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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선이 하나씩 풀어내는 ‘태양의 비밀’

태양은 지구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도 직접 눈으로 쳐다보지 말라고 할 만큼 막강한 에너지를 방출한다. 이런 태양의 타오르는 표면에 접근해 가까운 거리에서 관찰을 계속 하고 있는 미국 탐사선 파커솔라탐사선(parker solar probe)이 태양 활동 수수께끼를 해명할 최신 데이터를 보냈다.

2018년 8월 12일 지구를 떠난 파커솔루탐사선은 지금까지 어떤 우주선보다 태양에 접근해 태양 표충 구조를 풀려 한다. 미 항공우주국 나사(NASA)에 따르면 격렬하게 가열된 환경에 돌진하는 파커솔루탐사선은 두께 11.43cm 짜리 카본 재질 내열 실드를 장착해 섭씨 1,337도까지 견딜 수 있다.

탐사선은 앞으로 타원형 궤도를 거치면서 금성 스윙바이를 여러 번 실시해 태양에 다가가고 결국은 태양 표면에서 590만km에 육박할 예정이다. 벌써 3번이나 태양에 접근하고 있으며 이 중 2018년 11월 첫 번째와 2019년 4월 2번째 모은 자료 분석 결과가 네이처에 게재된 것이다.

태양에는 아직도 많은 수수께끼가 남아 있다. 이 중 하나는 온도. 태양은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는 중심핵이 가장 뜨겁고 복사층, 대류층, 채층, 광구, 코로나 등 바깥쪽으로 갈수록 온도가 낮아진다. 그런데 왜 마지막 3개 층은 반전을 할까. 광구보다 채층, 채층보다 코로나 쪽 온도가 높은 것.

또 코로나에서 초음속으로 방출되는 전자와 양이온을 태양풍이라고 부르는데 이게 발생하는 구조는 해명되지 않은 상태다. 파커솔루탐사선은 이미지 장치 외에 입자와 전자기장 플라즈마 관측 장비를 실었고 태양 코로나를 가까운 거리에서 관찰하면서 지금까지 지구에서 볼 수 없던 태양의 모습을 부각시켜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금까지 관측 결과에선 가장 의표를 찌른 건 태양풍의 복잡한 움직임이다. 태양풍이 코로나에 뚫은 구멍 그러니까 코로나홀에서 튕겨 나와 지구에 도달할 무렵에는 깨끗한 직선을 그린다. 그런데 코로나가 막 뛰쳐나왔을 때 태양풍의 움직임은 직선이 아니라 복잡한 지그재그 모양을 그린다. 이는 자기장 역전에 의한 것으로 11일 관찰 기간 중 1,000회 이상 관측됐다고 한다. 태양 주위에서 자주 일어나는 현상은 새롭게 스위치 백이라고 명명했다.

또 태양풍 입자 움직임을 관찰한 결과 스위치 백이 일어날 때 입자가 가속하는 것도 밝혀졌다. 태양풍은 태양으로부터 깨끗한 방사선을 그리기보단 스위치 백을 통해 빠르게 흔들리면서 복잡한 모양을 그려내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왜 스위치 백이 일어나는지는 아직 해명되지 않았다.

태양풍에 대해 또 드러난 건 태양은 27일 주기로 자전한다. 그래서 태양풍이 태양을 튀어 나오기 전 태양 자전과 같은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고 여겨져 왔다. 이는 회전목마에 비유하면 태양 중심을 기준으로 태양 대기도 그 분위기에서 태어나 태양풍도 모두 함께 회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심에서 떨어진 곳에 있을수록 빨리 회전하고 있다는 것.

이 경우 태양풍은 가장 바깥쪽에서 고속 회전을 하지만 어딘가 시점에서 점프를 하고 여기에서 방사형으로 태양으로부터 멀어져 간다. 지금까지 관측되던 건 이 회전목마에서 뛰어 내린 뒤의 태양풍 뿐이었다. 이번 파커솔루탐사선이 처음으로 회전목마에 올라탄 상태의 태양풍을 관찰했다.

그리고 입자 측정기 데이터로 지금까지 예측했던 것보다 10배 빠른 36∼50km/sec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고 한다. 이는 태양 자전보다 훨씬 빠른 속도지만 왜 인지는 여전히 수수께끼다. 아직 결정적인 순간은 파악되지 않은 만큼 앞으로 태양풍이 회전 운동에서 해방되는 메커니즘에 대한 해명이 기대된다.

또 먼지 자유 구역도 있다. 지구와 태양 사이에 펼쳐진 우주 공간에는 99% 가스 그리고 1% 먼지라는 크기 1마이크로미터 정도인 작은 고체 입자가 있다. 파커솔루탐사선에 탑재한 이미지 장치는 태양이 가스와 먼지에 의해 산란되는 모습을 파악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지구에서 관측해왔던 데이터와 일치하고 있었다. 그런데 태양에 가까워질수록 먼지에 의한 산란이 감소해갔다. 이는 태양 주위에 먼지 자유 구역이 있다는 것이다. 이 지역은 먼지가 태양에 가까워지면 그 열로 녹아 버릴 것이라는 이론으로 예상됐지만 지금까지 관측된 적은 없다.

또 태양을 가까이에서 포착한 이미지를 통해 태양 코로나의 복잡한 활동도 관찰됐다. 코로나에서 입자 덩어리가 방출되는 것이나 플럭스 로프(flux rope)라는 튜브 모양 자석 그리고 특이한 자기장 존재 등 지구에서 볼 수 없던 태양의 모습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입자 측정기 데이터를 통해선 태양 코로나에서 지금까지 확인되지 않던 미세한 입자 방출이 보였다고 한다. 입자 가속 패턴도 일부 감지되고 이런 비교적 규모가 작은 방출이 트리거가 되고 태양 플레어 같은 대방출로 이어진다고 생각된다고 한다. 앞으로 연구를 계속하면 더 일찍 태양 플레어를 예측할 수 있게 되어 우주 날씨 예보 정밀도도 훨씬 향상될 수 있다.

파커솔루탐사선은 앞으로 6년간 태양에 접근할 기회 24회를 얻는다. 매번 태양과의 거리를 좁혀 나가게 된다. 앞으로 더 질 높은 관측 자료를 입수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는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던 태양계 물리학의 의문까지도 파커솔루탐사선 데이터가 풀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조만간 유럽우주기구 ESA 역시 자체 탐사선 솔라 오비터를 내놓을 예정이다. 파커솔루탐사선과의 공동 연구를 기대할 수 있다.

태양은 11년을 주기로 태양 표층 활동 증감을 반복하고 있어 지금은 활동 극소기를 마치고 활동 극대기를 향하고 있다. 앞으로 파커솔루탐사선이 태양에 접근해갈수록 태양 표면 활동도 높아질 것인 만큼 이 같은 광경을 목격할 수 있을지 모른다. 태양에서 지구까지의 평균 거리는 1억 5,000만km다. 태양이 이 거리를 이동하는 8분 19초 사이 많은 정보가 손실된다. 그래서 태양에 더 가까운 시점에서 관찰을 한다면 지금까지 볼 수 없던 태양의 모습이 보일 수 있다. 다음번 태양 코로나에 파커솔루탐사선이 재돌입하는 건 2020년 1월 29일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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