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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양자컴퓨터 ‘양자초월성 이정표인가’

구글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로 1만 년이 걸리는 계산 문제를 3분 20초 만에 해결할 수 있는 양자컴퓨터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양자컴퓨터는 기존 컴퓨터가 정보를 처리하는 단위인 비트 대신 큐비트를 이용해 정보를 처리한다. 비트는 0이나 1 중 한 가지 값을 갖는다. 이에 따라 기존 컴퓨터 내부에선 모든 정보를 비트의 연속으로 처리한다. 이에 비해 양자비트는 0이나 1이 아닌 동시에 0이나 1도 된다는 양자 기계적 중첩을 이용한다. 이런 양자비트를 이용하면 동시에 엄청난 양의 연산을 해낼 수 있다.

구글은 양자컴퓨터를 개발하기 위해 먼저 큐비트 53개를 탑재한 빠르고 안정성 높은 시카모어(Sycamore)라는 양자컴퓨터용 프로세서를 개발했다. 각 양자비트는 다른 큐비트 4개에 연결되어 있으며 양자비트끼리 상호 작용을 일으키며 계산한다. 양자비트 53개는 2의 53제곱도 다차원적인 계산이 가능하다.

기존 양자컴퓨터 프로세서는 노이즈에 의한 오류가 많아 실용성이 의문시되어 왔다. 하지만 시카모어는 인접한 양자비트 사이의 상호작용을 끌어내는 새로운 컨트롤 노브를 이용해 문제를 개선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큐비트를 복수 연결해도 오류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는 것.

시카모어를 포함한 양자컴퓨터 벤치마크를 실시한 결과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로 1만년 걸릴 계산 문제를 200초 그러니까 3분 20초 이내에 풀었다고 한다.

구글은 이 발표에서 기존 컴퓨터에선 실현 불가능한 계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걸 나타내는 양자초월성을 2019년 봄 무렵 달성했다고 적도 있다. 시카모어를 탑재한 양자컴퓨터는 완전히 프로그래밍 가능하고 일반적인 목적의 양자 알고리즘을 실행할 수 있다고 한다.

다만 구글의 경쟁자인 IBM 측은 구글이 양자 초월성을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고 정면으로 부정하기도 했다. 구글은 자사의 양자 프로세서 시카모어가 오크리지국립연구소 내 슈퍼컴퓨터인 서밋(Summit)으로 1만년 걸릴 작업을 3분 20초 안에 해결했다고 밝혔다. IBM 양자컴퓨팅 부문은 (On “Quantum Supremacy”)을 올리고 양자컴퓨터의 원래 의미는 고전 컴퓨터에서 해결 불가능한 계산이 양자컴퓨터로 해결 가능하다는 것이라면서 서밋도 해결 가능한 이상 구글은 시카모어에 시킨 작업 내용이 이 조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IBM은 구글은 서밋에서 1만년이 걸린다고 추정했지만 슈뢰딩거=화인만 알고리즘이라는 알고리즘을 이용해 53큐비트 양자 상태를 서밋 250PB 하드디스크에 기록하면서 시뮬레이션을 해 서밋에서도 동일 작업을 불과 2.5일에 해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 전문가도 물론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것으로 IBM이 시뮬레이션을 서밋에서 실행한 건 아니지만 서밋에서도 2.5일로 계산한 IBM의 분석은 대체로 옳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반면 53큐비트 양자 상태를 모두 서밋 하드디스크에 저장하는 방식으로 양자컴퓨터와 견줄 수 있더라도 구글이 시카모어 양자비트를 55개로 늘리면 손쉽게 서밋의 저장용량을 초과하게 될 것이다. 60개로 늘리면 33개, 70개까지 늘리면 도시 하나를 메울 만큼의 서밋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양자비트 하나를 늘리는 건 쉬운 게 아니지만 고전 컴퓨터의 게산 능력은 양자 컴퓨터를 따라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양자 초월성이란 양자컴퓨터가 기존 컴퓨터에서 실현 불가능한 계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걸 나타내는 말이다. 양자 초월성을 실현했다는 구글의 말에 양자 초월성이 실현되면 판독할 수 없는 코드가 없는 게 아니냐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IBM이나 구글이 개발 중인 기기는 모두 50∼100큐비트이며 오류 정정을 하지 않는다. RSA 암호 같은 걸 깨려면 수천 큐비트가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으며 현존하는 구글 기술로는 아직 달성할 수 없는 영역이다. 오류 정정 기술이 사용된다면 더 높은 수준이 생긴다고 할 수 있지만 실현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또 기존 컴퓨터가 어려웠던 걸 양자컴퓨터가 실현해도 문제 자체가 의미가 없다면 뭐하냐고 물을 수도 있다. 양자컴퓨터가 모든 걸 해결하는 건 아니지만 결코 무의미하지는 않으며 몇 가지 문제를 해결한다고 해도 충분할 수 있다. 라이트 형제가 라이트 플라이어를 처음 발명했을 때 항공 여행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당시 사람들은 처음에는 프로펠러를 단 김빠진 차량이라며 무시했다는 점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또 양자컴퓨터가 실험한 결과는 기존 컴퓨터로 검사를 한다. 다시 말해 속도가 늦어도 기존 컴퓨터로 양자컴퓨터와 같은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다면 이를 양자 초월성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이는 53큐비트 칩을 이용하면 수백만 배 고속화가 가능한데 큐비트 수가 늘어나면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만일 구글의 이번 발표가 맞다면 다음 이정표로는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50∼100큐비트 양자컴퓨터를 이용하는 게 될 것이다. 기존 컴퓨터보다 빠른 속도로 유용한 양자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양자 초월성 외에 유용한 오류 정정을 한 시스템을 실현하는 게 다음 이정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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