메라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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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9일부터 25일까지 강원도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리고 있다. 각국 취재진의 중계 경쟁도 치열한 건 물론. 이젠 4K 해상도를 지원하는 방송 카메라를 이용해 잡아낸 영상을 통해 박진감 넘치는 영상을 전달, 현장을 그대로 옮겨온 것처럼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선수의 표정까지 선명하게 잡아내는 고화질 방송 카메라의 가격은 어느 정도일까.

미국 NBC가 이번 평창올림픽 중계에서 이용하는 렌즈는 캐논 UHD-Digisuper 86. 이 제품의 가격은 무려 22만 2,980달러(한화 2억 4,000만원대)에 달한다. 렌즈 하나면 람보르기니 같은 고가 슈퍼카 1대를 살 수 있는 가격인 셈이다.
UHD-Digisuper 86은 크기 250.6×255.6×637.4mm, 무게는 27kg이다. 초점거리는 9.3∼800mm에 86배줌을 지원한다. 유효초점거리는 2배인 18.6∼1600mm. 그야말로 선수의 표정까지 하나하나 선명하게 잡아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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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품에 들어가는 센서는 대각선 11mm인 2/3인치. HD급의 경우 1mm당 흑백 라인 100개가 들어가야 하는데 4K는 더 가혹한 조건을 요구하게 된다. 따라서 세밀한 영역 내에서 수많은 픽셀이 움직이지 않게 해야 한다.

이 제품은 비싼 가격만큼이나 렌즈를 연마하기 전에 몇 개월 동안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수억 가지에 달하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 이상적인 렌즈 설계를 거친다. 렌즈는 빛을 모으는 역할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빛에 대한 특성에 대응해야 한다. 서로 다른 빛 파장이 다른 각도로 굴절하면서 생기는 프리즘 효과 탓에 색상 차이, 그러니까 색수차가 생길 수 있는데 이 제품은 유리보다 굴절률이 낮은 형석 같은 특수 소재로 이를 방지한다. 또 유리 소재를 먼저 깎아내고 수작업으로 연마를 한다. 2nm 오차만 발생해도 성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연마에 들어가는 시간도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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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우주에서 사용하는 카메라는 어떤 제품일까. 대형 시놉틱 관측 망원경(Large Synoptic Survey Telescope), LSST 같은 제품은 32억 화소에 달하는 해상도를 지원한다. 칠레 중부 체로 파촌에 설치될 예정인 적외선 망원경으로 3톤에 달하는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해 장당 HD 화질을 지원, TV 1,500대 분량에 달하는 32억 화소 고해상도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그 뿐 아니라 카메라에 필터를 걸어 교체, 근자외선은 물론 근적외선까지 다양한 파장을 파악할 수도 있다.

이 제품을 이용해 촬영한 사진은 연간 6PB 그러니까 600만GB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쉽게 말하자면 800만 화소 디카로 매일같이 사진 80만 장을 계속 찍어야 하는 수준인 것. 이렇게 촬영한 사진은 은하 구조나 잠재적인 위험한 소행성, 초신성 폭발,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 연구 등에 활용하게 된다. 이 망원경은 오는 2022년부터 운용될 예정이라고 한다.

카메라 관련 기술은 지금도 계속 발전하고 있다. 사진이 처음 발명된 건 19세기다. 하지만 이전부터 빛을 평면에 투영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이 중 카메라의 원형으로 칠 수 있는 카메라의 조상 격인 건 바로 카메라 옵스큐라(camera obscura)다. 카메라 옵스큐라는 사진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원리라고 할 수 있다. 쉽게 말하자면 어두운 방 한쪽 벽에 작은 구멍을 뚫어서 빛을 통과시키면 반대쪽 벽에 외부 풍경이 거꾸로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카메라 옵스큐라의 원리는 기원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아리스토텔레스나 10세기 아랍 천문학자인 이븐 알-하이탐(Ibn al-Haitham) 같은 인물도 이런 현상을 관측했다.

이후 1490년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그림을 그리기 위한 장치로 카메라 옵스큐라를 사용하기도 한다. 램브란트나 미켈란젤로 같은 화가로 비슷한 용도로 카메라 옵스큐라를 썼다고 한다.

1724년 요한 하인리히 슐체(Johann Heinrich Schulze)가 염화은이나 질산은에 빛을 비추면 색이 검게 변하는 감광성을 발견한다. 이어 1826년에는 니에프스가 세계 첫 사진 촬영 기술인 헬리오그래피(heliography)를 발명한다. 헬리오그래피는 해가 그리는 그림이라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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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촬영한 첫 사진은 비투멘이라고 불리는 물질을 이용한 것으로 촬영 시간만 해도 며칠이 걸렸고 품질도 떨어졌다. 빛에 노출시키는 시간도 길었던 탓에 인물 사진을 찍기는 어려웠다. 이렇게 빛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었던 증거는 사진에서도 태양의 빛이 2개 부분에 보인다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와 함께 공동 연구를 하던 루이 다게르(Louis Jacques Mandé Daguerre)는 니에프스가 죽은 뒤 연구를 이어가고 1833년 다게레오타이프(daguerréotype)라고 불리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실용적인 사진 촬영 방법을 개발한다. 프랑스 정부는 1839년 이에 관한 특허를 구입하기도 했다. 다게레오타이프를 이용한 사진의 노출 시간은 7분이면 충분했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찍은 셀카 사진은 1839년 촬영한 사진작가 로버트 코닐리어스(Robert Cornelius)의 작품. 물론 여기에도 다게레오타이프를 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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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0년에는 톨벗(William Henry Fox Talbot)이 캘러타이프(Calotype)라는 사진 기술을 발명한다. 캘러타이프는 첫 네거티브 사진 기법으로 사진을 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다게레오타이프보다 뛰어났다. 하지만 톨벗은 캘러타이프로 사진 촬영을 할 때 사용료를 요구했고 그 탓에 이 촬영 기법은 널리 보급되지 않았다. 톨벗은 또 캘러타이프 특허를 둘러싼 분쟁에 긴 세월을 보내야 했다.

여기에서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존 허셜(John Frederick William Herschel)이다. 그는 사진 관련 연구 논문을 다수 발표했고 그리스어에서 따온 사진(Photography)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낸 인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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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1년에는 링컨의 얼굴을 다른 사람 몸에 부착한 세계 첫 포토샵, 합성 사진이 나왔고 1861년에는 세계 최초로 컬러 사진(사진 위)이 탄생한다. 1871년에는 리처드 리치 매덕스(R. L. Maddox)가 젤라틴을 이용한 사진건판을 발명한다. 감도가 높은 데다 공장에서 대량 생산을 하기에도 적합해 많이 쓰이게 된다.

1885년에는 이스트먼코닥 창업자인 조지 이스트먼(George Eastman)이 젤라틴 사진건판에 건조젤을 도포하는 방법을 개발한다. 코닥이 선보인 첫 카메라는 1900년 선보인 코닥 브라우니(Kodak Brownie). 이 제품은 6cm×6cm짜리 117필름을 이용했다. 당시 홍보 문구에는 셔터만 누르면 나머지는 알아서 하겠다는 말이 나와 있었다고 한다. 고객이 코닥에 카메라를 보내면 필름을 현상하고 사진과 새로운 필름을 끼운 카메라를 다시 보내주는 서비스를 한 것이다. 이는 카메라와 사진이 대중화되는 단초를 마련하게 된다.

코닥은 1963년에는 필름을 카트리지에 넣는 인스타매틱 규격을 채택한 코닥 인스타매틱 100(Kodak Instamatic 100)을 내놨고 1998년 선보인 코닥 DC 210(Kodak DC 210) 같은 제품은 1152×864 픽셀을 지원하는 100만 화소 디카 시대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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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디지털 이미지 자체는 1957년에 만들어진다. 하지만 실제 디지털카메라가 탄생한 건 1975년의 일(사진 위)이다. 이스트먼코닥 엔지니어 스티브 세슨(Steve Sasson)이 만든 것으로 이미지 크기는 100×100, 1만 픽셀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스트먼코닥은 당시 디지털카메라의 중요성에 대해 전혀 인지하고 있지 않았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면 1925년에는 바르나크(Oskar Barnack)가 35mm 필름을 채택한 카메라 라이카를 만든다. 라이카가 탄생하면서 사진작가들은 더 자유롭게 카메라를 휴대할 수 있게 된 것. 이어 1949년에는 첫 SLR 카메라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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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에는 고급 콤팩트 카메라의 원조 격이라고 할 수 있는 롤라이 35(Rollei 35)가 나온다. 이 제품은 제품명 그대로 35mm 필름을 콤팩트한 바디에 담았고 렌즈는 칼짜이즈의 Tessar를 얹었다.

1972년에는 찍으면 곧바로 현상할 수 있는 즉석카메라의 대명사인 폴라로이드가 폴라로이드 SX-70(Polaroid SX-70)을 발표한다. 이어 1976년에 등장한 펜탁스 K1000(Pentax K1000)은 저렴하면서도 간편한 SLR 카메라를 표방, 1997년까지 300만 대가 넘는 제품을 판매한다.

디지털카메라는 1990년대부터 크게 성장한다. 1999년에는 카메라를 넣은 폰이 나오면서 2000년대 폰카 시대를 예고한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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