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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서비스 기업으로 가고 있다

지금까지 혁신적인 제품을 발표해왔던 애플이지만 최근에는 혁신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렇다면 이런 혁신 논란은 사실일까.

지난 9월 11일 열린 애플 신제품 발표회에서 애플은 아이폰 11과 11 프로, 프로 맥스 등 새로운 아이폰 3종과 애플워치 시리즈5, 10.2인치 아이패드 등을 선보였다. 신제품을 다수 발표한 자리였지만 스티브 잡스 전 CEO가 발표를 할 당시처럼 혁신으로 간주되던 건 아무 것도 없었다는 지적도 있었다. 일단 이번 발표회부터 다시 정리해본다.

하드웨어보다 서비스에 가는 무게중심=신형 10.2인치 아이패드는 7세대 제품. 10.2인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채택했고 화면은 350만 화소다. 이전 모델보다 2.5배 더 밝아졌고 시야각은 3.7배 넓어졌다. 7세대 모델은 아이패드용 순정 키보드인 스마트 키보드를 지원한다. SoC는 A10 퓨전을 탑재했다. 탑재 운영체제는 아이패드OS이며 터치ID, 애플 펜슬도 지원한다. 당연히 애플 아케이드나 애플TV 플러스를 이용할 수 있다.

10.2인치 아이패드 본체는 100% 재활용 알루미늄으로 제조했다. 용량은 32GB와 128GB 2가지 가운데 고를 수 있으며 색상은 실버와 스페이스그레이, 골드 3가지 중 선택할 수 있다. 가격은 329달러부터이며 교육용 모델은 299달러다.

애플워치 시리즈5(Apple Watch Series 5)는 새로운 올웨이즈온 레티나(Always-On Retina) 디스플레이를 채택했다. 기존 애플워치는 화면을 잠가 절전을 했지만 신형은 항상 디스플레이가 켜진 상태를 유지한다. 이 디스플레이를 지원하는 건 LTPO(Low Temperature Polycrystalline Oxide)라는 기술 덕이다. 물론 시리즈4에서도 채택했던 기술이지만 디스플레이가 항상 켜진 상태가 되는 건 애플워치 시리즈5가 처음이다. 올웨이즈온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지원하는 환경은 광센서와 전원 관리 통합 회로,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3개다. 항상 켜진 상태지만 배터리는 기존처럼 18시간이어서 배터리는 하루 종일 문제없이 쓸 수 있다.

애플워치 시리즈5는 처음으로 나침반 기능도 탑재했다. 아이폰에는 내장되어 있지만 애플워치에는 처음 적용한 것. 또 셀룰러 모델이라면 아이폰 없이도 긴급 전화를 할 수 있다. 본체 재질에는 100% 재활용한 알루미늄을 썼다. 가격은 GPS 모델은 399달러, GPS와 셀룰러 지원 모델은 499달러다. 9월 20일부터 판매한다.

아이폰11은 6.1인치 리퀴드 레티나(Liquid Retina) 디스플레이, 돌비 아트모스(Dolby Atmos)를 지원한다. 메인 듀얼 카메라는 12만 화소 26mm f1.8 광각 카메라와 1,200만 화소 13mm f2.4 초광각 카메라다. 여러 필터를 이용해 마음에 드는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건 물론. 영상은 4K 60프레임 슬로모션과 타임랩스, 시네마틱 영상 등 다양한 방법으로 찍을 수 있다. 또 1990년대 애플이 출시한 매킨토시 전용 디지털 카메라와 같은 이름인 퀵테이크(QuickTake)도 지원한다. 아이폰11 퀵테이크는 사진 촬영 중 동영상 촬영으로 곧바로 전환할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이다. 그 밖에 본체 앞쪽에는 1,200만 화소 트루뎁스(TrueDepth) 카메라를 얹었다.

2018년 아이폰 모델에는 A12 바이오닉 칩을 탑재했지만 아이폰 11에는 차기 모델인 A13 바이오닉을 탑재한다. CPU와 GPU 성능은 기존 A12를 크게 넘어선다. 배터리는 아이폰XR보다 1시간 더 오래 간다. 색상은 블랙과 옐로, 퍼플, 레드, 화이트 6종 가운데 고를 수 있고 가격은 699달러다.

상위 모델인 아이폰11 프로(iPhone 11 Pro)는 2가지 모델이다. 해상도 2688×1242에 6.5인치인 아이폰 11 프로 맥스(iPhone 11 Pro Max), 해상도 2436×1125를 지원하는 5.8인치 모델인 아이폰 11 프로(iPhone 11 Pro)가 그것. 내부에는 A13 바이오닉을 내장했다. 여기에는 기계학습 가속기를 더해 행렬 곱셈이 6배나 빨라졌다. 처리 능력은 1조 FLOPS. A13 바이오닉에 들어간 트랜지스터 수는 85억 개다.

아이폰11 프로의 배터리는 아이폰 XS보다 4시간 더 길어졌고 아이폰11 프로 맥스의 경우 아이폰XS 맥스와 견주면 5시간 이상 배터리를 더 쓸 수 있다. 이들 모델은 물론 고속 충전도 지원한다.

카메라는 트리플로 광각, 망원, 초광각이다. 같은 위치에서 촬영해도 다양한 화각으로 사진을 담을 수 있는 건 물론이다. 가격은 아이폰11 프로는 999달러, 아이폰11 프로 맥스는 1,099달러부터다. 출시는 9월 20일.

하드웨어 외에 애플 아케이드는 월 4.99달러로 이용할 수 있으며 9월 19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한다. 애플 TV 플러스는 11월 1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하며 7일 무료 체험도 해볼 수 있다. 가격은 월 4.99달러다. 스트리밍 지원 외에 다운로드를 해서 오프라인 재생을 할 수도 있다. 그 뿐 아니라 새로운 아이폰과 아이패드, 아이팟 터치, 맥이나 애플TV를 구입하면 애플TV 플러스를 1년간 무료로 제공한다. 애플 TV 플러스 콘텐츠는 애플TV 앱으로도 시청할 수 있다.

애플이 노리는 진짜 혁신 전략의 이동’=물론 혁신이 아무 것도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 자리가 이번 발표회 뿐만은 아니다. 아이폰7이나 애플워치 시리즈2를 발표한 2016년 행사에서도 새로운 아이폰에 일부 새로운 기능이 있지만 대부분은 이전 단말과 같다는 칼럼이 뉴욕타임스에 올라오기도 했다. 하지만 애널리스트 벤 톰슨은 2016년 발표회는 대다수가 평가했던 것보다 훨씬 의미있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2016년 발표회에선 아이폰7의 이어폰을 없애고 에어팟(AirPods)이 등장했다. 애플워치 시리즈2는 GPS를 추가해 아이폰 부속품이 아닌 자체 기능을 늘리고 있다. 이런 인해 아이폰이 필수 아이템에서 옵션이 될 미래가 다가왔다고 보는 것이다.

2016년을 전환점 삼아 애플워치나 에어팟을 중심으로 한 애플의 웨어러블 홈 액세서리 카테고리는 수익을 2배로 끌어올렸고 지난 12개월 매출은 222억 달러에 달한다. 다시 말해 비즈니스 측정 기준에 비춰 보면 2016년 발표회는 혁신적이었다는 것이다. 웨어러블 뿐 아니라 서비스 범주도 지난 3년간 수익을 증가시키고 있다. 12개월 수익은 231억 달러에서 438억 달러까지 성장했다.

애플은 2016년 애플이 서비스 기업이 아니라고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2019년 발표회에선 애플이 서비스 기업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드웨어와 서비스 회사는 전략이 크게 다르다. 서비스 기업은 개입할 시장을 극대화시키는 전략을 취하지만 하드웨어 업체는 차별화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택한다.

2016∼2017년 시점 팀쿡 CEO는 하드웨어 기업으로서의 전략을 취했다. 당시까지 애플은 최신 모델을 649달러 전후로 출시하고 이전 아이폰은 100달러 가격 인하를 한 형태였다. 이후 2017년 애플은 999달러 이상 하이엔드 모델인 아이폰X을 등장시켰다. 이는 최고의 아이폰을 갖고 싶어 하는 고객과 시장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스마트폰을 갖고 싶어 하는 고객이라는 2가지 시장을 위한 전략이다. 분명 서비스 기업의 전략은 여기에는 없다.

반면 2019년 발표회에서 가장 큰 뉴스는 애플이 아이폰 가격 인하를 실시했다는 것이다. 아이폰X와 XS의 후속 모델인 아이폰11 프로는 가격이 바뀌지 않았지만 아이폰XR의 후속 기종인 아이폰11의 가격은 떨어졌다.

아이폰7에서 11까지 나온 가격을 보면 아이폰 7과 8은 2년 만에 100달러 할인에 들어갔지만 아이폰XR은 150달러 가격 인하가 이뤄지는 걸 알 수 있다. 최신 기종인 아이폰11도 아이폰XR보다 50달러 저렴한 699달러에서 시작한다.

출시 년도 1 년 후 2 년 후
iPhone 7 649 달러 549 달러 449 달러
iPhone 8 699 달러 599 달러 449 달러
iPhone XR 749 달러 599 달러    
iPhone 11 699 달러

또 2016∼2019년까지 플래그십과 미드레인지 모델 가격도 마찬가지다. 2017년 하이엔드 플래그십이 등장할 뿐 아니라 이전까지의 플래그십은 중간 가격대 모델로 평가된 걸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애플의 2년째 이후를 기해 100달러 할인 판매라는 방식도 바뀌었다.

플래그십 중간 가격 계층 모델 1 년 후 2 년 후
2016 649 달러 549 달러 449 달러
2017 999 달러 699 달러 599 달러 449 달러
2018 999 달러 749 달러 599 달러 449 달러
2019 999 달러 699 달러 599 달러 449 달러

2018년 나온 미드레인지 모델인 아이폰XR은 페이스ID와 프로세서 등은 아이폰XS와 같은 충분히 고품질 단말이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아이폰XS와 차이도 작아 아이폰X 같은 베스트셀러가 될 수는 없었다. 이 때문에 애플은 아이폰XR 을 전례에 따른 100달러 할인이 아니라 150달러 가격 인하를 단행한 것이다.

아이폰X의 성공은 중국 매출에 의한 게 컸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정부의 검열 문제가 거론되는 중국에선 iOS는 특별한 운영체제가 아니며 아이폰은 고급 스마트폰 중 하나일 뿐이다. 이런 점에서 중국 시장에서 아이폰은 다른 곳보다 가장 차별화되지 않았다고도 할 수 있다. 애플은 2019년 초 중국에서 아이폰XR 가격 인하를 실시하면서 수익을 늘렸다. 이는 상품으로서의 차별화가 아니라 가격이 낮아지면 판매량도 늘어나는 당연한 흐름에 따른 것이다.

이런 점에서 애플은 하드웨어 전략에서 서비스 전략으로 옮겨가고 있다. 올해 애플은 구독형 게임 서비스인 애플 아케이드나 콘텐츠 구독 서비스인 애플TV 플러스를 발표한 것 역시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애플뮤직에서 매출이 증가하면 그만큼 애플이 지불하는 비용도 늘지만 애플 아케이드에선 구독자 수가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애플이 게임 기업에 지불하는 비용은 일정액이며 가입자 수가 많아질수록 애플 수익은 증가하는 구조다. 애플이 아이폰 가격을 낮춰서 판매량을 늘리려는 전략으로 나오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자체 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인 애플 TV 플러스 역시 넷플릭스와 경쟁을 벌이는 서비스는 아니다. 해당 하드웨어인 애플TV를 판매하고 이를 통해 애플TV 플러스를 포함한 여러 채널을 볼 수 있는 애플 TV 채널 가입자 증가로 연결하는 목적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애플 이벤트에선 이전보다 새로운 아이폰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시스템도 소개했다. 또 동시에 애플케어 플러스도 구독형 모델로 바꾼 아이폰과 애플케어 플러스 세트 프로그램으로 제공한다. 애플케어 플러스는 애플이 사용자와의 관계를 구독형으로 바꿨다는 걸 의미한다. 이 점을 봐도 애플이 하드웨어 기업이 아닌 서비스 기업으로서의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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