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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스펙 초음속 정찰기 vs 무인항공기

SR-71은 록히드마틴이 지난 60년대 개발한 전략 정찰기다. 물론 이 명칭보다는 블랙버드(Blackbird)라는 별칭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1990년 퇴역할 때까지 생산된 블랙버드는 모두 32대. 블랙버드는 고도 26km에서 마하 3.3에 달하는 속도로 날 수 있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유인 항공기로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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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근 보잉이 미항공우주학회가 개최하는 포럼인 사이텍(SciTech) 기간 중 이런 SR-71을 넘어 무려 마하5로 비행할 수 있는 선오브블랙버드(Son of Blackbird) 컨셉트 모델을 발표했다고 한다.

선오브블랙버드는 그야말로 괴물 스펙을 지니고 있다. 아버지 격인 블랙버드의 마하3.3을 가볍게 제칠 수 있는 마하5에 달하는 속도, 6,000km/h로 비행하는 걸 전제로 한다. 이를 위해 동력원도 제트엔진 외에 초음속 비행을 위한 스크램제트를 곁들인다. 또 기체 바닥면은 평면으로 구성했고 변칙 형태를 지닌 델타윙을 달았다. 평평한 바닥의 경우 초음속 비행을 할 때 발생하는 충격파를 통해 양력을 얻는 역할도 한다. 그 밖에 공기 흡입구 2개도 더해 스크램제트에 맞는 구조를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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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체를 위에서 보면 날카롭고 뾰족한 기수를 지녔다. 표면은 매끄러운 곡선. 이런 구조는 당연히 초음속 비행을 할 때 저항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동시에 단열 압축을 통해 기체 가열을 최소화할 수 있고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는 스텔스 성능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보잉은 지난 2004년 시험기 X-43으로 이미 마하 9.68 그러니까 1만 2,144km/h에 달하는 속도를 기록한 바 있다. 이어 등장한 X-51A 등을 통해 초음속 기체 설계를 위한 통합 디자인 최적화 MDD(Multidisciplinary Design Optimization)를 채택하고 있다. 이런 기술이나 노하우는 선오브블랙버드에도 반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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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밝혔듯 블랙버드를 개발한 곳은 록히드마틴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록히드 시절 산하 스컹크웍스(Skunk works)가 개발한 것이다. 이곳은 미 고등연구계획국 DARPA 지원 하에 지금 진정한(?) 블랙버드의 아들 SR-72를 개발 중이다.
SR-72는 고도 3만∼6만m에서 최고 속도 마하6을 목표로 하며 2030년 첫 비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륙한 다음 마하3까지 가속하는 제트엔진 뿐 아니라 초음속 영역에서 추진력을 낼 때 유리하도록 보잉과 마찬가지로 듀얼램제트엔진을 곁들인 TRCC 엔진(Turbine Rocket Combined Cycle)을 이용한다. 선오브블랙버드는 SR-72와 경쟁을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선오브블랙버드가 개발되면 기체는 SR-71과 비슷한 37m가 될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보잉과 록히드마틴 등이 초음속 정찰기를 개발 중이다. 하지만 미국 뿐 아니라 중국도 초음속 항공기 개발 경쟁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국유 기업인 중국항공우주과학공업그룹 CASIC(Chinese Aerospace Science and Industry Corporation)는 텡윤(Teng Yun)을 개발 중이다. 2단식 발사를 하는 항공기지만 2단 로켓은 재사용할 수 있고 화물은 2톤, 우주비행사는 5명을 쏘아 올릴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1단만 사용해도 10∼15톤을 운반할 수 있고 군사용으로 전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또 다른 기관인 중국항천과기집단 CASC(China Aerospace Science and Technology Corporation) 역시 지난 2016년 8월 초음속 비행 관련 엔진 기술인 TRRE(turbo-aided rocket-augmented ram / scramjet engine)을 오는 2020년까지 개발하고 2030년까지는 기체 비행을 실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렇게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군사강국이 초음속 정찰기 개발 경쟁에 나서고 있다. 초음속 정찰기는 고고도에서 초음속 정찰을 할 수 있어 방위력 상승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예전보다 정찰 위성 성능이 높아졌고 드론 활용 가능성 등이 높아지고 있는 데 비해 초음속 정찰기는 개발은 물론 제조 비용이나 운영비용이 과다하다는 점 때문에 효용성에 대한 의문이 늘어날 수도 있다.

실제로 미 공군 산하 공군연구소(USAF Air Force Research Laboratory)와 항공기 제조사 크라토스(Kratos)는 스텔스 기능을 갖춘 드론, 무인 항공기 기체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 기체는 사람이 조종하거나 자동 추적 기능을 갖추는 등 쓰임새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개발할 수 있다.

이런 무인 항공기 방식의 장점은 낮은 운영비용이나 인적 물적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조종사는 심하면 격전 중 10G가 넘는 강한 중력가속도 압박에 블랙아웃, 그러니까 의식 상실 현상을 일으켜 그대로 추락해버리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무인 항공기가 전장터에 등장한다면 무엇보다 파일럿 생명 보호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그 뿐 아니라 기체 단가가 낮아지기 때문에 드론을 대량 투입할 수 있다는 것도 전략적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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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토스가 개발 중인 무인 항공기 기체인 마코(Mako)는 이 기업이 생산한 BQM-167A를 바탕 삼아 설계한다. 이륙할 때에는 로켓 엔진을 보조로 활용, 긴 활주로를 쓰지 않고 곧바로 이륙할 수 있다. 이륙한 다음에는 터보팬엔진을 이용해 비행한다. 기체에는 장비나 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건 물론이다.

마코는 낮으면 6m에서 높으면 1만 5,000m 고도까지 폭넓은 범위에서 비행할 수 있다. 속도는 1,100km/h이며 비행 가능한 범위는 편도 기준으로 1,130km다. 기체 가격은 150만 달러에서 200만 달러 사이에 불과해 값비싼 전투기와 견주면 낮은 비용으로 전력을 증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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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토스는 마코보다 더 큰 무인 항공기 기종인 발키리(Valkyrie)도 개발 중이다. 길이는 8.8m이며 날개폭은 6.7m. 터보팬엔진을 갖췄는데 태평양을 횡단할 수 있을 만한 긴 항속 거리가 특징이다. 고도는 15m에서 1만 3,700m까지 가능하다. 임무가 끝나면 낙하산을 이용해 지상으로 귀환한다. 기체나 부품 자체는 이후 재사용할 수 있다.

이런 무인 항공기가 실제로 등장하게 된다면 드론끼리 공중전을 벌이게 되거나 앞서 소개한 고성능 고비용 첩보기를 대신한 새로운 형태의 첩보전이 일어날 수 있다. 차세대 전투기의 개념 자체를 바꿔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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