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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폭스 존재의 의미

웹브라우저 점유율은 2019년 기준으로 구글 크롬이 2위를 큰 표로 따돌리며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위는 바로 파이어폭스(Firefox)다. 파이어폭스는 지금까지 크고 작은 부침을 겪었다. 하지만 미첼 베이커(Mitchell Baker) 모질라재단 의장은 최근에는 시장 점유율 때문이 아니라 웹의 미래를 위한 싸움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모질라의 전신인 넷스케이프 커뮤니케이션즈는 1994년 설립됐고 1998년 모질라로 이름을 바꿨다. 이어 2004년 웹브라우저인 모질라 파이어폭스(Mozilla Firefox) 버전1을 선보였다. 모질라는 2019년 기준으로 구글 크롬에 이어 2번째로 인기 있는 브라우저를 보유했지만 개발 이후 2019년까지 인기에는 부침이 있었다. 넷스케이프 커뮤니케이션즈가 개발하던 넷스케이프 내비게이터(Netscape Navigator)는 1996년 시장을 석권한 브라우저였다. 하지만 1998년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러(Internet Explorer)에 왕좌를 빼앗긴다.

이후 인터넷 익스플로러와 점유율 차이는 압도적으로 벌어졌고 2004년 등장한 파이어폭스는 서서히 점유율을 확대해 2010년에는 전체 시장 점유율 30%를 차지한다. 하지만 구글 크롬이 등장하게 된다. 2019년 2분기 기준으로 구글 크롬의 점유율은 70%, 파이어폭스는 10%를 차지하고 있다.

파이어폭스의 경쟁자는 크롬이지만 크롬이 독점 상태에 빠지면서 모질라재단의 미션은 단순히 시장점유율을 되찾는 게 아니라 웹의 미래를 지키는 것으로 변화하고 있다. 미첼 베이커 의장은 인터넷 시대 초기에는 모든 기업과 소셜 네트워크가 우리를 위해 행동해준다고 생각했지만 서서히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면서 우리를 지켜줄 존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크롬을 개발하는 곳은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Alphabet)이다. 최근 구글의 독점 상태가 자주 문제시되고 있지만 알파벳은 구글 검색과 크롬을 제어하고 웹의 모든 걸 구글을 통해 이뤄지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런 현재 상황을 위험시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예를 들어 구글이 추진하는 AMP는 구글 서버에서 웹사이트를 호스팅하는 곳을 구글로 통하도록 하기 위해 모든 웹사이트 주소를 ‘google.com’으로 시작하게 한다. AMP를 이용하면 페이지 로딩이 조금 빨라지기 때문에 구글 검색 결과 상단에 페이지가 표시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많은 기업이 AMP를 이용하도록 한다.

모질라가 우려하는 건 구글의 웹 지배력에 대항할 수 있는 존재가 없는 데에 있다. 기술적으론 광고 회사가 사용자 정보를 수집하는 브라우저를 만드는 게 가능하지만 브라우저 개발자가 광고 기업인 경우 이런 기능은 제공되는 게 아니다.

페이스북 역시 구글과 마찬가지로 사용자 정보를 광고에 이용하는 데 열심이다. 따라서 파이어폭스에서 페이스북 컨테이너 확장 기능을 이용해 페이스북에서 활동을 컨테이너 탭에 격리하고 페이스북을외부 웹에서 사용자를 추적하는 걸 어렵게 한다. 또 모질라는 온라인 게정이 알려진 데이터 침해를 받는 경우에는 경고를 하는 파이어폭스 모니터(Firefox Monitor), 암호 관리자(Firefox Lockwise), 암호화 파일 공유 서비스(Firefox Send) 등을 선보였고 VPN 서비스도 시험적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베이커 의장은 디스토피아적인 미래가 오고 있다면서 위험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고 말한다. 그녀는 소설 1984년은 인류의 눈앞에 있는 한 미래의 가능성이 아닐까 되묻는다.

사용자 개인 정보 보호를 중시하는 기업으론 애플도 포함된다. 애플이 개발한 사파리에는 지능형 추적 방지 기능이 구현되어 있다. 언뜻 보면 애플과 모질라는 비슷한 목표를 내걸고 브라우저를 개발하고 있지만 어떤 의미에서 애플은 모질라에겐 구글보다 더 위험한 경쟁자라고 한다.

이유는 이렇다. 데스크톱 컴퓨터 사용자는 구글 크롬 외에 선택 사항을 언제든 선택할 수 있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는 구글 크롬이 사전 설치되어 있지만 다른 브라우저를 써도 된다. 반면 iOS에선 파이어폭스를 설치하는 건 가능하지만 iOS는 사파리 외에 브라우저를 기본값으로 설정할 수 없으며 iOS에서 작동하는 브라우저는 사파리 렌더링 엔진을 이용해야 하는 등 기술적 제한도 존재한다.

애플의 입장은 소비자는 애플을 믿어야 하며 애플은 다른 것보다 더 좋다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애플을 통해 제공되는 건 뛰어나지만 조금이라도 이질적이고 애플에 맞지 않는 건 잘 작동하지 않게 된다. 모질라 브라우저를 강력하게 하기 위해 지금까지 렌더링 엔진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해왔지만 애플은 간단하게 모질라 기술을 금지하고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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