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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적으로 이권 지켜온 美세무신고 소프트웨어

미국 세무 신고 소프트웨어인 터보택스(TurboTax)는 무료 이용도 가능하지만 어떻게 이용하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한다. 이런 터보택스를 제공하는 인튜이트(Intuit)가 이권을 사수해온 방법을 공익을 목적으로 한 비영리 독립 언론 프로퍼블리카(ProPublica)가 밝혀 눈길을 끈다.

인튜이트가 설립된 건 1980년대다. 당시는 재무 회계와 부기를 관리하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기업이었다. 이런 인튜이트가 2001년경 세무 신고를 쉽게 해주는 소프트웨어 터보택스를 개발한다. 세무 신고의 번거로운 절차 탓에 온라인 세금 신고 소프트웨어 수요는 순식간에 늘었고 2019년 기준 납세자 중 40%가 이런 온라인 세금 신고 소프트웨어를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터보택스는 이런 온라인 세금 신고 소프트웨어 중에서도 최대 규모로 이용자는 4,000만 명 가량이라고 한다.

하지만 온라인 세금 신고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기업에는 우려가 하나 있었다. 이는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온라인 세무 신고 서비스를 만들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당연히 정부가 이런 종류 서비스를 제공하면 터보택스 같은 타사 소프트웨어는 하룻밤 사이에 불필요해진다. 물론 인튜이트도 이 문제를 자각하고 있었다.

인튜이트가 내놓은 대책은 바로 대형 로비다. 프로퍼블리카에 따르면 인튜이트는 수많은 로비스트를 의회에 보내 규제 기관에 소속 공무원 공직에 은퇴하면 자사에 고용한다. 이른하 낙하산 인사처를 관리들에게 제공한 것이다.

로비 활동 외에도 2003년 인튜이트는 프리 파일(Free File)이라는 게획을 미국 국세청 IRS에 제출한다. 프리 파일은 인튜이트를 포함한 여러 기업이 참여해 납세자 중 60%인 7,500만명에 대한 무료 세금 신고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는 것. 프리 파일에 따라 IRS는 공식적으로 온라인 세무 신고 서비스를 만들 필요는 없다며 공식 온라인 세무 신고 서비스를 만들지 않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인튜이트 측은 정부에 저소득층 무료 세금 신고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태는 주장과 동떨어진 것이 있다고 한다. 프로퍼블리카 조사에 따르면 인튜이트는 터보택스 프리 파일(Turbotax Free File)을 위한 랜딩 페이지에 ‘noindex’ ‘nofollow’ 같은 HTML 태그를 삽입해 검색엔진 검색 결과에 표시되지 않는 것 같은 조작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또 의도적으로 사이트 디자인을 형편없이 만들어 고객이 무료 서비스를 찾을 수 없게 했다고 한다.

인튜이트는 터보택스 프리를 발표하면서 업계에서 최대 규모라는 지위를 굳건하게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인튜이트가 이권을 방어하기 위해 다양한 수법을 사용했다는 점에 대해 속았다고 느낀 다수 소비자가 집단 소송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 결과 뉴욕과 캘리포니아 규제 당국이 인튜이트와 동종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H&R블록(H&R Block)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프로퍼블리카 측에 따르면 인튜이트는 고객에 대한 부정행위를 부인하고 있으며 항상 고객에게 명확하고 정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튜이트의 올해 순익은 15억 달러로 주가가 최고치에 도달했다고 발표했다. 2020년에는 터보택스 판매량은 10% 늘어날 전망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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