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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망막 디스플레이가 주목받는 이유

최근 가상 망막 디스플레이 VRD(Virtual retinal display)라는 기술을 이용한 장치가 최근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VRD는 아직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에 눈을 아프게 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VRD에 대해 알려면 먼저 인간의 눈에 대해 알아야 한다. 눈의 가장 기본 기능은 수정체 등을 사용해 물체에 초점을 맞춘다. 따라서 눈은 수정체 모양을 바꾸고 홍채에 눈에 들어오는 빛의 양을 조절해 눈의 초점거리를 바꾸는 기능을 갖고 있다. 이렇게 눈이 포착한 영상 중심 부분은 망막에서 가장 많은 시세포를 가진 중심와(fovea centralis)라는 영역에 투영된 망막 나머지 주변 시야가 비춰진다. 이런 중심와에 빨강, 초록, 파랑 3가지 레이저를 주사하는 게 VRD의 기본 구조다.

VRD에 가까운 기술로는 구글 글라스나 마이크로소프트 홀로렌즈로 대표되는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 방식 스마트 글라스다. 이는 망막에 직접 영상을 비추는 게 아니라 눈앞 반투명 디스플레이에 영상을 투영해 실제 영상과 겹치는 증강현실 기술이다.

HMD 방식 스마트 글라스는 스마트폰 등 화면을 주시하지 않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점에서 획기적이지만 디스플레이가 필요한 건 변함없기 때문에 아무래도 부피가 커진다. 또 화창한 날이나 한여름 같은 시기 야외에서 사용하는 용도로는 적합하지 않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해주는 게 바로 VRD다.

하지만 눈에 3종류 레이저를 조사하면 아무래도 안전이 걱정될 수 있다. 실제로 미국 네바다 사막에서 개최되는 대규모 야외 페스티벌 버닝맨은 누군가가 꺼내든 휴대형 레이저 발생 장치로 인해 직원이 실명하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이런 우려에 대한 대답이 매우 낮은 출력 레이저를 이용하는 것이다. VRD는 망막에 직접 빛을 발산하기 때문에 밝은 태양에 휩쓸려 버릴 염려가 없고 최소한의 레이저 출력에 충분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자제어 장비 제조사 보쉬가 개발하는 BML500P는 15마이크로와트 미만 작은 출력으로 작동한다.

VRD는 안전하고 부피가 커지지 않지만 얼굴에 걸쳐도 곧바로 사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VRD는 망막 중심와 영역에 정확하게 영상을 투영시켜야 하기 때문에 조금 맞지 않아도 그냥 아무 것도 보이지 않게 되어 버린다. 따라서 지금까지 나왔던 VRD 제품은 사용자에 맞게 조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또 VRD 제품은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도 있다. 예를 들어 증강현실 기술을 지원하는 구글 글라스 엔터프라이즈 에디션2(Google Glass Enterprise Edition 2)조차 2020년 시점 가격은 999달러이며 마이크로소프트 홀로렌즈2(Microsoft HoloLens 2)는 무려 3,500달러에 달한다.

물론 예전 가상현실이 그랬듯 앞으로 많은 연구와 기술 개발을 거치면 VRD도 저렴한 가격과 안정성을 겸비하게 될 수 있다. VRD에는 수많은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몇 년 상이 무슨 일이 일어날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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