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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시브즈가 e스포츠에서 성공한 비결

100시브즈(100 Thieves)는 e스포츠 단체이자 게임 관련 의류 기업으로도 활동 중이다. 이곳은 어떻게 e스포츠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올랐을까.

e스포츠는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지만 불확실한 비즈니스이기도 하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존재해온 e스포츠는 최근 글로벌 규모 프로 리그가 등장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프로 리그 등이 앞으로 오랫동안 지속 가능한 것인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이렇게 끊임없이 변화하는 e스포츠를 둘러싼 상황에서 가장 성공한 기업 중 하나가 바로 100시브즈다.

100시브즈는 e스포츠 단체일 뿐 아니라 게임 관련 의류로도 경쟁력 있는 기업이다. 열렬한 팬이 스웨터와 티셔츠, 후드 등 아이템을 구입해 5분 안에 50만 달러 이상 매출을 기록할 만큼 인기를 끄는 건 여느 인기 스트리트 브랜드를 떠올리게 만든다.

100시브즈는 지난 2017년 네드샷(Nadeshot)으로 알려진 전직 프로게이머 매튜 헤이그가 설립한 곳이다. 그는 프로게이머 경력을 시작한 뒤 유튜브에서 유명인이 됐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e스포츠와 유튜브 스트리밍, 의류 등 다른 분야를 접목한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100시브즈를 시작한 것이다.

과거 주요 게임 유통사인 EA와 넥슨에서 일하며 자신의 게임 스튜디오를 운영한 뒤 100시브즈 CEO를 맡고 있는 존 로빈슨은 100시브즈를 LA레이커스와 바스톨스포츠(Barstool Sports), 슈프림(Supreme)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e스포츠 단체 대부분이 보통 프로스포츠팀처럼 많은 선수와 계약하고 대회에서 우승해 스폰서를 모으기 위해 투자한다. 하지만 헤이그는 이런 e스포츠 단체의 상식을 재정립한다. 헤이그가 생각한 새로운 e스포츠 단체는 단지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 뿐 아니라 자신이 만들어낸 콘텐츠와 소셜미디어 채널에 많은 사람이 방문하는 거대한 팬층을 보유한 단체가 되는 것이다. 말로 하는 건 간단하지만 로빈슨은 헤이그가 실제로 이를 해내는 신뢰성을 갖고 있었다고 설명한다.

100시브즈가 처음 큰 활약을 보인 건 2017년 하반기다. 리그오브레전드 프로 리그에 참가하는데 이후 100시브즈는 포트나이트와 콜오브듀티 등 인기 타이틀 e스포츠팀을 보유해 회사의 3대 축인 게임과 콘텐츠, 의류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확대해왔다.

지난 6월 전 도타2 프로 게이머인 야곱 토프르-안데르센(Jacob Toft-Andersen)이 100시브즈 e스포츠 분야 VP로 취임한다. 7월에는 스트리트 브랜드 레이닝챔프(Reigning Champ)에서 더그 바버가 의류 분야 VP로 옮겨온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인기 래퍼인 드레이크가 100시브즈의 공동 소유자로 이름을 올린다.

100시브즈가 처음부터 게임과 콘텐츠, 의류 3가지 축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간다는 비전을 갖고 있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반드시 처음부터 뛰어난 건 제공한 건 아니었다. 초기 의류 상품은 다른 기업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었고 영상 콘텐츠도 새로운 건 아니었다. 몇 개월이 지나면서 게이머가 정말 보고 싶은 내용은 뭔지 어떻게 해야 e스포츠에 초점을 맞출 수 있을지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게임 분야에서 인기가 높은 건 실황 중계 같은 것이지만 100시브즈의 유튜브 채널에는 포튼나이트와 마인크래프트 같은 인기 콘텐츠 실황이 없다. 100시브즈가 자신의 방향성을 모색한 결과다. 100시브즈 유튜브 채널에선 프로게이머 토크쇼나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활약하는 비즈니스맨 인터뷰 영상 등 게임 자체가 아니라 플레이하는 사람이나 관계자의 성격에 초점을 맞춘 콘텐츠를 취급한다. 개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콘텐츠를 확충하는 데에 의미를 두고 있는 것이다. 목표는 해설자나 프로게이머 버전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같은 확장적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다.

100시브즈의 의류는 주목도가 높고 출시되면 몇 분 만에 매진되는 것도 있다. 이 같은 현상을 계속 지속시키는 것도 목표 중 하나다. 진정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구축하는 게 브랜드의 주요 목표 중 하나인 것. e스포츠 사업을 지원하기 위한 제품을 만들 뿡 아니라 실제 의류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이는 100시브즈를 다른 e스포츠 단체와 차별화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의류 외에 100시브즈의 주요 수입원은 스폰서 수입이다. 100시브즈는 e스포츠 단체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소속팀이 대회에 출전할 때 유니폼이 기업 로고를 넣을 수 있다. 로고를 넣으려는 기업은 비용을 100시브즈에 지불하는데 이는 큰 수입원이다.

e스포츠 시장은 거품이 많이 끼는 시장일 수 있어 이렇게 수입원이 복수로 존재한다는 건 앞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생각하면 상당히 중요하다. 100시브즈는 여러 게임 대회에 프로팀을 내보내지만 현재는 리그오브레전드와 포트나이트 팀만 보유하고 있으며 다른 팀은 여러 이유로 활동을 중단했다. 이는 자신들의 브랜드와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가장 충격적인 건 100시브즈가 콜오브듀티에서 철수했다는 것이다. 헤이그는 원래 콜오브듀티 프로게이머였고 100시브즈는 콜오브듀티 메이저 타이틀을 2개나 보유한 적이 있는 프로팀을 갖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일이다. 100시브즈가 콜오브듀티에서 철수한 이유는 콜오브듀티 유통사인 액티비전이 새로운 프로리그 구상을 시작해 이 리그에 참가하려면 너무 많은 비용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콜오브듀티에서 철수했지만 100시브즈는 앞으로 더 많은 타이틀에 참가할 예정이라고 한다.

100시브즈는 LA에 새로운 본사를 건설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금은 오피스가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탓에 직원은 각자 사무실 공간에서 일한다. 새 본사 건설은 올해 말까지 끝낼 예정이다. 새로운 사무실에는 플레이어 운동실이나 편집방, 배급자용 스튜디오, 의류팀 디자인 스튜디오, 심지어 의류 상품을 판매하는 소매 공간까지 마련할 예정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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