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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정치인도 정책 위반이라면 레이블을…”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지금까지의 방침을 뒤집고 앞으로 정치인에 대한 페이스북 정책에 어긋나는 게시물에는 레이블을 지정하겠다는 걸 분명히 했다. 그는 뉴스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내용 일부에 빠르게 레이블을 붙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트위터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불확실한 정보 게시와 국민에 대한 협박과 비슷한 게시물에 레이블을 하거나 숨기려는 것과 같은 조치를 취하는 반면 페이스북이 비슷한 게시물을 방치해온 것에 대해 내외부의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주커버그는 레이블에 대해 이는 우리 사회에서 무엇이 허용되는지에 대해 논의하는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다른 문제 있는 콘텐츠와 마찬가지로 이 콘텐츠를 공유하고 비난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내용이 자사 정책을 위반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걸 전해주는 메시지를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주커버그는 이 문제에 대해 밝히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또 새로운 규칙을 언제 구체적으로 시작할지 등도 말하지는 않았다. 주커버그는 당초 트럼프 대통령의 게시물에 대해 정책 위반이 아니라며 구체적인 대응을 피했다. 하지만 다른 SNS 서비스가 올바른 정보를 사용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정책에 따라 대응하는 만큼 내부 직원 비판이 잇따랐다.

이런 비판이 커지자 주커버그는 6월 7일 페이스북 정책을 점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사태를 진정시키려 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정치인 게시물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이 아니라 미국 최대 유대인 단체인 ADL과 흑인 지위 향상 단체인 NAACP, 민권 단체(Color of Change) 등 6곳이 페이스북에 광고 보류를 호소했다. 또 6월 20일에는 의류 브랜드 노스페이스가 자사의 페이스북 광고를 취소하겠다는 트윗을 올렸고 다른 광고주 역시 7월 광고 보이콧을 호소했다.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를 보유한 REI를 비롯해 모질라와 버라이즌, 유니레버 등 다양한 기업이나 단체가 이를 따르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발표된 이번 방침은 이미 일부에선 효력에 의문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ADL은 주커버그의 반응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밝혔고 민권단체 역시 시간 낭비였다는 혹평을 하기도 했다.

주커버그의 발표 이후에도 광고 보이콧 움직임은 멈추지 않는 것 같다. 27일에는 코카콜라컴퍼니 허쉬, 혼다가 새로 페이스북 광고 취소를 발표했다. 이미 페이스북에 광고를 취소한 기업이나 단체 수는 120개를 넘었다고 한다. 페이스북 경영진은 광고주에 대해 광고 수익에 압력을 이용한 정책 변경은 없다고 밝혔지만 페이스북은 코로나19로 인해 광고가 줄고 있고 이번 광고 취소 움직임까지 더해져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주가도 26일 이후 크게 내려앉아 회복되지 않고 있다.

또 주커버그는 정책에 어긋나는 게시물에 대한 레이블 외에 인종차별을 조장하는 광고에 대해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새로운 정책도 발표했다. 특정 인종이나 민족, 국적, 종교, 성적 취향, 성 정체성, 이민 신분자가 다른 사람의 안전과 건강, 생존에 대한 위협이라는 주장을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또 2020년 대통령 선거에 대비해 유권자에 대한 억압적 캠페인 선거물에 대해 게시 72시간 동안 투표 관련 정보를 적극 감시하고 협박이나 오해 소지가 있는 게시물 등 위협을 제거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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